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었냐' 마지막 전화일 줄은"…금성호 사망 동갑내기 비극
“설마, 설마 했는데 그 배가 금성호일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 했습니다.”
10일 오후 2시 30분 경남 통영 숭례관 장례식장. 이곳은 지난 8일 오전 4시 31분쯤 제주시 비양도 북서쪽 24㎞ 해상에서 침몰한 부산 선적 대형선망 금성호에 타고 있다 사망한 기관원 한모(58)씨의 빈소가 마련된 곳이다.
빈소에서 만난 한씨의 아내 박모씨는 “사고 당일 새벽에 전라도에 있던 지인이 제주 해역에서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전해줘 혹시나 하는 마음에 티브이를 보며 제발 금성호가 아니길 빌었다”며 “조금 뒤 사고 배가 금성호라는 소식을 듣고는 온몸에 힘이 빠져 한동안 넋이 나가 있었다”고 말했다. 2년 전부터 암 투병 중인 박씨는 항암 치료를 받고 있어 머리에 검은 두건을 쓰고 있었다.
유가족에 따르면 한씨는 금성호 승선 이전에는 거제 대우조선소(현 한화오션)와 통영 삼성중공업 등에서 배 외부에서 작업할 수 있게 발판을 만드는 이른바 ‘족장’일을 해왔다. 사고가 난 금성호에서 일한 지는 6~7년쯤 됐다고 한다. 그는 한해 열 달 가까이 바다에 나가 있었다고 한다. 한 달에 25일 정도 작업을 나갔다 5일간 집에서 쉬기를 반복하는 생활이었다. 평소에 과묵한 성격이었던 한씨는 가족과 함께 어울리는 시간도 자주 갖지 못했다고 한다. 유족들이 가장 안타까워하는 부분이다.
한씨의 3명의 자녀 중 부산대에 다니는 막내아들(23)은 “대학에 들어오고 군대에 갔다 오면서 서로 바쁘다 보니 지난 추석 때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뵈었다”며 “평소 만나면 무뚝뚝하셔도 바다에 나가시면 자주 전화해 애정 표현도 하셨는데, 사고 직전에 아버지께서 전화가 와서 ‘밥은 먹었냐, 건강 챙겨라’고 한 말씀이 마지막 대화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안타까워했다.
이곳에서 차로 30여분 거리에 있는 거제 백병원 장례식장에는 한씨와 동갑내기인 금성호 기관장 주모(58)씨의 빈소가 마련돼 있었다. 빈소에는 가족과 친지 등 10여명의 유족만 모여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주씨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누고 있었다. 주씨의 친구 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가끔 조문을 와 탄식을 내뱉기도 했다. 주씨는 거제수산고를 나온 뒤 30년 넘게 배를 탔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은 아내와 3명의 자녀가 있다고 한다.
주씨의 막냇동생은 “형님은 평소 과묵한 성격이어서 말수가 별로 없었는데 그래도 제가 막내다 보니까 형님이 만나면 '밥값 하라'고 돈도 주고 같이 목욕도 가자고 했던 마음이 따뜻한 분이었다”며 “형수님과 다른 가족들은 너무 갑작스러운 사고에 충격을 받아 경황이 없는 상황이라 대화를 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발인은 11일 오전으로 예정돼 있다.
한편 9일 오후 9시쯤 금성호 침몰사고 실종자 12명 중 처음 발견된 이모씨의 빈소는 부산 고신대학교 병원에 10일 마련된다. 이씨의 시신은 이날 오후 6시 45분쯤 제주에서 비행기 편으로 김해공항으로 도착한 뒤 곧바로 장례식장으로 운구될 예정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선사 측과 협의해 피해자들의 빈소를 유족들이 원하는 지역에 마련하고 있다”며 “특히 유가족들이 불편한 것이 없도록 전담 공무원을 1대 1로 배치하는 등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거제·통영=위성욱 기자 we.sung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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