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클리에 변화 가져온 K팝…“여러 장르 섞인 K팝, 학생들 열린 자세 갖게 해”
“가사가 무슨 내용이었나요?” “학창 시절에 그냥 우리라서 좋았다는 내용을 담았어요.” “좋아요. 그걸 생각하면서 노래를 불러보세요.”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CJ아지트 광흥창에선 청소년 음악 동아리 네 팀이 무대에 섰다. CJ 나눔재단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문화동아리’에서 음악 활동을 하는 학생들이다. 직접 만든 창작곡을 연주하고 부르는 학생들의 얼굴엔 긴장감이 역력했다. 이들의 무대에 대한 코칭에 나선 버클리음대 샤릭 하산 교수는 학생들의 무대를 유심히 봤다.
“아주 좋아요”를 연발하던 하산 교수는 베이스를 강약을 조절하며 연주해볼 것, 드럼을 칠 때 메트로놈(박자기)을 사용해 일정한 박자를 유지해볼 것 등 세밀한 피드백을 계속 제시했다. 학생들은 그의 피드백을 곧잘 수용하며 점차 곡의 완성도를 높여나갔다. 이어 클레어 림 교수는 학생들에게 EDI(전자 디지털 악기)를 소개하며 체험해볼 수 있도록 했다.
CJ아지트 광흥창은 학생들의 열정과 교수진에서 느껴지는 설렘으로 공기가 뜨거웠다. 하산 교수는 “학생들이 생각보다 너무 잘해서 깜짝 놀랐다. CJ문화재단과 CJ나눔재단을 통해 청소년 문화동아리 아이들에게 이런 뜻깊은 경험을 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CJ×버클리 마스터클래스’는 CJ문화재단과 미국 버클리음대가 2011년부터 이어온 파트너십을 토대로 올해 처음 진행됐다. 버클리는 매년 40여개국을 직접 방문하고 오디션을 통해 입학생을 선발한다. 그 일환으로 한국을 찾은 교수진은 2016년부터 ‘CJ×버클리 콘서트’를 열어왔다. 올해는 인도 출신의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샤릭 하산 교수와 싱가포르 출신의 음악 기술자이자 ‘돌트릭’이란 예명으로 활동 중인 일렉트로닉 장르 뮤지션 클레어 림 교수가 한국을 찾았다.
같은 날 CJ아지트 광흥창에서 만난 두 교수와 이야기를 나눴다. 미국과 한국에서 한국 학생들을 만나본 두 사람에게 한국 학생들의 특성이 무엇인지 묻자 유연성, 열린 자세라는 답이 돌아왔다. 하산 교수는 “한국 학생들은 기술, 이론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며 “특히 연주에 대한 태도가 좋다. 한국 학생들이 다양한 음악을 많이 들어서 그런지, 다른 학생들에 비해 음악에 대한 유연성이 좋은 편”이라고 했다.
이런 특성은 다양한 장르를 하나의 음악에 녹여내는 K팝의 특성과도 맞닿아있는 듯했다. 두 교수는 다양한 것들을 하나로 모아 어울리게 만드는 게 ‘K팝 스타일’이라고 정의했다. 팝과 알앤비, 랩, EDI에 춤까지 겸비된 하나의 작품에 프로듀싱이 많이 된 보컬과 역할 분담까지 얹어진 게 K팝이라는 말이다. 국경과 문화를 넘나드는 K팝의 특성이 버클리 내에도 변화의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두 사람은 입을 모았다.
림 교수는 “한국 학생들이 한국의 음악을 보스턴으로 가져오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 교수들도 K팝을 함께 배우며 수업하고, 비한국인 학생들이 K팝 곡을 가져와 이런 곡을 프로듀싱하고 싶다고 말한다”며 “K팝의 위상이 달라지면서 버클리 학생들도 다양한 장르에 대한 도전에 열린 자세를 갖게 됐다. K팝뿐 아니라 라틴 음악 같은 다양한 장르도 시도하는 걸 보고 있다. K팝이 다양한 장르를 사용하는 곡이라서 가능한 일”라고 말했다. 20여년 전부터 K팝을 들어온 림 교수는 이런 변화를 더욱 크게 체감한다며 웃었다.
경계가 점차 희미해지고 있는 대중음악이 앞으로 어떤 형태가 될 것이라 보는지 두 교수에게 물었다. 그러자 두 사람은 최근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블랙핑크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함께 부른 ‘아파트’를 예로 들었다.
하산 교수는 “브루노 마스는 마이클 잭슨처럼 퍼포먼스와 음악성, 대중성을 모두 결합한 아티스트”라며 “그런 아티스트가 K팝에 발을 담가 로제와 협업한 건 우연이 아닌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림 교수는 “둘의 협업이 미래 대중음악에 대한 힌트가 됐으면 한다”며 “이런 협업이 더 많아짐으로써 음악이 발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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