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키워줄 부모 있어야…’ 판결문에 드러난 판사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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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 후 자살' 범죄는 '자녀 살해'인 동시에 '아동 학대'라는 중범죄 특성이 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양육 의지를 유리한 정황으로 참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양육 의지가 있다면 살해 후 자살 범죄를 저질러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제대로 된 처벌 없이 가해 부모에게 다시 양육의 책임을 지우는 것은 또다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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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②가정 회복의 딜레마
‘살해 후 자살’ 범죄는 ‘자녀 살해’인 동시에 ‘아동 학대’라는 중범죄 특성이 있다. 하지만 가해 부모에 대한 법원 판단은 일관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적인 아동 학대 사건과 다르게 생존 아동에 대한 양육을 이유로 가해 부모를 감형해주는 케이스도 있다.
2013년 당시 4세와 2세 자녀를 키우던 엄마 A씨는 남편과 불화를 겪었고 육아와 집안일을 담당하던 중 생을 마감하기로 했다. 살해 시도는 미수에 그쳐 아이들은 살아남았지만, 어린 자녀들이 겪을 고통도 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해 “사람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심과 도리를 저버린 행위”라고 했지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엄마와 분리하는 것은 한참 엄마의 보살핌이 절실한 피해자의 행복과 건강한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고 봤다.
실제로 2014~2023년 생존 아동 53건에 대한 살해 후 자살 판결 가운데 피해 아동의 의사를 직접 확인하는 대신, 재판부가 이를 추정해 판단한 경우는 7건으로 조사됐다. ‘부모를 계속 신뢰하는 것으로 보인다’거나 ‘아직 아이에게는 부모가 계속 필요하다’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남편과의 불화로 자녀를 살해하려다 실패하고, 자살을 결심한 B씨 사건 판결에서도 재판부의 고민이 드러난다. B씨는 2013년 직접적인 위협을 가해 당시 6살인 아들을 먼저 살해하려다 당시 7세였던 딸의 신고로 미수에 그쳤다. 당시 아들은 16주간의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부상 정도가 컸고, 엄마를 두려워하며 정서적 후유증을 겪었다. 재판부도 이런 점을 들어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봤지만, “앞으로 피해 아동을 잘 돌보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점”을 참작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반면 피해 아동들의 공포를 가늠하기 어렵다며 중형을 선고한 판결도 있었다. 엄마가 자신을 살해할 결심을 한 줄도 모르고 C군(당시 8세)은 엄마, 동생(당시 7세)과 평소 좋아하던 치킨과 피자, 케이크를 나눠 먹었다. C군은 오후 9시쯤 “엄마에게 생일 선물을 사주고 싶다”며 침대에 누웠다. 잠이 든 형제는 깨어나지 못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마지막 순간 느꼈을 공포와 배신감의 크기를 가늠하기 어렵다”며 징역 20년형을 선고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양육 의지를 유리한 정황으로 참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양육 의지가 있다면 살해 후 자살 범죄를 저질러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제대로 된 처벌 없이 가해 부모에게 다시 양육의 책임을 지우는 것은 또다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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