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中 기업에 AI용 칩 공급 중단"…외신 "美정부 명령"

박형수 2024. 11. 1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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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에 고성능 반도체의 중국 출하 중단을 명령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2020년 시작된 대(對) 중국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 화웨이의 첨단 인공지능(AI) 칩셋에 TSMC의 반도체가 들어갔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상무부가 AI 가속기나 그래픽처리장치(GPU) 가동에 사용되는 7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 첨단 반도체에 대한 중국 수출에 제한을 부과하는 내용의 공문을 TSMC에 보냈다고 전했다. '정보 제공' 서한이라 불리는 상무부의 공문은 특정 기업에 신규 허가 조건을 신속하게 부과하는 문서로, 복잡한 규정 제정 과정을 우회할 수 있다.

대만 신주 본사에서 찍은 TSMC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앞서 전날(8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TSMC가 중국 고객사들에게 11일부터 7나노미터 이하의 반도체 주문을 받지 않겠다고 통보했고 보도했다. 또한 반도체 공급을 재개하려면 미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TSMC의 이번 조치는 미 상무부의 명령에 따른 것이다. 다만 미 상무부는 보도 내용에 대해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中 화웨이 반도체에 TSMC 프로세서 발견


미 상무부의 이번 명령은 TSMC가 중국 화웨이 제품에 자사 반도체가 들어갔다는 사실을 미국에 알린지 20일도 채 안된 시점에 나왔다. 앞서 지난달 22일 캐나다 반도체시장 조사업체 테크인사이트는 TSMC에 "화웨이가 2022년 출시한 첨단 AI 칩셋 '어센드 910B'를 분해한 결과 TSMC의 프로세서가 발견됐다"는 사실을 알렸고, TSMC는 이를 미 상무부에 전달했다.

테크인사이트의 분석 결과는 미 정부의 대중 제재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우려를 낳았다. 앞서 미국 정부는 2020년 국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화웨이가 미국산 장비를 사용해 제작된 반도체를 구매하지 못하게 했다. 반도체 제작에 주로 미국산 장비를 사용하는 TSMC는 당시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했다.

A Huawei logo is seen at the Mobile World Congress (MWC) in Shanghai on June 26, 2024. (Photo by AFP) / China OUT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화웨이가 어떻게 TSMC의 반도체를 입수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TSMC의 자체 조사 결과, 중국 현지 반도체 설계업체인 소프고의 주문에 따라 공급한 7나노 반도체가 화웨이로 흘러간 사실이 확인됐다. 화웨이가 제재 대상이 아닌 중국 회사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TSMC에 주문을 내는 방식으로 미국 제재를 우회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TSMC는 소프고와의 거래를 끊었다.


"트럼프의 '표적' 되지 않기 위한 조치"


FT는 TSMC의 이번 조치가 지난 5일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됐다는 점과 관련 있을 것이라고 봤다. 매체는 그간 트럼프 당선인이 대만에 대해 "미국의 칩 산업을 훔쳤다"고 비난했고, TSMC에 대해선 "미국에 반도체 제조 공장을 짓는 댓가로 엄청난 보조금을 챙긴 뒤 결국 생산시설을 자기 나라(대만)로 가져갈 것"이고 비판해왔다는 점을 짚었다.
김주원 기자

미국 애리조나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기로 한 TSMC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법에 따라 미 정부의 보조금 66억 달러(약 9조2367억원)를 받기로 했다.

현재 TSMC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신뢰할 수 없거나 비협조적인 회사로 지목돼 '표적'이 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SMC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FT에 "TSMC의 이번 조치는 트럼프 당선인을 위한 쇼가 아니며, 우리가 미국의 국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5일 미국 대선에서 제47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전 대통령. AP=연합뉴스


TSMC의 통제 강화로 인해 알리바바·바이두 같은 중국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들의 계획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검색 플랫폼 바이두는 자사의 AI 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쿤룬 시리즈 AI 반도체를 개발 중이다. 이는 TSMC에서 7나노미터 수준으로 제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TSMC가 중국 고객사를 잃더라도 회사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TSMC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회사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 본토 비중은 11%에 그쳤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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