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손흥민처럼 진화하고 있다…오른발 쾅, 왼발 쾅→양발 멀티골의 의미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이강인이 양발잡이로 변신하고 있다.
2024-2025시즌 첫 멀티골 경기에서 오른발과 왼발로 번갈아 골을 넣었다. 이강인의 진화를 알린 한 판이었다.
이강인이 이번 시즌 한 경기 두 골을 처음으로 일궈내며 소속팀인 프랑스 최고 명문 파리 생제르맹(SG) 4연승에 앞장 섰다. 게다가 시즌 첫 도움까지 추가하며 원맨쇼를 펼쳤다.
이강인은 10일(한국시간) 프랑스 앙제의 레이몽 코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리그1 11라운드 앙제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출전한 뒤 전반전에만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펄펄 날았다. 이강인은 후반에도 득점 찬스를 맞았으나 회심의 왼발 발리슛을 크로스바 위를 살짝 넘어가는 등 아쉬운 장면을 남겼다. 결국 후반 추가시간 주앙 네베스와 교체아읏되며 비가 흩날리던 경기장을 떠났다.
사실상 90분 풀타임에 가까운 출전 시간을 기록한 셈이었다.
이날 PSG는 이강인 외에 브래들리 바르콜라가 멀티골을 넣고 스트라이커 마르코 아센시오가 도움 2개를 적립하는 등 전방 스리톱이 맹활약한 끝에 홈팀을 4-2로 제압했다. 11경기 승점 29가 되면서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지난해 7월 PSG에 입단한 이강인은 이날 처음으로 멀티골을 터트렸다. 그는 지난 시즌엔 총 5골을 넣었는데 리그1 3골,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골, 트로피 데 샹페옹(프랑스 슈퍼컵)에서 1골을 기록한 적이 있다.
이번 시즌엔 벌써 6골을 리그1에서만 쏟아내며 지난 시즌 득점 기록을 넘어섰다. 리그1 득점 순위 공동 4위에 오르게 됐다.
전 소속팀인 스페인 라리가 마요르카에선 멀티골을 뽑아낸 적이 있다. 지난해 4월26일 헤타페와의 라리가 홈 경기에서 축구인생 처음으로 멀티골 주인공이 됐다.
이날은 멀티골도 멀티골이지만 이강인이 두 발을 한 번씩 활용해 골을 넣었다는 것에 더 의미가 있다.
그의 이날 첫 골은 오른발에서 터졌다. 전반 17분 아센시오가 왼쪽에서 골라인 바로 앞에서 넘긴 긴 크로스를 문전 쇄도하던 이강인이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마무리한 것이다. 홈팀 수비수 르포르가 골대에서 걷어냈으나 골라인 판독 결과 공이 이미 간발의 차로 골라인을 넘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주심은 이강인의 골을 선언했다. 0-0 균형을 깨트린 골이었다.
사실 이강인은 전형적인 왼발잡이다. 마요르카 시절만 해도 오른발로 슛을 쏘거나 패스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PSG에 와서 이강인 업그레이드 버전이 나왔다.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오른발 슛이 나오기 시작했고 갈수록 위력이 묵직해진 것이다. 드디어 이날 오른발 슛이 폭발하면서 골로 완성됐다. 아센시오의 패스는 이강인이 오른발로 차야 대각선 슛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 수 있는 성격이었다.
이강인은 지체 없이 오른발을 내밀었고 득점으로 인정됐다.
이강인은 3분 뒤엔 자신이 주로 쓰는 왼발로 환호했다. 이번에도 왼쪽에서 아센시오가 낮은 크로스를 넘겼고, 이강인이 왼발 논스톱 슈팅을 날려 골망을 흔들었다. 순식간에 시즌 5호, 6호 골을 터뜨린 이강인은 아센시오와 점프해 가슴을 맞부딪치며 기쁨을 나눴다.
이강인은 이후 PSG가 3-0으로 앞서고 있던 전반 추가시간 왼발 대각선 크로스를 올렸다. 바르콜라가 볼 방향만 바꾸면서 4-0을 만들었다. 이강인은 이날 해트트릭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생애 처음으로 프로 무대에서 '공격포인트 3개'를 채웠다.
이강인 입장에선 멀티골, 공격포인트 3개와 더불어 양발잡이 능력을 유감 없이 선보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남긴 경기가 됐다.
거스 히딩크 전 한국 대표팀 감독도 극찬한 것처럼 한국 선수들은 양발 사용 능력이 탁월하다.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손흥민으로, 오른발을 주로 쓰지만 왼발로도 전체 득점의 40% 안팎을 넣을 정도다. 토트넘에서 한솥밥을 먹은 브라질 대표 루카스 모우라도 "손흥민은 왼발잡이인지 오른발잡이인지 모를 정도"라고 했다.
이강인의 경우, 어릴 때 스페인으로 건너가 왼발을 주로 썼지만 이젠 오른발 슈팅도 장착했음을 이날 유감 없이 증명했다. 상대 선수가 이강인을 막을 때 오른발도 대처해야 하는 과제가 생겨났다.
이강인이 그야말로 손흥민처럼 진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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