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야간노동은 더 위험하다
[류현철]
밤에 일하는 사람들이 늘며 소방, 의료 등 공공부문에서의 야간노동도 늘어났다. 어떤 이유로 야간노동을 하든, 야간노동은 건강과 안전에 영향을 미친다. 1960년대 말부터 교대제 문제는 생리적 리듬의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했으며, 체온 조절을 중심으로 한 야간노동의 부정적인 건강 영향에 대한 연구가 점차 등장했다. 1990년대에 이르러서는 일주기 리듬의 교란과 빛 노출과 관련된 멜라토닌 같은 호르몬이 이러한 문제에 관여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게 됐다.
드물지만 고정야간노동("permanent" or "fixed" night shift)에 대한 연구가 등장한 것은 이때부터다. 건강에 유해하지만 야간노동을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며, 이제 덜 나쁜 선택을 위한 연구가 시작됐다. 초기에는 교대주기, 수면시간, 일주기 리듬 조절, 건강과 주관적 만족도 등을 조사해 야간에 일을 해야만 한다면 아예 야간에만 일하는 게 덜 나쁜 선택일 수도 있다는 연구가 등장한다1). 생체리듬 조절에 일정한 시간이 필요한데 주간과 야간 노동을 번갈아 하는 것보다는 아예 밤에만 일하면(permanent night work) 이러한 리듬이 완전히 조절되지 않을까라는 추정에서였다.
그러나 이후 고정야간노동에 대한 연구는 매우 극소수(3% 미만)에서만 생체리듬이 완전히 조절될 수 있다는2) 결과를 보여주고 있으며, 메타분석을 통해서 주야맞교대나 3교대 근무자에 비해 고정야간 근무자들이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될 수 있는 이상지질혈증에 있어서는 가장 좋지 않은 결과를 보여준다는 것이 알려졌다3). 대만에서 표본 조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모든 교대 근무 유형 중에서 고정야간 근무를 하는 노동자가 수면 시간이 가장 짧고, 번아웃 점수가 가장 높으며, 불면증과 경미한 정신 질환의 유병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4).
▲ 수많은 노동자들이 건강 악영향에도 ‘고정야간’ 노동을 하고있다. 사진은 동서울우편집중국의 야간고정 노동자들. |
ⓒ 유청희 |
고정야간노동이 실제 다른 형태의 야간노동보다 '덜' 나쁘다고 이야기할만한 근거는 없다. 대부분 연구의 고찰에서 고정야간노동이라 할지라도 쉬는 날이든 사회활동에 필요한 부분이든 낮 동안의 활동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일주기 리듬을 완전히 야간노동에 맞춰 동조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러한 연구는 기본적으로 장시간 노동, 쉬는 날 부족, 시간 압박 등의 요인에 있어서 비교적 자유로운 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정야간노동의 위험성을 따지려면 야간노동의 방식만이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야간노동을 하는지를 검토해야만 한다.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보건실이 발표한 사례들을 보자. 육상운송 분야에서 근로기준법 59조 특례 대상인 물류센터에는 저녁 6시부터 새벽 4시까지 식사 시간 외에는 휴식 없이 일하는 야간 전담 노동자가 있다. 이들은 투잡이 가능하고, 새벽에 퇴근해 자녀를 등교시킬 수 있으며, 가산임금이 있어 이 일을 택했는데, 새벽배송 마감으로 인해 높은 노동 강도를 견뎌야 한다. 콜센터의 야간 전담 노동은 근로시간 상한으로 인해 휴식 시간을 형식적으로 길게 두었지만, 휴게시설은 열악하다. 콜센터 노동자들도 가산수당과 육아 등의 이유로 야간 전담을 선택하지만, 야간에는 인원이 적어 연차 사용이 어렵고 주취자의 전화 폭언으로 감정 노동이 심하며 이를 대처할 관리자도 없다.
공항 청소노동자들은 밤 9시 30분부터 다음날 아침 7시 30분까지 야간전담노동을 한다. 이들은 휴게공간도 있고 주간근무로 변경도 어렵지 않고 급여도 더 많다. 하지만, 낮에 이용객과 마주치는 것이 부담스러워 야간에 일하는 이 노동자들 중에는 연령대가 높고 야간노동이 더 해로울 수 있는 암,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들도 적지 않다. 택시 노동자들은 연령대가 높아 쉽게 피로감을 느끼지만, 야간에 이용객이 더 많기에 더 많이 배차되고 주간 근무 변경도 쉽지 않다. 할증이 붙는 야간운행이 수입도 높아 밤에 일한다.
결국 고정야간노동이 관리적 압박과 노동강도의 감소, 더 많은 쉬는 날의 보장이 충족되지 않거나 야간노동 이후에 주간에 육아나 가사노동, 혹은 부업 등으로 주간에 일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일주기 리듬의 교란이 일어날 경우에는 어떠한 교대노동보다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나이가 많을수록 아침형 리듬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고 일주기 리듬의 조정은 더 어렵게 된다. 만성 질환을 포함한 대부분의 질환은 야간근무 시에 조절이 더 어려우며, 대부분의 약물은 낮에 일하고 밤에는 잠을 자는 사람들을 기준으로 용법과 용량이 정해져 있기도 하다. 소득 보상만으로 이런 위험이 줄어들 리는 없다. 장시간 노동, 쉬는 날 부족, 높은 노동강도의 한국 사회에서 야간노동은 위험하며, 고정야간노동은 더 위험하다.
1) Wilkinson R T. How fast should the night shift rotate?. Ergonomics 1992; 35: 1425–1446
2) Folkard S. Do Permanent Night Workers Show Circadian Adjustment? A Review Based on the Endogenous Melatonin Rhythm. Chronobiology International. 2008;25(2-3):215-224.
3) Dutheil F, Baker JS, Mermillod M, et al. Shift work, and particularly permanent night shifts, promote dyslipidaemia: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Atherosclerosis. 2020;313:156-169.
4) Cheng WJ, Cheng Y. Night shift and rotating shift in association with sleep problems, burnout and minor mental disorder in male and female employees. Occup Environ Med. 2017;74(7):483-488.
5) Kim JH, Kim MS, Kim YH. A Comparison of Standard Shiftwork Index between Night Shift Fixed Nurses and Rotating Shift Nurses. Journal of Korean Clinical Nursing Research. 2017;23(1):54-63.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 일터 11월호에도 실립니다.이 글을 쓴 류현철 님은 직업환경의학전문의로 노동시간센터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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