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직자 정기상여, 통상임금 포함되나…재계 “인건비 부담 우려”
‘재직 중’에 받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이르면 이달 말 나온다. 대법원이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이 소송 결과에 경영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업들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올 경우 줄소송이 이어지는 등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고 우려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법원에서 재직자 조건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잇달아 나와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임금은 고정성이 결여돼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통상임금이란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급여인데 각종 수당과 퇴직금을 산정하는 기준으로 쓰인다.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항목이 늘어날수록 시간 외 근로수당, 휴일 근로수당 등 수당과 퇴직금도 는다. 대법원 판결로 현재 통상임금에는 기본급과 고정적인 수당 등은 포함되지만 재직자에게만 주는 정기상여금은 제외돼 있다. 그런데 근 하급심들에서 이와 반대되는 판결이 나온 것이다.
특수강 제조업체 세아베스틸의 통상임금 소송이 대표적이다. 2018년 서울고등법원은 정기상여금에 ‘재직자 조건’을 붙인 것 자체가 무효라며 처음으로 대법원과 반대되는 판결을 내려 논란이 됐다. 이후 한화생명보험, 기술보증기금 등의 소송에서도 같은 이유로 재직자 조건부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재계 관계자는 “대법원이 세아베스틸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법리 검토를 진행 중인데, 만약 2013년 판단과 달라질 경우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줄소송에 나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영계는 기업 부담과 현장의 혼란을 고려할 때 대법원이 통상임금 법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재직자에게만 주어지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산입될 경우 연간 6조7889억원의 추가 비용이 기업에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발표한 ‘재직자 조건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산입 시 경제적 비용과 파급효과’ 보고서에서 경총 회원사 설문조사와 고용노동부의 ‘고용 형태별 근로 실태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경총 분석에 따르면 통상임금 산입 여부에 영향을 받는 기업은 전체의 26.7%로, 6조7889억원은 이들 기업 1년 치 당기순이익의 14.7%에 해당한다. 임금채권은 소멸시효가 3년이라, 3년 치 소급분을 일시에 지급해야 하는 상황을 가정하면 해당 기업 전체 당기순이익의 44.2%에 달한다. 경총은 이는 연간 9만2000명 이상을 고용할 수 있는 인건비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재직자 조건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더 커질 수 있다. 정기상여금 비중이 높고, 초과근로가 많은 대기업 근로자에게 임금 증가 혜택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산입으로 29인 이하 사업장과 30~299인 사업장 근로자의 월 임금 총액 격차(혜택받는 근로자 기준)는 기존 월 107만1000원에서 120만2000원으로 13만1000원 확대된다. 29인 이하 사업장과 300인 이상 사업장을 비교하면 격차는 기존 월 321만9000원에서 351만7000원으로 29만8000원 커진다.
김동희 경총 근로기준정책팀장은 “대법원이 판결을 뒤집을 경우 가장 큰 혜택을 받게 되는 것은 300인 이상 사업장의 근로자로,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이런 부작용을 고려해 법리 변경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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