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생 중국 신예를 제압하라, 신진서 삼성화재배 경계령

손민호 2024. 11. 1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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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11일 개막


2024 삼성화재배가 11일 개막한다. 한국 신진서 9단이 지난해 중국에게 빼앗긴 우승컵을 되찾아올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은 2022 삼성화배재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신진서 9단.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202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본선이 11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2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2024 삼성화재배는 여느 국제대회와 달리 본선 32강전부터 결승전까지 한달음에 치러진다.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경기도 고양시 삼성화재 글로벌 캠퍼스에서 선수 전원이 합숙하며 최후의 승자를 가린다.

올해 삼성화재배를 전망한다. 관전 포인트는 냉정히 말해 하나다. 한국 바둑의 희망 신진서가 중국의 인해전술을 물리치고 중국에 내줬던 우승컵을 되찾아올 수 있느냐다. 올해도 우리의 희망은 신진서다.


2024년 마지막 세계대회


김영옥 기자
삼성화재배는 세계 바둑계의 한 해를 마무리하는 대회다. 해마다 11월에 열려 11월 중에 최종 승자를 가린다. 올해 치러진 메이저 세계대회 결과를 보자. 세계 최강 신진서가 LG배와 란커배를 거머쥐면서 유일하게 2관왕에 등극했고, 중국(리쉬안하오, 몽백합배)과 일본(이치리키 료, 응씨배)이 한 명씩 챔피언을 배출했다. 신진서가 삼성화재배까지 차지하면 올해 3관왕을 달성한다. 신진서의 해로 시작해 신진서의 해로 끝난다.

2024 삼성화재배 본선 32강은 12, 13일 양일간 진행된다. 대진표는 11일 오후 개막식이 끝난 직후 조 추첨에서 정해진다. 본선 32강전에 출전하는 선수는 한국 12명, 중국 16명, 일본 2명, 대만 1명, 태국 1명이다. 한국이 주최하는 대회여서 한국이 중국보다 국가 시드를 2장 더 받아 4명이 본선에 직행했지만, 중국이 한국보다 본선 진출자가 4명 더 많다.

코로나 사태로 중단됐다가 올해 부활한 통합예선에서 중국에 일방적으로 밀린 영향이 컸다. 지난 8월 치른 통합예선에서 시니어조에 배당된 2장(유창혁, 최명훈)과 여자조 2장(최정, 김은지)을 한국이 모두 가져왔지만, 일반조에서 참패에 가까운 성적을 기록했다. 한국은 2명(강동윤, 안정기)만 예선을 통과한 반면, 중국은 11명이나 본선에 진출했다. 통합예선 한중전 총전적 22승77패. 22%의 승률이었다. 중국이 한국보다 선수층이 두텁다는 통설이 여기서도 입증됐다.

■ 2024 삼성화재배 본선 32강 선발 방식

「 - 전기 시드 4명 : 전기 대회 4강 진출자
- 국가 시드 9명 : 한국 4명, 중국 2명, 일본 2명, 대만 1명
- 통합예선 18명 : 일반조 13명, 시니어조 2명, 여자조 2명, 월드조 1명
- 와일드카드 1명 : 후원사 추천

■ 2024 삼성화재배 32강 출전 선수 명단

「 한국(12명) : 박정환(대회 시드), 신진서, 변상일, 신민준, 김명훈(국가 시드), 강동윤, 안정기(통합예선 일반조), 최정, 김은지(통합예선 여자조), 유창혁, 최명훈(통합예선 시니어조), 설현준(와일드카드)
중국(16명) : 딩하오, 셰얼하오, 쉬자양(대회 시드), 리쉬안하오, 구쯔하오(국가 시드), 당이페이, 왕싱하오, 커제, 롄샤오, 셰커, 탄샤오, 천셴, 진위청, 판인, 천정쉰, 한이저우(통합예선 일반조)
일본(2명) : 이치리키 료, 시바노 도라마루(국가 시드)
대만(1명) : 쉬하오훙(국가 시드)
태국(1명) : 퐁사칸 솔나라(아마6단, 통합예선 월드조)

2024 삼성화재배 본선 32강에 진출한 선수 중 최고령자는 통합예선 시니어조를 통과한 유창혁(58)이고, 최연소 기사는 여자조의 김은지(17)다. 월드조를 통과한 태국의 퐁사칸 솔나라는 유일한 아마추어 선수다.

올해 본선 진출 선수 중 역대 삼성화재배 우승자는 6명이다. 유창혁(2000년), 커제(2015, 2016, 2018, 2020년), 구쯔하오(2017년), 박정환(2021년), 신진서(2022년), 딩하오(2023년). 이세돌과 함께 삼성화재배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한 커제의 선전이 눈에 띈다. 올해 삼성화재배는 29번째 대회다. 여태 한국이 14회, 중국은 12회, 일본이 2회 우승했다.


한국의 희망 신진서


한국 바둑의 희망이자 세계 최강 바둑기사 신진서 9단.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한국의 우승 가능성은 신진서의 활약 여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진서와 다른 한국 선수의 성적 차이가 너무 크다. 올해 승률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신진서는 2020년 1월부터 59개월째 국내 랭킹 1위를 지키고 있다. 11월 현재 신진서의 랭킹 점수는 1만371점으로, 2위 박정환(9975점)과 396점 차이가 난다. 1위와 2위의 점수 차이가 2위와 14위(한승주·9592점)의 차이(383점)보다 크다. 신진서는 그야말로 독주 중이다.

신진서는 올해 부침을 겪었다. 대회마다 기복이 있었다. 올해 승률도 84.72%(61승11패)로, 국내 랭킹 1위에 오른 2020년 이후 두 번째로 승률이 낮다(2021년 82.47%). 연초에는 기세가 등등했다. 1월에 개인 통산 3번째로 LG배를 들어 올렸고, 2월에는 농심배에서 기적의 6연승을 거두며 한국의 역전 우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신진서는 3월 춘란배에서 16강 탈락했고, 5월 LG배 16강에서 당시 국내 랭킹 20위였던 한상조에 패했고, 7월 응씨배 16강에서 또 떨어졌다. 3개의 세계대회에서 잇달아 16강 탈락하자 신진서가 슬럼프에 빠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다행히도 신진서는 바로 일어섰다. 8월 열린 란커배 결승전에서 지난 대회 결승 상대 중국 구쯔하오를 상대로 통쾌한 설욕전을 펼쳐 우승컵을 빼앗았다. 지난 6일에는 제1회 난양배 4강에서 승리해 내년 초 열릴 예정인 결승전 티켓을 확보했다. 신진서가 다시 기세를 탄 건 분명해 보인다.

걱정되는 건 체력이다. 삼성화재배는 32강전부터 결승전까지 매일 경기가 열린다. 신진서가 우승하려면 최소 10일간 6번 대국을 치러 모두 이겨야 한다. 3전2승제 결승에서 1패를 한다면, 11일간 7번 시합에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체력 소모가 큰 대회인데, 올해는 변수가 추가됐다. 올해 신설된 난양배가 하필이면 삼성화재배 직전에 개최됐다. 지난 2∼6일 중국 청두(成都)에서 32강전부터 4강전까지 진행됐는데, 신진서는 5일간 네 경기를 치러 다 이겼다.

7일 귀국한 신진서에게 몸 상태를 물었더니 “컨디션이 좋지는 않지만 문제될 정도는 아니다”는 답이 돌아왔다. 신진서는 이어 “연이어 열리는 난양배와 삼성화재배에 각오가 남달랐다”며 “난양배 결승 진출은 잊어버리고 삼성화재배 우승만 보고 열심히 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 2024 삼성화재배 일정

「 11월 11일 : 개막식. 32강 대진 추첨식
11월 12, 13일 : 32강전. 13일 경기 이후 16강 대진 추첨식
11월 14, 15일 : 16강전. 15일 경기 이후 8강 대진 추첨식
11월 16, 17일 : 8강전. 17일 경기 이후 4강 대진 추첨식
11월 18, 19일 : 4강전
11월 20, 21, 22일 : 결승전(3전2승제). 1승1패일 경우 22일 최종전. 최종전 이후 시상식
※ 대회 장소 : 경기도 고양시 삼성화재 글로벌 캠퍼스
※ 상금 : 우승 3억원, 준우승 1억원
※ 경기 규칙 : 흑 6집반 공제, 제한시간 각 2시간, 1분 초읽기 5회


2004년생을 조심하라


중국의 신예 강자 왕싱하오. 2004 삼성화재배에서 신진서의 가장 강력한 상대로 지목됐다. 한국기원
신진서가 경계해야 할 선수는 누구일까. 올해도 바둑TV에서 삼성화재배 해설을 맡은 박정상 9단에게 ‘요주의 중국 선수’를 추천받았다. 본선에 16명이나 오른 중국은 1위 양딩신을 제외하고 2위부터 9위까지 상위 랭커가 총출동했다. 중국 선수 16명 중 박정상 해설위원은 3명을 경계대상으로 꼽았다.

우선 중국 2위 리쉬안하오. 현재 최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특히 5월 우승컵을 가져간 몽백합배에서 초일류 기사의 실력을 발휘했다. 신진서와의 상대전적은 2승2패로 팽팽하다. 또 다른 경계대상 선수는 2004년생 진위청이다. 진위청? 한국 바둑 팬에겐 생소한 이름이다. 중국 랭킹도 21위로 최정상 기사로 보기도 어렵다. 그러나 진위청은 최근 중국바둑리그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대회부터 올해 대회까지 파죽의 19연승을 올렸다. 신진서와는 2022년 한 번 만났고, 신진서가 이겼다.

박정상 해설위원이 꼽은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은, 또 하나의 2004년생 왕싱하오다. 중국에서 일찍이 차세대 선두주자로 꼽은 천재 기사로, 신진서도 오래전 왕싱하오를 “껄끄러운 상대”로 인정한 바 있다. 현재 중국 랭킹은 6위. 신진서와의 상대전적은 1승1패다. 지난해 삼성화재배 32강에선 신진서가 쉽게 물리쳤지만, 지난 7월 열린 응씨배 16강에선 신진서가 무기력하게 패했다. 왕싱하오는 공교롭게도 지난주 열린 난양배 4강에서 신진서와 나란히 승리해 결승에 진출했다. 왕싱하오가 결승 상대로 정해지자 신진서는 “언젠가 결승전에서 붙어야 할 상대”라고 말했다.

2023 삼성화재배에서 우승한 중국의 딩하오 9단. 한국기원

이들 세 선수 말고도 중국에는 강자가 즐비하다. 지난 대회 우승자 딩하오와 지난 대회 8강에서 신진서의 대마를 잡은 셰얼하오도 있고, 삼성화재배 4회 우승의 커제도 건재하다. 특히 커제는 이번 삼성화재배에서 중국 국가 시드를 못 받자 자비로 통합예선에 출전해 본선 진출권을 따내는 투지를 보였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올해 LG배 결승에 진출한 국내 랭킹 3위 변상일과 지난해 삼성화재배에서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4강에 오른 국내 랭킹 2위 박정환을 기대해볼 만하다. 일본은 일본에 최초로 응씨배를 안긴 이치리키 료의 선전을 기대한다.

삼성화화재배는 중앙일보가 주최하고 삼성화재해상보험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관한다. 상금은 우승 3억원, 준우승 1억원이다. 모든 경기는 정오에 시작한다. 흑 6집반 공제. 각자 제한시간 2시간, 1분 초읽기 5회가 주어진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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