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달이 함께 사는 금강이 좋아요" 자갈에 그린 아이들의 마음
[박은영 기자]
▲ 천막농성장에 찾아온 큰기러기 친구들 |
ⓒ 임도훈 |
큰기러기 한 무리가 자갈 위에 앉아 쉬고 있다. 기러기가 줄지어 날아오는 모습이 많이 보이는 것을 보니 또 한 계절이 바뀌어가고 있음이 느껴진다. 아침저녁으로 출퇴근하는 민물가마우지와 달리 먼 길을 날아가는 기러기의 도열은 아름다워 보인다. 잘 짜인 어떤 일을 해내야 하는 것처럼 균형 있게 변하는 도열은 마치 싱크로나이즈드 공연을 보는 듯 하다. 오랜 시간 터득했을 저들만의 삶의 방식이기에 절대로 가볍게 볼 수 없는 몸짓이다.
저녁이 다가오면 난로를 켠다. 오후 4시만 지나도 뜨겁던 햇빛이 어느샌가 사라지고 기온이 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주전자 올려놓고 물 끓이면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기도 좋다. 바람은 차도 작은 온기는 큰 위로가 된다. 적적할 만하면 찾아오는 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이 투쟁을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시간들이 이 겨울을 따뜻하게 한다.
▲ 제10회 금강한마당 <돌아온 금강 자갈 아트> 부스의 모습 |
ⓒ 박은영 |
▲ 금강한마당 참가자가 그린 자갈아트 |
ⓒ 박은영 |
금강에 수달이 사는 것을 알고 있다며 수줍게 이야기 하던 아이의 손 끝이 완성한 모습이다. 아이들은 세종보를 모른다. 하지만 금강에 사는 수달, 흰수마자를 안다. 고라니와 백로의 모습을 기억한다. 물이 많아야 좋다고 말하지 않는다. 수달이 함께 사는 금강이 좋다고 말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금강을 물려줘야 할지, 아이들은 이미 답을 하고 있다. 그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은 세종시와 환경부 뿐이다.
▲ 새로 고친 그라운드 골프장 |
ⓒ 임도훈 |
금강스포츠공원 야구장과 그라운드골프장 공사가 끝났다. 그간 이용하던 시민들이 공사가 마무리되는 날을 어떻게 아셨는지, 지켜보고 계시다가 공사 차량이 나가자마자 골프를 칠 채비를 한다. 아침이면 어김없이 딱딱 소리가 난다. 할머니 한 분이 아직도 여기 있냐며, 이제 그만 나가라고 걱정 반, 나무라는 말 반을 던지시지만 그 간 못 만났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반갑게 인사해 주신다.
▲ 세종보 천막농성장 200일 기념문화제 웹포스터 |
ⓒ 보철거시민행동 |
▲ 세종의 붉은 노을 |
ⓒ 김병기 |
뱅기선배(<오마이뉴스> 기자)가 멋진 노을 사진을 보내주었다. 거대한 홍시를 몇 개 하늘에 던져 터트린 것 같이 붉고 촉촉한 하늘이다. 멋지다는 말로 다 표현되지 않는 가을하늘을 한동안 바라보니 그 순간만큼은 걱정이 다 사그라든다. 이 흐르는 금강 곁에서, 그렇게 매일 노을을 바라봐도 참 좋을 날들이겠다 싶은 생각도 든다.
둘째아이가 할아버지 활동가(대전충남녹색연합 문성호 상임대표)와 강가에서 한참을 논다. 물수제비 뜨는 것을 알려주겠다는 할아버지는 돌 고르는 법, 던지는 법을 알려준다. 그 모습, 그 하늘 위로 말똥가리가 날고 물총새도, 할미새도, 참새도, 딱새도 잘 지낸다고 안부를 전한다. 농성장 앞을 헤매던 아기고라니들은 종종 나타나서 우리를 보고 지나간다.
▲ 물수제비 뜨기 삼매경 중인 할아버지 활동가와 둘째아이 |
ⓒ 박은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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