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미만 SNS 전면금지" 초강경 호주, 그 뒤엔 '아이들 죽음' [팩플]
10대들의 소셜미디어(SNS) 사용이 중독 및 각종 범죄로 이어지면서 국가와 기업들은 자체 보호망을 강화하고 있다. 호주는 세계 최초로 청소년의 SNS 이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기로 했고, 인스타그램·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는 전 세계 청소년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무슨 일이야
지난 8일(현지시간) 호주 8개 주 정부는 청소년의 SNS 사용을 금지하는 국가 계획을 만장일치로 지지하기로 했다. 전날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기자회견을 열고 “과도한 SNS 사용으로 청소년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 금지법을 이달 중 국회에 발의하겠다”고 밝혔는데, 이에 대한 주 정부 차원의 공감대를 이룬 것이다. AP에 따르면, 법안은 2주 내에 의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호주가 추진하는 청소년 SNS 금지법이 시행되면, 보호자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16세 미만 청소년은 SNS 계정을 사용할 수 없다. 만약 이들이 인스타그램·페이스북·엑스(X)·틱톡 등 SNS를 사용할 경우, 책임은 보호자가 아닌 SNS 기업에 지운다. 호주 정부는 기업이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접근을 막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했는지 점검하고,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배경은
호주 뿐 아니라 프랑스·노르웨이 등에서도 청소년의 SNS 이용을 금지 또는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한창이다. SNS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악영향이 수면 위로 속속 드러나고 있어서다. 지난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선 7개 가족이 틱톡에 집단 소송을 제시했다. 이들의 딸 7명 중 2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4명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며 1명은 거식증 앓고 있는데, 원고들은 틱톡이 자살·자해·섭식 장애를 조장하는 수많은 영상을 아이들에게 노출했다고 주장했다.
메타, ‘10대 계정’ 도입
메타는 18세 미만 청소년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하는 ‘10대 계정(Teen account)’을 미국·캐나다·영국·호주 등 4개국에 지난 9월부터 도입했다. 비공개인 10대 계정은 팔로워가 아닌 사람이 콘텐트를 보거나 DM(개인 메시지)을 보낼 수 없다. 또 알고리즘이 선정적·폭력적 또는 자살·자해에 관련한 콘텐트를 추천하지 않는다.
한국에는 내년 1월부터 ‘10대 계정’이 적용된다. 국내 시행을 앞두고 지난 5일 서울 강남구의 메타코리아 오피스를 찾은 프리앙카 발라 아시아태평양 안전 정책 총괄은 “수년 간의 연구를 통해 같은 10대라도 연령에 따라 정신 발달 정도가 다르다는 인사이트를 얻었다”면서 “13~15세와 16~17세 연령대별로 안전성 정책을 다르게 적용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16세 미만이 10대 계정 설정을 끄려면 보호자의 허락이 있어야 하지만, 16세 이상은 스스로 10대 계정 설정을 끌 수 있다. 다만 보호자들은 언제든 감독 기능을 켜고 이들의 사용 시간 등을 제한할 수 있다.
해결해야 할 것들
다만 이러한 정책들이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틱톡은 18세 미만 청소년이 60분 이상 서비스를 사용할 시 자동으로 잠금 화면이 나타나게끔 제한을 뒀지만, 비밀번호만 다시 입력하면 이어서 이용이 가능해 유명무실한 대책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의도적으로 연령을 속여 10대 계정 등 청소년 보호 방안을 우회하는 경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발라 총괄은 “‘성인 분류기(Adult Classifier)’라는 자체 소프트웨어 기술로 이용자의 프로필·팔로워 목록, 상호작용 행태 등을 확인해 연령을 추정할 수 있다. 일례로 생일 축하한다는 게시물을 통해 이용자의 연령을 예측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존 연령을 바꾸려고 할 때 AI 얼굴 인식 기술을 도입하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희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연령 확인은 다양한 기술로 보완이 가능하겠지만, (데이터) 프로파일링 등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딜레마적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염두해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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