‘50대 이상’도 나가라는데 정년 연장? [편집장 레터]

김소연 매경이코노미 기자(sky6592@mk.co.kr) 2024. 11. 1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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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과자’ ‘무보직자’ ‘마인드셋’ ‘리더십’ ‘50대 이상’.

모 기업에서 ‘내보낼 사람을 선정하는 기준’이라며 만든 내용이랍니다. 5가지 중 2가지 이상에 해당하면 대상이 된다는 의미지요.

‘저성과자’ ‘무보직자’는 너무나 명확하게 이해가 됩니다. ‘마인드셋’은 뭐냐고요? ‘인사 담당자 입장에서 볼 때 마인드가 별로’라는 지극히 ‘정성적’인 지표입니다. 그에 비하면 ‘리더십’은 상하 직원들이 매기는 점수에 의해 결정되니 그나마 정량적 지표라 할 수 있겠네요. 네 가지 모두 당연히 하위권이 대상입니다.

짜잔~ 대망의 ‘50대 이상’입니다. 이제 단지 ‘50대’라는 이유로 회사를 그만둬야 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정년 연장 논의로 뜨겁다”는 얘기에 해당 기업 임원 A씨는 “우리 회사는 정년이 60세지만 정년까지 남아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55세인 내가 제일 나이가 많다. 심지어 이런 5가지 기준까지 만들어졌다. 50세 초반부터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는 판에 정년 연장이라니 무슨 남의 나라 말이냐”며 기막혀 했습니다.

실제 많은 민간 기업 직장인이 비슷한 반응입니다. B기업 임원 C씨는 “경영자 KPI에 ‘영리더 발굴’이라는 항목이 추가됐다. ‘영리더의 기준이 뭐냐’는 질문에 ‘1987년 이후 출생자’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런 분위기에서 정년까지 회사를 다니는 것도 기적인데 정년 연장? 어느 꿀직장 얘기인가”라며 기막힘 반, 부러움 반의 표정을 짓더군요.

요즘 대한민국은 ‘정년 연장’이라는 단어로 뜨겁습니다. 신호탄은 행정안전부가 쏘아 올렸습니다. 소속 공무직 근로자 정년을 만 60세에서 65세로 연장했죠. 공무직은 행안부가 직접 고용한 무기계약직 근로자입니다. 환경 미화와 시설 관리를 담당하는 직원 등 2300여명이죠. 대다수 전문가는 이번 조치를 일종의 신호탄으로 평가합니다. 시작은 행안부 공무직이지만, 결국 공무원 전체로 퍼져 나가고, 다시 사회 전반으로 확산할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실제 행안부에 이어 대구시가 공무직 근로자 정년을 65세로 연장했고, 다른 정부부처와 지자체 공무직은 물론 공무원까지 정년 연장 요구에 줄줄이 나서는 분위기입니다.

행안부가 쏘아 올린 ‘정년 연장’의 공은 어디로 떨어질까요? 개인적으로는 ‘정년 연장이 과연 맞는 길인가’라는 명제에 회의감이 있습니다. 정년 연장 혜택을 볼 계층이 너무나 극소수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2013년 60세로 정년을 연장했을 때 혜택을 본 사람이 12%로 추산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죠. 우리나라에서 좋을 일자리로 분류되고 노조가 센 공공부문과 대기업이 대부분일 테죠. 냉정하게 말해 지금 정년을 연장하면 정년 연장의 주요 이유로 거론되는 빈곤 노인층보다 직장 안정성과 고임금을 누려온 일부 계층에게만 혜택이 갈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이 같은 비판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정년 연장이 어떻게든 걸어가야 할 길’이라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다면, 이번에는 정년 연장으로 가기 위한 전제조건들이 제대로 지켜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나마 그렇다고요(p.32~46).

[김소연 편집장 kim.so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4호 (2024.11.13~2024.11.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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