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는 사기" 트럼프 귀환에 힘 빠진 COP29…지구 식힐 기후재원 합의 난망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11일(현지시각)부터 12일 동안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다. 파리협정 탈퇴를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징검다리 재선에 성공하면서 COP이 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반면, 탈탄소 흐름을 바꾸진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로 억제하는 파리협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열리는 COP29에는 198개 당사국에서 약 4만여 명이 참석한다. 한국 역시 김완섭 환경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정부대표단이 참석해 국가 간 협상에 나선다. 환경부는 “주요 협상 의제에서 합의가 이뤄지도록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 다리 역할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기후 재원 규모 놓고 선진국·개도국 입장차
개최국인 아제르바이잔을 포함한 개도국들은 기후대응과 적응을 위해서는 1조 달러 이상(1400조)의 기후 재원 조성이 필요하다며 선진국들이 협약상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선진국은 공여국의 범위를 넓혀서 중국을 포함한 더 많은 국가가 돈을 내고, 민간 재원도 포함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환경부는 “재원 목표의 구체적 목표치나 구조를 합의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트럼프 재선에 “바쿠 회담에 큰 그림자” 우려
재선에 성공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직 임기가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총회에는 관여할 수 없다.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을 대표에 협상에 참여한다. 하지만, 트럼프 재선의 여파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기후재원 확대에 소극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기후 재원 목표를 설정하더라도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오래전부터 지구 온난화를 사기로 규정하며 국제사회의 기후 대응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 대통령 재임 당시 파리협약 탈퇴를 선언했고,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을 외치면서 석유·가스 시추를 늘리겠다고 했다. 영국의 기후연구단체인 '카본브리프'(Carbon Brief)는 올해 초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미국의 탄소 배출량이 바이든 현 대통령의 계획보다 2030년까지 40억t(톤)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 40억t은 유럽연합과 일본의 연간 배출량과 맞먹는 양이다.
국제 싱크탱크 ECCO의 기후 외교 전략가인 알렉스 스콧은 “트럼프는 기후변화를 ‘중국의 사기극’이라고 표현하며 화석연료를 지지해 왔다”며 “선출된 트럼프 행정부는 바쿠 회담에 큰 그림자로 드리워질 것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변화를 멈출 수 없을 것”…기후 리더십 재편 가능성도
트럼프 재선의 여파가 예상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과거 트럼프 1기 때와 달리 청정에너지 시장이 크게 성장했기 때문에 탈탄소 경제의 흐름이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전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인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는 “이번 선거 결과는 글로벌 기후 행동에 큰 타격이 되겠지만, 경제를 탈탄소화하고 파리 협약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진행 중인 변화를 멈출 수 없고 멈추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기후 대응 리더십이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 연구소의 베티 왕 기후 선임 프로그램 책임자는 “미국이 뒷걸음질 치는 상황에서 세계는 점점 더 중국이 기후 행동의 주도적인 역할을 해주길 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 수석대표인 김 장관은 19~20일 고위급 회의 기조연설에서 탄소중립 정책 이행 현황과 진전된 형태의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수립을 위한 의지를 밝힐 예정이다. 김 장관은 “이번 총회에서 전 지구적 기후 행동을 촉진하고 의욕을 증진해 1.5도 목표를 향한 연대로 나가길 희망하며, 우리나라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책임 있게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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