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이대한, 투어 데뷔 15년만에 감격의 첫승…“우승없는 선수들에게 희망이 되길 바란다”

정대균 2024. 11. 10.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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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시즌 최종전 KPGA투어 챔피언십 우승
10일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 사이프러스 골프&리조트 동-남코스에서 끝난 KPGA투어 2024시즌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승을 거둔 이대한. KPGA

이대한(33·L&C BIO)이 투어 데뷔 15년만에 감격의 생애 첫 승을 거뒀다.

이대한은 10일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 사이프러스 골프&리조트 동-남코스(파71)에서 열린 KPGA투어 2024시즌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11억 원)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보기는 1개로 줄이고 버디 6개를 잡아 5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합계 18언더파 266타를 기록한 이대한은 장유빈과 송민혁(20·CJ)의 추격을 3타 차이로 뿌리치고 감격의 생애 첫 승을 거뒀다. 우승 상금 2억2000만 원을 획득한 이대한은 지난주까지 31위였던 상금 순위를 9위(4억2433만1460원)로 끌어 올린 채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대한은 전날 3라운드에서 7번홀(파3·212야드)에서 행운의 홀인원을 잡아 7800만 원 상당의 생체보석 비아젬 13캐럿을 부상으로 받았다. 이 홀인원을 앞세워 공동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들어갔다.

그는 전반 9홀을 마쳤을 때만 해도 장유빈에 3타 차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후반 들어 14번 홀(파5)까지 버디 3개를 잡아 끈질기게 추격전을 펼친 이대한은 장유빈이 15번 홀(파4)에서 두 번째샷 실수로 더블보기를 범하면서 1타 차 선두로 올라서며 승기를 잡았다.

딸 소이와 아내로부터 축하를 받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대한. KPGA

16번 홀(파3)과 17번 홀(파4) 연속 버디로 살얼음 같은 1타 차 리드를 유지하던 이대한은 장유빈이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티샷이 OB가 나는 바람에 2타를 잃게 되자 침착하게 파퍼트를 성공시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경기를 마친 뒤 이대한은 “오랜 시간이 걸려 우승했다. 많은 분들의 도움과 응원으로 우승했다”라며 “나는 결코 스타 플레이어는 아니다. 골프가 직업인 세 돌을 앞둔 아이(소이) 아빠다. 이번 우승이 향후 투어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올 시즌 대세로 떠오른 장유빈과의 맞대결에 대해 “긴장을 거의 하지 않았다. 전반에 이미 3타나 뒤져 있어 긴장감은 전혀 없었다”라며 “그러다 15번 홀에서 (장)유빈이가 실수로 더블보기를 하면서 긴장감이 확 몰려왔다”고 긴박했던 순간을 뒤돌아 보았다.

시종일관 리더보드를 안보다 18번 홀 그린에 도착하면서 처음 봤다는 이대한은 “내가 (장)유빈이를 위로할 형편은 안됐다”며 특유의 입담을 늘어 놓은 뒤 “대신 유빈이가 경기를 마친 뒤 재미있는 경기였고 멋진 플레이였다고 축하해주었다”고 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 아버지 캐디와 함께 생애 첫 승을 거두는 감격을 누렸다. 우승이 결정된 순간 “아버지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는 이대한은 “아버지가 올해 3차례 캐디백을 맸는데 성적이 모두 좋았다. 아버지가 화이트 티에서 3언더 정도 치는 수준급 골퍼여서 헷갈린 부분에서는 조언을 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아버지 이창식씨(61)는 전남 목포에서 아들이 태어나기 1년전에 상하수도 준설업을 하는 대한건설을 창립해 운영하고 있다. 아들의 이름은 회사명에서 따온 것이다.

이대한은 올 시즌 성적이 좋아진 이유를 브룸스틱 퍼터로 꼽았다. 그는 “퍼터를 바꾸고 나서 성적이 좋아졌다. 오늘 그린 스피드가 어제보다 느리다고 생각했는데 많이 짧았다”라며 “아버지가 좀 자신있게 하자고 해서 자신있게 했더니 좋아졌다”고 우승의 공을 아버지에게로 돌렸다.

사이프러스 골프&리조트 민규영 대표이사로부터 명예 회원증을 받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대한. KPGA

이대한은 2009년에 투어에 데뷔했으나 이렇다할 성적이 그동안 없었다. 투어 카드를 잃었다가 획득하는 걸 반복했다. 그래서 투어 15년 차이지만 이번 대회가 134번 출전이었다. 2011년에는 일본에서 잠시 활동하다 샐패했다. 군 전역 이후에는 모든 시드를 잃고 급기야 2015년에 중국투어로 진출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그만 둘까도 생각했다”면서 “중국에서의 경험을 많이 쌓고 국내 돌아왔다. 그런 것들이 쌓여 우승까지 하게 됐다”고 지난날을 뒤돌아 보았다.

그는 후배들에게는 사람 좋은 ‘대한이형’으로 통한다. 이대한은 “나는 비거리가 많이 나는 편이 아니다. 남들 9번 아이언 칠 때 7번 아이언을 잡은다”라며 “그런 점에서 후배들에게 계속 하다 보면 좋은 결과 얻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줄곧 얘기해 왔다. 그런 내가 우승했다. 후배들에게 열심히 하다보면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조언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즐겁게 살자’라는 생각으로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는 이대한은 “선수 소개 때 대부분 선수가 1승 이상 한 것으로 소개되는데 나는 그냥 ‘이대한’로만 소개됐다”라며 “이제 우승했으니까 자신감을 얻었다. 내년에는 내 플레이에 집중하다 보면 좋은 성적 거둘 수 있을 것 같다. 통산 10승을 거두고 선수 생활을 마치는 걸 목표로 삼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서귀포=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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