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체육회장, 딸 친구 채용 비위 의혹"…정부, 수사 의뢰
‘체육대통령’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3선 도전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정부가 이 회장을 비롯한 대한체육회(이하 체육회) 간부와 직원 등 8명에 대해 비위 혐의가 있다고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공직복무점검단(이하 점검단)은 지난달 8일부터 지난 8일까지 진행한 체육회 비위 여부 점검 결과를 10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서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체육회의 직원 부정 채용(업무방해), 물품 후원 요구(금품수수), 후원 물품 사적 사용(횡령), 예산의 부적절한 사용(배임) 등 비위 혐의가 여러 건 드러났다.
이기흥 회장은 충북 진천에 있는 국가대표선수촌이 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자기 자녀의 대학 친구인 A씨를 뽑도록 부당하게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장이 선수촌 고위 간부에게 A씨의 이력서를 전달하는 한편, A씨의 채용이 가능하도록 국가대표 경력 및 스포츠전문지도자 자격 요건 완화를 여러 차례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자격 요건을 낮출 경우 전문성이 떨어지는 만큼 해당 직원의 연봉을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내부 보고를 묵살했고, 요건 완화를 반대하는 채용 담당 부서장을 다른 인물로 교체했다. 결국 완화된 자격 요건을 바탕으로 채용이 진행됐고, A씨가 최종 합격했다.
아울러 점검단은 이 회장이 오랜 친분이 있는 특정 스포츠 종목단체장 B 회장에게 국가대표 선수단 제공용 보양식과 경기복 구매 비용(8000만원)을 대신 납부하게 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이와 관련해 B 회장은 파리올림픽 관련 주요 직위를 요구했는데, 실제로 비용 지급 직후 B 회장이 해당 역할을 맡았다는 게 점검단의 설명이다.
이와 별도로 이 회장이 마케팅 수익 물품을 회장실로 배당받아 배부 대장 등에 기록하지 않고 지인들에게 나눠주거나, 다른 부서에 배정된 물품을 일방적으로 회장실로 가져와 사적으로 사용한 정황도 포착됐다. 아울러 이 회장은 98명으로 구성한 파리올림픽 참관단에 체육계와 관련이 없는 지인 5명을 포함하고, 이들에게 당초 계획에는 없던 파리 관광 등의 특혜도 제공했다. 참관단은 파리올림픽 기간 중 입장권 405매(1억8700만원)를 예매한 뒤 이후 사용하지 않은 잔여 입장권 75매(3215만원)를 환불 처리하지 않는 등 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으로 점검단은 이 회장이 업무와 관련해 부하 직원에게 폭언과 욕설을 하는 등 상습적으로 갑질을 한 정황을 확인해 관련자 11명과 함께 의법조치하도록 소관 부처(문화체육관광부)에 통보했다. 체육회 행정과 관련해서는 파리올림픽 해단식 장소를 일방적으로 변경해 발생한 예산 낭비, 출장 결재 등 절차를 거치지 않고 근무지 이외의 지역에서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것, 허위 증빙자료 작성을 통한 업무추진비 선결제 등의 문제점을 찾아내 시정을 요구했다.
점검단 관계자는 “이 회장과 체육회 일부 임직원들의 비협조와 방해로 인해 조사 과정에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면서 “대면 조사 회피, 업무용 컴퓨터 하드디스크 무단 제거, 자료 제출 거부, 연차 및 병가 무단 사용 등 도덕적 해이로 볼 만한 상황들이 속출했다”고 말했다.
국무조정실이 수사 의뢰 대상자로 규정하면서 이기흥 회장의 체육회장 3선 도전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현재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이 회장의 3선 연임 허용 여부를 심사 중인데, 수사 결과에 따라 범법 사실이 드러날 경우 차기 회장 선거 출마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체육회는 입장문을 내고 “점검단이 발표한 내용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민국 체육계는 시도체육회 및 각 종목단체, 선수, 지도자가 원 팀을 이뤄 여러가지 어려움을 극복하며 여기까지 왔다. 파리올림픽에서도 역대 최고의 성적을 냈다”고 언급한 체육회는 “국무조정실이 지적한 비위혐의 모두에 대해 보다 엄정한 재조사를 요청한다. 향후 어떤 조사에도 당당하고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체육회 관계자는 “이번 발표는 이기흥 회장을 비롯한 여러 종목단체장의 연임 심사를 이틀 앞둔 시점에 이뤄졌다”면서 “불법적 선거 개입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지훈·박태인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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