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6년 '전북 올림픽' 도전…강준만 "잼버리를 잘했어야지" [이슈추적]

김준희 2024. 11. 10.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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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가 지난 7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36년 하계 올림픽을 유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 전북특별자치도


김관영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성공…자신감 얻어"


"1% 가능성만 있어도 도전한다."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가 지난 7일 도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36년 하계 올림픽을 유치하겠다"고 공식 선언하면서 한 말이다. 이 자리엔 서거석 전북교육감을 비롯해 정강선 전북체육회장, 박노준 우석대 총장 등 도내 유관 단체장과 유인탁(레슬링)·임미경(핸드볼)·김동문·정소영(이상 배드민턴) 등 전북 출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4명도 참석했다. 지난해 8월 새만금 잼버리 파행으로 '국제적 망신'이란 오명을 쓴 전북자치도가 1년 3개월 만에 잼버리보다 행사 규모·위상이 훨씬 큰 올림픽을 개최하겠다고 나서자 도 안팎에선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 올림픽"이란 반응이 나온다.

김 지사는 이날 "지난달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면서 자신감을 얻었다"며 "전북이 가진 자원과 역량을 결집해 전통과 혁신이 어우러진 미래형 올림픽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경기장은 저탄소·저비용 건축 방식으로 설계하고, 전주월드컵경기장 등 기존 경기장 22곳을 활용해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겠다는 게 전북자치도의 구상이다. 소요 예산은 국비 2조278억원, 지방비 7360억원 등 10조2905억원, 경제적 파급 효과는 42조원으로 추산했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한 각국 대원들이 지난해 8월 8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대회장에서 조기 철수하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에 이어 태풍 '카눈'이 한반도에 상륙할 것으로 전망되자 정부와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이날 버스 1014대를 동원해 156개국 3만7000여명을 수도권 등 전국 8개 시·도로 대피시켰다. 뉴스1


'88올림픽' 서울시, 2년 전부터 준비


도는 오는 12일까지 대한체육회에 유치 신청서를 낼 예정이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엔 회의적 시각이 우세하다. 국내 경쟁 상대가 88올림픽을 치른 서울시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미 2년 전부터 올림픽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전북자치도의 '공동 개최' 제안도 거절했다.

이와 관련, 김 지사는 "지난해 6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을 만난 뒤 (올림픽 유치 관련) 구체적 얘기를 했다"며 "잼버리가 끝나고 바로 추진하려다가 잼버리가 그렇게 되는 통에 올림픽을 유치하겠다고 하면 미친X이라고 할 거여서 공개를 조금 보류했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2024 파리올림픽 기간인 지난 7월 31일~8월 3일에도 현지에서 이 회장을 만나 "(올림픽 유치에) 도전하겠다고 얘기했다"고 했다. 다만 '이 회장이 도와주겠다고 했냐'는 물음엔 "열심히 잘 협의하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해 8월 4일 전북 부안군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장을 찾아 화장실 변기 상태 등 시설물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잼버리 교훈으로 외려 올림픽 더 잘 준비"


그러면서 김 지사는 "서울시에서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하진 않겠다"며 "일단 자체적인 역량을 갖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최대치로 우리가 가진 운동장을 다 조사해 국제 경기를 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했고, 광주시장·충남지사·대전시장과도 협력하기로 했다. 프레젠테이션(PT)은 내가 할 것"이라고 했다.

잼버리 파행 영향에 대해선 "잼버리는 청소년 행사이자 자연 영향을 많이 받는 야외 행사라 올림픽과 근본적으로 대회 성격·조건이 다르다"며 "외려 잼버리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미리 철저히 준비하면 더 잘할 수 있다고 본다"고 일축했다. 잼버리 파행의 최대 원인으로 지목된 화장실 부족·위생 문제가 올림픽에선 있을 수 없고, 폭염·태풍 등 외부 자연환경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란 게 김 지사의 설명이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가 지난 8일 전북대 언론인회 초청으로 전북대 인터내셔널센터에서 '지방 소멸,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란 주제로 강연한 뒤 홍인철 연합뉴스 전북취재본부장 등과 토론하고 있다. 사진 전북대 언론인회


강준만 "잼버리 실패 책임 전북은 없나"


그러나 '전북 올림픽'에 대해선 지역 안에서도 부정적 시각이 적지 않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8일 전북대 언론인회 초청 강연에서 "어제 TV를 보다가 전북이 하계 올림픽을 해보겠다고 해서 누가 듣는 것도 아닌데 '아니 잼버리를 잘했어야지. 서울이 하기 때문에 숟가락을 얹겠다? 잼버리를 하면서 그 저력을 보여주고 전북도 믿을 수 있네'(라고 했어야지 했다)"며 "그런데 (전북자치도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반감과 증오로 그냥 넘겨버렸다"고 지적했다. 이날 강연 주제는 '지방 소멸,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였다.

강 교수는 "(잼버리 실패는) 윤 정권 책임이고 거기가 비난받아 마땅한 것으로 결론이 난 것 같지만, 사실은 사람들이 말은 안 해도 '지방(전북) 사람들이 참 무책임하네'(라고 생각한다)"며 "무책임하다는 게 그 일이 일어난 것 플러스 그 이후 대처 방안인데 그때 우리 지역이 너무했다"고 했다. "원초적으로 (대회 조직위원회) 상층부의 컨트롤 타워가 여러 개로 분산됐기 때문에 (잼버리가) 엉망이 됐고 가장 큰 책임이 정권에 있다는 건 분명하지만, 이게 실패했을 때 법적·행정적 책임을 떠나 가장 큰 타격을 받고 괴로워할 사람이 누구인지를 고려하면 전북의 대응 방식은 반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 앞서 국민에게 사과하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김건희 욕하면 만사 오케이…지역·야당 망쳐"


이와 함께 강 교수는 "의사 증원 문제와 새만금공항 등 이슈 자체도 중요하지만, 유권자는 어떻게 재원을 조달하고, 그것을 해내느냐 하는 청사진과 알맹이를 보는 것 같다"며 "그런데 윤석열·김건희 두 분이 이상한 방식으로 지역을 더 망치고, 야당도 망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 (야당은) 정상적인 국정 운영에 일조해야 하고, 지역(지자체)도 자기 나름대로 (노력)해야 하는데 (윤 대통령 부부가) 자꾸 먹잇감을 던져준다"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무조건 윤석열·김건희 이름만 대고 '타도하자' '물러나라' '탄핵'만 외치면 만사 오케이 아니냐"라며 "이렇게 만든 가장 큰 책임자가 두 분이라는 점에서 제가 원망하는 포인트는 다르다"고 했다.

김관영 전북자치도지사가 지난 7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거석 전북교육감, 정강선 전북체육회장 등 도내 유관 기관 단체장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등과 함께 "2036년 하계 올림픽을 유치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사진 전북특별자치도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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