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때리던 세계 정상들, 당선되자 "나와 제일 먼저 통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지난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이후 24시간 안에 트럼프 당선인과 통화한 세계 정상들 중 일부다. 트럼프는 이튿날 "대선 승리 후 지금까지 세계 정상 70명과 통화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세계 정상들이 최근 며칠 동안 트럼프 1기 당시의 충돌과 불화를 불안하게 떠올리며 트럼프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고 9일 전했다.
일례로 프랑스 엘리제궁은 "마크롱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 직후) 트럼프와 통화한 최초의 국가 정상 중 한 명"이라고 강조했다. 마크롱은 그간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비판하고, 트럼프는 프랑스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며 대립했었다. 엘리제궁은 이번 통화 직후 "두 사람이 매우 따뜻한 대화를 나눴다"며 이런 불편했던 과거 지우기에 나선 모습이다.
러시아에 맞서 미국의 지원이 절실한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맞춤형'으로 전략을 수정 중이다. NYT는 "트럼프가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에 회의적인 점을 감안해 '우크라이나 방어가 미국의 경제적 이익에 부합한다'는 논리로 트럼프를 설득하는 것이 젤렌스키의 새 전략의 핵심"이라고 전했다. 이를테면 대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으로 미 방산기업 록히드마틴 등이 이득을 얻었다는 것이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미국에 공무원으로 구성된 팀을 급파했다. 트럼프의 관세 위협을 사전에 완화하기 위해 여러 공화당 지도자들과 접촉하기 위해서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캐나다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를 시도해 캐나다와 갈등을 빚었다.
트럼프 당선에 대비해 이미 그를 만나고 온 정상도 있다. 스타머 영국 총리는 지난 9월 미 뉴욕 트럼프타워를 찾아 트럼프와 식사하며 친분을 다졌다. 스타머는 트럼프 승리 직후 "역사적인 승리를 축하한다"는 성명도 냈다.
트럼프와 절친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을 잇따라 찾아 그를 만난 바 있다. NYT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은 이미 몇 달 전부터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에게 가자지구 전쟁에 대해 브리핑을 해왔다"고 전했다. 유대인인 쿠슈너는 트럼프 1기 정부에서 대중동 정책의 핵심 역할을 했다.
재빨리 태세 전환에 나선 정치인도 있다. 호주 총리를 지낸 케빈 러드 현 주미 호주대사는 과거 트럼프를 비판했던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삭제했다고 한다.
CNN은 "상당수 세계 지도자들이 내년 1월 트럼프가 취임하기 전 회동 일정을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 세계 지도자들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모델'을 따르고, '앙겔라 메르켈 모델'을 피하고 있다고 짚었다.
아베 전 일본 총리는 지난 2016년 트럼프의 승리가 확정된 지 불과 며칠 만에 황금색 골프채 선물을 들고 트럼프타워를 찾아 그를 만났다. 트럼프는 임기 내내 아베를 '환상적 친구'라고 부르며 각별한 관계를 유지했다. 당시 아베의 뉴욕행 결단이 동맹마저 거칠게 압박했던 트럼프를 사로잡아 일본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완화했단 해석이 나왔다. 반면 메르켈 전 독일 총리는 트럼프와 '앙숙'이라 불릴 정도로 국제사회의 주요 사안을 두고 충돌했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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