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전문가 "트럼프, 중국 압박 위해 한·미·일 협력 유지할 것"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동북아시아 정세와 한·미·일 관계, 미·일 관계엔 어떤 변화가 생길까. 일본 국제관계 전문가인 와타나베 쓰네오(渡部恒雄) 사사가와 평화재단 수석 펠로는 8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해온 한·미·일 3국 협력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 본인은 별로 관심이 없을지 모르지만, 그의 측근들은 대중 강경파가 많기 때문에 중국에 대한 ‘압박용 틀’로서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미·일 관계에 대해 와타나베 수석 펠로는 과거 트럼프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사이 형성했던 밀월 관계가 트럼프 2기에 재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은 이미 경험이 많은 반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는 국내 정치적 기반이 약한 점 등 당시와 사정이 다르다”며 “그(트럼프)와 일본만이 특별한 관계를 맺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이시바 총리는 젊은 시절 골프를 즐겼다고 한다. 골프를 통해 트럼프 당선인과의 소통 채널을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트럼프 승리의 가장 큰 요인은?
A : "물가상승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권자들이 바이든 정부를 심판한 것 같다. 지난달 치러진 일본 총선에서 자민당이 참패한 요인과 공통점이 있다고 본다."
Q : 트럼프가 처음 당선된 2016년, 아베 전 총리는 각국 정상 중 가장 먼저 미국을 방문해 그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이시바 총리는 한국·중국보다 트럼프 당선인과의 전화 통화가 늦었다.
"2016년 땐 트럼프는 외교를 해 본 적 없어서 경험이 풍부한 아베 총리가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현재 트럼프 당선인은 이미 경험을 쌓고 준비가 되어 있다. 한편 이시바 총리는 당시 아베 총리와 달리 국내적으로 정치적 기반이 약해 (외교에 힘을 쓸) 여유가 없다. 일본 정부는 당시와 같은 일을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와 일본만이 특별한 관계를 맺기는 어려울 것 같다."
Q : 이시바 총리는 국내 정치적 기반을 안정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말인가.
A : "그렇다. 그렇지 않으면 트럼프 당선인이 이시바 총리를 상대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거꾸로 트럼프의 재등장을 이시바 총리가 정권 기반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트럼프 정부는 일본에 방위비 증액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어려운 대미 관계를 안정화시켜야 한다는 위기감을 (야당 중 정치적 색채가 자민당과 비교적 비슷한)국민민주당과 일본유신회 등은 공유할 것이다. 이를 계기로 그들과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Q : 일각에선 트럼프 당선인과 이시바 총리의 '케미'가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A : "그건 실제로 만나봐야 알 수 있다. 이시바 총리는 사실 매우 껄끄러운 스타일로 알려졌던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과 궁합이 잘 맞았다고 들었다. (트럼프 당선인의 관심사인) 일본의 투자가 미국 경제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를 트럼프에게 요점만 쉽게 설명하면 이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상회담에선 아베 전 총리 당시의 통역을 다시 쓰는 것도 효과적일 것이다."
Q : 이시바 총리는 미·일 지위협정 개정에 의욕을 보인다. 미·일 간 현안이 될 가능성은?
A : "(미・일지위협정 개정에 대해)이시바는 총리 취임 후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일・미 관계를 우선순위가 매우 높다고 생각하는 정치인이기 때문에 트럼프와 좋은 관계를 구축하고 싶을 것이다. 이시바 총리는 젊은 시절 골프를 쳤다고 한다. 골프를 통해 트럼프와의 소통 채널을 만드는 것이 좋지 않을까. 다만 트럼프와 아베 전 총리의 관계가 좋았다고 해서 트럼프가 일본에 양보한 건 아니었다. TPP(다자 간 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서 탈퇴하거나 철강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도 했다. 개인적 관계에 따라 꼭 외교적으로도 유리하거나 불리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Q :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한·미·일 협력의 틀은 유지될 것인가.
A : "트럼프 당선인 본인은 별로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지난해 8월 캠프 데이비드 합의에 따른) 3국 정상회담 정례화는 유명무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트럼프의 측근들은 대중 강경파가 많기 때문에 중국에 대한 압박의 틀로서 실무적 차원에선 계속 유지될 것이다. 측근들은 중국과 대치하는 데 있어 한국을 끌어들이는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Q : 트럼프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다시 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은.
A : "트럼프 당선인은 기본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을 좋아한다. 남은 임기 동안 노벨평화상 수상에 걸맞은 업적을 만들고 싶은 명예욕도 있기 때문에 다시 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쉽게 (주목받을 수 있는) ‘무대’를 만들 수 있는 상대가 김정은이다. 북한의 비핵화는 이르지 못하더라도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와 북한을 떼어놓는 외교적 의미도 있다. 일・한 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에 감사하다'고 지지하면서 대북 공조의 틀로서 3국 정상회담 개최로 연결하는 전략을 그려야 한다."
도쿄=오누키 도모코 특파원 onuki.tomok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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