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주지사들 ‘반트럼프’로 존재감 키운다

김이현 2024. 11. 1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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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환경 퇴보 막는다…캘리포니아 ‘선봉’
일리노이·뉴욕 등도 추방 등 막을 태세
미시간·펜실베이니아 등은 관망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가 백악관으로 돌아오자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이 낙태·이민·환경 문제 등에서의 후퇴를 막기 위한 체계 구축에 나섰다. 특히 의회까지 공화당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민주당 주지사들은 차기 대권을 두고 ‘반트럼프’ 움직임을 통해 존재감을 더 키우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7일(현지시간) 12월 중으로 주의회 임시회 소집을 긴급하게 요청했다. 트럼프가 취임하기 전 이민, 환경, 성소수자 권리·낙태 문제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뉴섬 주지사는 성명을 통해 “캘리포니아에서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자유가 공격받고 있으며 우리는 가만히 앉아있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취임 후 예상되는 조치에 대응할 수 있도록 추가적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마이크 맥과이어 주 상원의장도 “캘리포니아가 항복하고 트럼프의 디스토피아적 비전을 받아들이기엔 너무 멀리 왔고 많은 것을 성취했다”며 지원 의사를 밝혔다.

캘리포니아주는 앞서 트럼프의 첫 임기 때도 트럼프 저항 거점 역할을 했다. 대기 오염, 이민, 총기 규제, 의료 등 행정부의 조치에 도전하는 120건 이상의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롭 본타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은 “우리는 몇 달간 전국 주 법무장관들과 협의하며 트럼프 당선 가능성에 대비해 준비, 계획을 수립해왔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에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트루스소셜 계정을 통해 뉴섬 주지사를 뉴스컴이라고 비하하며 “우리의 아름다운 캘리포니아를 죽이려 하고 있다”며 “트럼프 방지라는 용어를 캘리포니아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막는 데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 AP뉴시스


하지만 다른 민주당 주지사들도 행동에 나서고 있다.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는 낙태를 위해 찾아오는 여성을 보호하고 환경 정책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연방정부 보조금을 이민 문제에 연계시킬 땐 법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모라 힐리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트럼프 정부가 이민자 대량 추방 계획을 강행할 경우 주 사법 당국에선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언했다.필 머피 뉴저지 주지사도 대량 추방 가능성에 대해 “우리의 가치에 어긋난다면 우리는 죽을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제 국가인 미국에선 주지사의 권한이 상대적으로 강한 편이다. 이 때문에 주지사들이 나서 트럼프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들 경우 해당 주에선 충분히 제동을 걸 수 있다. 배리 라베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대통령과 정당이 다른 주지사는 대통령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막거나 늦출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행정부뿐 아니라 상·하원도 공화당이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민주당은 ‘지도부 공백’ 상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퇴임하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대선에서 패배했으며 상·하원 지도자들도 소수정당 대표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어렵다. 주지사들이 빠르게 행동에 나서는 것도 이런 상황에서 4년 뒤를 내다보고 체급을 키우기 위한 목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CNN은 “야심이 많은 주지사들은 바이든이 물러났을 때와 달리 다음 대선에선 누구에게도 양보할 필요가 없다”며 “트럼프 정부 2기는 민주당 인사들에게 차기 대선을 앞두고 리더십을 보여줄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왼쪽)와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AP뉴시스


다만 트럼프와의 관계 설정에 있어 유보적 태도를 보이는 인사들도 있다.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는 “수도인 워싱턴 DC의 연방정부와 메릴랜드주는 얽혀있다”며 “필요하다면 백악관에 반대하겠지만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 곳에선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도 “트럼프가 그에게 투표하지 않았거나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을 포함해 사람들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이끌기를 바라겠다”며 “새 정부의 성공을 응원하고 일을 끝내기 위해 협력하자”고 주장했다.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도 “선거가 끝났으니 함께 일하고 타협하며 통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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