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의협회장 반년만에 탄핵…"전공의 목소리 커질 것"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탄핵됐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반년만인데, 의협 역사상 최단 기간 퇴진이다. 의사 사회는 막말 논란에 휩싸인 임 회장이 더는 의대 증원 추진을 막는 선봉장으로 나설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의료계에선 전공의들이 이후 의협에 구성될 비대위원회에 들어와 여야의정협의체 참여 등 정부와의 대화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의협 대의원회는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열린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불신임안 가결 정족수 150명 이상을 넘긴 170명 찬성으로 불신임안을 통과시켰다. 전체 대의원 가운데 224명이 참석해 50명은 반대를, 4명은 기권표를 던졌다. 의협 정관상 회장을 불신임하기 위해서는 제적 대의원의 3분의 2 이상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임 회장은 이날 표결에 앞서 “회장 불신임안과 비대위 구성안 상정으로 임시총회가 열리게 된 것에 대해 매우 송구하다”며 “마지막 기회를 한 번 더 주신다면 사적인 자리를 포함해 어떤 상황에서든 언행에 주의하겠다”고 부결을 호소했다. 취임 직후 임 회장의 막말과 실언의 자리가 됐던 소셜미디어(SNS) 삭제도 공언했지만 결국 탄핵을 피하지 못했다.
임 회장이 탄핵 당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전공의들의 신뢰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임 회장 탄핵 결정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관련 기사를 공유하면서 “결국 모든 길은 바른길로”라는 짤막한 메시지를 올렸다. 그는 이날 탄핵에 한 표를 행사한 뒤 의협 회관을 나가면서 같은 뜻의 사자성어인 “사필귀정(事必歸正)”을 말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 3월 전공의 이탈 이후 의정갈등 상황에서 임 회장과 공개적으로 수차례 충돌했다. 이날을 앞두고는 자신을 포함한 전공의 90명의 이름으로 의협 대의원들에게 임 회장 탄핵을 공개 요청했다. 박 위원장 등은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서한도 보냈다.
이런 까닭에 다수 전공의가 비대위 체제로 전환될 의협에 들어와 정부와의 협상권을 쥘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공의 집단의 뜻대로 임 회장이 탄핵을 당하면서 이들의 세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비대위원회에 전공의들이 많이 참여할 것으로 보고, 이들과 논의 후에 협의체도 들어갈지 말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은 비대위 체제 전환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당초 회장 직무 대행 체제를 꾸려 빠르게 보궐선거를 치르자는 의견에 따라 비대위 구성안은 부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견이 잇따르자 재투표를 거쳐 찬성 106표, 반대 63표로 비대위 구성안을 가결했다. 의협은 13일 오후 8시 모바일투표로 비대위원장을 선출한다. 비대위원장은 신임 협회장 선출 전까지 의료계를 이끌게 된다.
의협은 새 회장도 한 달 내로 내세우겠다는 계획이다. 의협 내규상 차기 회장 보궐선거는 60일 이내에만 치르면 되는데,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의협 선거관리 규정엔 두 달로 되어 있어서 수정이 필요하다”면서 “가장 어려운 시기인 만큼 올해 말까지는 회장 선거가 마무리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의 리더십 공백은 오는 11일 시작되는 여야의정협의체의 실효성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새 비대위원장·차기 회장이 없는 상황에서 주요 의료계 현안을 결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의료계에 시간이 없다는 점이다.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은 이날 통화에서 “현재 정부와 의료계가 가장 첨예하게 갈리는 부분이 2025년 의대 정원 문제인데, 시간이 더 지나고 입시가 다 끝나면 여지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예정대로 협의체에 참여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차기 회장이 나오기 전까지 의협을 이끌 비대위원장 선출이 당장의 숙제다. 한 의대 교수는 “비대위원장이 더 강경하고 대책 없는 사람이 앉게 될까 봐 우려스럽다”라며 “전공의·의대생들을 위한 플랜B를 생각해서 움직여야 하는데 대정부 투쟁 목소리만 높이는 인물은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라고 말했다.
문상혁 기자 moon.sang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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