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만 준다면"… 러 파병 北 군인들 '총알받이' 자처한 까닭

현예슬 2024. 11. 10.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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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공개한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모습. 사진 spravdi 페이스북 캡처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군인들이 우크라이나와 전쟁에서 '총알받이'로 전락할 위험에도 불구하고 파병에 자원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정권을 향한 세뇌된 충성심, 굶주림에서 벗어나고 싶은 열망, 바깥 세계에 대한 동경 등이 꼽혔다.

10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군인 출신 탈북자 여럿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군인들이 지닌 충성심과 결의는 총알받이 이상의 의미를 지닐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9년 탈북한 군인 출신 탈북자 유성현(28)씨는 WSJ과 인터뷰에서 만약 자신이 복무 중에 러시아 파병 명령을 받았다면 감사해 하며 명령을 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북한군에 몸담던 시절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한 채 건설 현장 등에서 노동에 시달렸다며, 당시 러시아 파병 명령을 받았다면 "적어도 식사는 이보다 더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파병된 다른 군인들도 이와 비슷하게 생각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평생에 걸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권에 대한 충성심을 세뇌받은 이들에게 러시아 파병은 김정은 정권에 돈과 영광을 가져다줄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로 여겨졌을 것이라 내다봤다.

이번에 러시아에 파병된 것으로 알려진 북한 특수부대인 11군단, 이른바 '폭풍군단' 출신 탈북민 이현승(39)씨는 과거 북한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위해 죽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사상 교육을 매일 받았다면서 이번에 파병된 북한 군인들도 분명히 이같은 교육을 받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번에 파병된 북한 군인들이 "전쟁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희생될 수 있다"면서 "그러나 그들은 러시아로 가라는 지도자의 명령에 감히 의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8년 탈북한 전직 북한 장교 심주일(74)씨는 "과거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군인과 그 가족들이 엄청난 신분 상승을 누렸던 것을 목격한 북한 군인들 입장에서 이번 러시아 파병도 그와 같은 기회로 여겨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북한 군인들의 정권에 대한 충성심과 굶주림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만큼 북한 정권이 앞으로 러시아에 추가 병력을 보낼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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