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그럼 SNS도 막을겁니까”… 나무위키, 與 맹폭에 강경대응

김지훈 2024. 11. 10.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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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위키 운영사 이메일 인터뷰
“나무위키 차단? SNS도 차단할 거냐” 반발
접속 차단 경고에 사실상 지속운영 예고
나무위키 웹사이트 캡처


가짜뉴스 진원지로 지목되며 정치권으로부터 연일 맹폭을 받고 있는 한국형 위키피디아(백과사전) 나무위키가 서비스 접속이 차단되더라도 영업을 지속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가짜뉴스 논란에 대해서는 “같은 논리대로라면 소셜미디어(SNS)도 차단해야 하나”는 취지로 강하게 반발했다. 나무위키의 국내 접속 차단이 필요하다며 강경 대응을 이어가고 있는 정치권과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나무위키 운영사 우만레에스알엘(umanle S.R.L.)은 지난 5일 국민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최근 여권으로부터 시작된 ‘나무위키 차단 검토’ 상황에 대해 “특정 국가에서 내부 문제로 인해 접속 차단을 실시한다고 해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은 없다”며 우리 정부의 조치에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 미디어특위는 지난 1일 나무위키가 가짜뉴스를 방치하고 있다며 국내 접속 차단 등 강력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접속 차단해도 운영 지속” 예고
나무위키 측은 “대한민국에서 서비스 접속이 차단된다고 해서 서비스를 중단할지, 지속할지에 대한 질문은 처음부터 성립할 수 없는 질문”이라며 “특정 국가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차단했다고 해서 그 서비스를 지속할 것이냐고 묻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사실상 접속 차단 조치가 이뤄진다고 해도 계속 나무위키를 운영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국민의힘이 지적한 나무위키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가짜뉴스 방치와 음란물 유통이다. 나무위키는 가짜뉴스를 방치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나무위키를 비롯한 위키피디아 등의 사용자 참여형 백과사전에 100% 옳은 주장만이 실리진 않는다. 그중에는 악의적인 목적을 가지고 가짜뉴스를 기반으로 한 문서를 작성하려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라면서도 “가짜뉴스가 올라올 수 있지만 사용자 상호 간의 자정 작용과 비판, 상호검증을 통해 거짓임이 밝혀져 퇴출당하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이어 “나무위키가 가짜뉴스 유통 통로라 주장하는 사람들은 가짜뉴스가 더욱 빠르게 확산하는 원천인 SNS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를 가지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며 “가짜뉴스의 부정확함을 지적하면 일방적으로 차단해 버릴 수 있는 SNS와 누구나 문서에 있는 가짜뉴스의 부정확함을 지적하고 수정할 수 있는 나무위키 중 어떤 경로가 더 많은 가짜뉴스를 유통하고 악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답은 명확하다”고 말했다. 음란물 유통 통로가 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나무위키는 직접적인 음란물 게시를 허용하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나무위키 투명화법을 발의 예고한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을 겨냥해서는 “대한민국 대법원 유죄판결이 내려진 사실을 두고, 자신을 음해하는 세력의 일방적인 주장이 적혀 있었다며 감정적인 이유로 나무위키를 공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국회의원은 나무위키의 임시조치 제도를 이용해 자신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는 나무위키 문서에서 불리한 사항을 삭제한 사실이 있다”며 이번 사태가 정치인에게 불리한 정보를 숨기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당 미디어특위 논평에서 “본인 관련 정보에 계속 허위 사실과 비방이 담겨 세 번이나 삭제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나무위키 측은 “대한민국이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국민의 기본권인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면서까지 나무위키 접속을 차단할 극단적인 방식을 선택할 국가는 아니리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나무위키 뭐길래 ‘뜨거운 감자’ 됐나
나무위키가 정치권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게 된 배경에는 방대한 양의 정보와 파급력이 있다. 기존에는 개별 사건에 대한 여러 언론 보도와 전언(傳言)을 종합해야 가능했던 정치인들에 대한 평가가, 나무위키에서는 클릭 한 번으로 이뤄진다. 김 의원 분석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나무위키 일일 페이지뷰(PV)는 최대 4500만뷰로, 웬만한 대형 언론사를 압도한다. 우만레에스알엘이 나무위키를 통해 벌어들이는 연간 순이익만 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우만레에스알엘은 한국 미디어계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정작 정확한 정체는 베일에 쌓여 있다. 국민의힘 설명에 따르면 나무위키 트래픽 대부분은 한국에서 발생하지만, 정작 본사는 파라과이에 있다. 이들은 오로지 이메일로만 소통하며, 국내에 법인이나 직원을 두지도 않는다. 나무위키 실소유주가 한국인으로 추정되지만 그 이상의 정보는 알려진 바 없다. 홈페이지에 ‘2016년 설립된,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에 있는 IT서비스 회사’라는 짤막한 소개 글이 있을 뿐이다.

특히 나무위키 소재지가 파라과이에 있다는 점에서 한국 사법권이 미지치 못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일고 있다. 김 의원에 따르면 나무위키는 법적 분쟁에 대해 “파라과이 법원에 제소하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개인이 나무위키를 상대로 제도적 구제를 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국내 기반을 둔 언론사나 웹사이트의 경우 각각 언론중재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피해 구제 역할을 맡고 있다.

‘나무위키 투명화법’ 반전 카드 될까
나무위키의 정보 기술 방식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나무위키는 회원가입만 하면 누구나 문서를 만들거나 수정할 수 있다. 개개인이 알고 있는 정보를 ‘집단지성’으로 모아 완성된 정보를 만든다는 취지다. 다만 ‘머릿수 싸움’이 특정 정보의 기술 방향을 결정하는 요인이 되는 탓에 종종 문서 기술 방향을 놓고 ‘고지전’이 벌어지기도 한다.이 같은 일을 막기 위해 운영진 자체적으로 터무니없는 내용에 대해서는 직권 삭제하거나 이용자들끼리 토론을 벌여 결론이 난 대로 문서를 기술하는 대안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나무위키에 접속할 시간이 많은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이런 상황에서 김 의원이 발의 예고한 나무위키 투명화법이 나무위키 운영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이 법은 나무위키가 국내 대리인을 두도록 강제하고, 불법 정보 유통을 방지하며 이에 대한 수익을 환수하도록 한다. 법안이 통과되면 이메일로만 소통하고 국내 규제에 따르지 않는 현행 시스템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정치권 차원에서 나무위키 접속 차단이라는 강경 대응에 나서기에는 반발 여론에 대한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우려된다. 영문판 위키피디아의 경우 이날 기준 전면 차단하는 국가가 중국·북한·미얀마 3개국에 불과하다. 일부 차단이 이뤄지는 곳(이란·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을 합해도 6개국에 그친다. 이처럼 표현의 자유가 극히 제한되는 국가와 함께 ‘위키 차단국’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올 수 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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