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35 똑닮은 中 J-35, 게임체인저 될까…이름만 같은게 아니다 [이철재의 밀담]
중국의 두 번째 스텔스 전투기인 J-35가 곧 신고식을 치른다.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은 5일(이하 현지시간)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주하이(珠海) 에어쇼 기간 J-35A가 대중과 만날 기회를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최대의 에어쇼인 주하이 에어쇼는 광둥(廣東)성 주하이에서 격년으로 열리며 올해는 12~17일로 예정됐다.
앞서 4일 중국 인민해방군 신문전파센터 쥔하오(軍號)의 웨이보(微博) 계정에 J-35A 공개를 예고하는 동영상이 올라왔다. 이 동영상에선 “3+5일 이후 주하이에서 만나자”며 숫자 ‘75’가 새겨진 전투기 날개가 공개했다. 올해가 중국 공군 설립 75주년이다.
중국은 2017년 첫 스텔스 전투기인 J-20 웨이롱(威龍)을 실전배치했다. 중국은 J-20에 이어 J-35A라는 또 다른 스텔스 전투기를 보유하게 됐다. F-22 랩터와 F-35 라이트닝Ⅱ를 가진 미국과 견줄 수 있는 전력이다.
J-35는 중국의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될까.
J-20에 이어 중국의 두 번째 스텔스기 J-35
J-35는 중국의 중형 스텔스 다목적 전투기다. 미국의 F-35와 같은 체급과 목적의 전투기다.
J-35A는 J-35의 지상형이다. J-35는 함재기로 개발됐다. 중국의 본격적 항공모함인 푸젠(福建)함이 J-35를 탑재할 예정이다. 2022년 6월 17일 진수한 푸젠함은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 최초의 본격적 항모다. 캐터펄트(사출기)로 함재기를 띄우고 어레스팅 기어로 회수하는 CATOBAR 방식으로 작전한다.
이전의 랴오닝(遼東)함과 산둥(山東)함은 함재기가 스키점프대로 이륙하고, 에레스팅 기어의 도움으로 착륙하는 STOBAR 방식이다. STOBAR 항모의 함재기는 CATOBAR 항모의 함재기보다 짧은 거리에서 이륙하려고 연료 탑재량과 무장량을 줄여야 한다.
J-35는 대형 스텔스 다목적 전투기인 J-20보다 가볍고 더 가성비가 좋은 전투기다. 그래서 중국 공군은 중국 해군과 함께 J-35를 도입하려고 한다. 그게 J-35A다. 중국 공군의 J-35A는 2004년 실전배치를 시작한 J-10을 5세대 스텔스 전투기로 대체하려고 한다.
함재기 J-35와 지상형 J-35A의 차이는 크지 않다. J-35의 노즈 기어(착륙용 앞바퀴)는 두 바퀴인 데 비해J-35A는 한 바퀴며, J-35의 수직안정판이 J-35A보다 더 크다는 게 전부다.
사실 밀리터리 매니어에겐 J-35라는 고유명칭(제식명)이 낯설다. 한동안 FC-31구잉(鶻鷹)으로 불렸기 때문이다.
중국의 선양 항공기 제작공사(SAC)가 2011년 내놓은 F-60이 J-35의 시작이다. 선양 항공기 제작공사는 청두 항공기 공업 그룹(CAIC)과 함께 중국의 양대 항공기 제작사로 꼽힌다. J-20은 청두 항공기 공업 그룹이 개발했다.
FC-31은 2012년 10월 31일 첫 비행을 마친 뒤 그해 11월 주하이 에어쇼에서 모형이 공개됐다. J-20 다음의 스텔스 전투기라 해서 다들 J-21로 추정했지만, 2014년 11월 주하이 에어쇼에서 FC-31로 나타났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전투기 고유명칭인 J-XX에 따라 J-31이 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결국 J-35로 낙점됐다.
FC-31에서 J-35A까지 최소한 네 번의 설계 변경이 확인됐다. FC-31과 J-35A를 비교하면, J-35A는전자광학 표적 시스템(EOTS)을 새로 달았고, 노즈ㆍ랜딩기어 베이 도어가 달라졌으며, 경계층 분리식 초음속 흡기구(DSI)ㆍ캐노피가 재설계됐다. 그리고 기관포 포드와 광역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추가됐다.
美 F-35와 中 J-35, ‘35’만 똑같은 게 아니다.
J-35의 사진을 본 사람들은 대부분 F-35를 떠올렸을 것이다. 너무나도 닮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J-‘35’와 F-‘35’라는 고유명칭도 닮았다. 중국과 미국의 두 번째 스텔스 전투기며, 각각 J-20과 F-22보다 가볍고 싼 전투기라는 공통점도 있다. 김민석 에비에이션 위크 한국 특파원은 “중국이 J-21도, J-31도 아닌 J-35로 고유명칭을 결정했는데, 분명히 미국의 F-35를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게다가 중국이 미국의 기술을 훔쳐 J-35를 만들었다는 의혹도 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비밀 정보를 공개한 에드워드 스노든에 따르면 중국 해커 집단이 미국 정부ㆍ방산기업의 네트워크를 해킹해 50테라바이트(TB) 이상의 F-35의 정보를 훔쳐갔다. 특히 F-22와 F-35의 제조사인 록히드마틴의 하청 회사들은 2007년부터 중국의 공격 대상이었다. 이들이 빼낸 정보엔 스텔스 기술ㆍ엔진ㆍ레이더ㆍEOTS 등 핵심 기술이 들어가 있다.
또 미국의 방산기업인 허니웰은 F-22, F-35, M-1 전차, B-1B 전략폭격기, 토마호크 미사일 등 정보를 중국 등 외국에 팔았다. 허니웰은 결국 2021년 1300만 달러의 벌금을 내야만 했다.
중국은 미국에서 훔치거나 사온 정보를 바탕으로 자체적으로 개발한 기술을 더해 J-35를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J-35A와 F-35가 다른 점도 많다. 우선 J-35A는 엔진이 두 개인데 F-35는 하나다. 중국의 엔진 기술이 떨어진 이유도 있지만, F-35는 수직이착륙기(VTOL)인 F-35B를 만들려고 단발로 설계됐다. 쌍발의 J-35A는 단발의 F-35보다 잘 빠진 느낌이며, 캐노피도 J-35A가 더 각진 편이다.
F-35의 엔진 배기 노즐은 다각형인데, J-35A는 둥글다. F-35의 흡기구는 동체와 더 가까운 반면 J-35A는 바깥쪽으로 더 치우쳤다. F-35의 수직 안정판은 더 짧고 동체와 밀착했지만, J-35A는 더 높고 바깥쪽으로 꺾인 편이다.
김민석 특파원은 “J-35A 동체의 단면적이 날씬해지고 최대 추력이 더 좋아졌다. 적어도 기동성 측면에서는 J-35A가 F-35보다 소폭 우세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F-35를 베껴 J-35A를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성능을 완전히 따라잡긴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미국의 스텔스와 엔진 기술은 역사가 길고 경험이 풍부해 중국이 훔친 설계도와 데이터로 따라잡기가 힘들다. 또 동체 6곳의 센서 정보를 융합해 조종사에게 주변 360도 상황을 증강현실 이미지로 띄워주는 F-35의 전자광학 분산개구 시스템(EO DAS)과 같은 첨단 기술을 J-35A가 구현했는지 불투명하다.
“밤잠 설칠 수준 아니다”…그러나 경계는 해야
중국은 J-35A의 자세한 정보를 감추고 있다. 제원은 당연히 비밀이다. 다만 J-20보다 생산비와 운영비가 싸기 때문에 상당한 숫자를 배치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매년 대형 전투함을 수십 척씩 뽑아내는 중국의 생산력이라면 J-35A를 대량생산하는 건 어렵지 않다. 중국 관영매체인 환추스바오(環球時報)는 “단기간에 많이 생산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이에 대항해 미국은 인도ㆍ태평양 지역에 F-22와 F-35를 전개했다. 한국 등 미국의 동맹ㆍ우방국은 F-35로 무장했다. 그리고 중국의 스텔스 전투기는 미국보다 성능과 운용에서 뒤떨어졌다.
지난해 9월 13일 케네스 윌스바흐 당시 태평양공군 사령관은 미국 항공ㆍ우주군협회 심포지엄에서 “중국인들이 카피(copying)하는 데는 능하지만, 그 항공기의 기술 대부분은 우리에게서 훔쳐간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미국 전투기를 종종 1대1로 비교하지만 이런 비교는 미 공군의 훈련 강도나 미국이 우방국ㆍ파트너국가들과 연합 훈련을 하는 상호 운영성을 배제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한국을 비롯한 우방국들과 갖는 고도의 훈련 수준을 고려한다면, 중국은 매우 큰 열세에 놓인다”고 강조했다.
그는 2022년 심포지엄에선 “중국의 스텔스 전투기들은 밤참을 설칠 만한 게 아니다”며 “그래도 중국이 어떻게 운영하는지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이 J-20과 J-35가 조금 모자란다고 하더라도 스텔스 전투기는 분명하다. 이 전투기를 대량으로 찍어낸다면 한국과 미국, 미국의 동맹ㆍ우호국은 부담스럽다.
한국은 J-35가 반갑지 않은 또 다른 이유가 있다. J-35가 세계 시장에서 KF-21 보라매와 맞붙을 경쟁자라는 점에서다. 안승범 디펜스타임즈 편집장은 “중국은 그동안 J-10, J-16, J-20, J-35 등 4세대급 이상의 전투기를 차근차근 확보하면서 공군 전력을 근대화하는 데 성공했다”면서 “여유가 생기면서 앞으로 전투기 수출에 주력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J-35는 스텔스 전투기라 미국으로부터 F-35를 살 수 없는 국가의 관심을 끌 수 있다. 중국이 가격을 확 낮출 수 있다. 또 모든 부품을 중국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엔진을 미국에서 가져와 수출할 때마다 승인을 받아야 하는 KF-21보다 유리하다.
파키스탄은 1월 2일 J-35 도입 의사를 발표했고, 이미 파키스탄 공군 조종사들이 중국에서 J-35 훈련을 받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이집트도 J-35 구매를 검토하고 있다.
KF-21의 5세대 전투기 업그레이드 계획을 앞당기고, 스텔스 탐지 기술을 개발하는 등 한국의 대응이 필요한 때다.
이철재 국방선임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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