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있는 한국인의 ‘아파트’ 사랑 [조홍석의 ‘알아두면 쓸데 있는 유쾌한 상식 이야기’]

2024. 11. 9.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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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듀엣곡 ‘아파트(APT.)’를 발표한 블랙핑크 로제(왼쪽)와 팝스타 브루노 마스. (더블랙레이블 제공)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블랙핑크 로제와 미국 팝스타 브루노 마스의 듀엣곡 ‘아파트(APT.)’가 연일 화제입니다. 눈으로 인기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인데요. 일단 유튜브 조회 수가 놀랍습니다. 공식 뮤직비디오 영상은 공개 11일 만에 조회 수 2억뷰를 훌쩍 넘어섰습니다. 또 최근에는 영국 싱글차트 2위에 올랐습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노래에 몰입한 일부 팬은 한국의 ‘아파트 주거 문화’에도 관심을 갖는다고 합니다. 워낙 독특한 면이 있어 ‘공부할 맛’이 있기 때문인데요. 서구 사회에서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꺼려지는 주거지라고 합니다.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주택을 선호하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한국인의 아파트 선호 현상을 이해 못한다는 거죠.

그렇다면 한국인은 왜 아파트를 선호할까요. 사실 선호의 영역이 아니지 않을까요. 한국 상황을 고려하면 당연한 일이라는 겁니다. 한국은 인구 밀도가 세계 3위일 정도로 인구는 많은데 영토는 좁습니다. 심지어 영토의 80%는 산지여서 미국처럼 주택으로는 인구를 감당할 수 없죠. 또 아파트는 ‘빨리빨리’를 중시하는 한국인 성향과도 맞아떨어집니다. 단지 내부에 유치원이나 학교가 있는 경우도 있고, 상가 등 편의시설도 갖춰진 곳이 많으니까요.

누군가는 한국 아파트 문화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하는데요. 꼭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환경에 따라 삶의 방식도 달라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다른 나라에도 한국의 아파트 문화가 롤모델이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오히려 자랑스러워해도 되지 않을까요. 한국 아파트 문화를 롤모델로 삼은 대표적인 곳이 몽골입니다. 최근 몽골에서는 한국 신도시를 고스란히 복사한 듯 만들어낸 대단지 아파트가 큰 인기라고 합니다. 이른바 ‘몽탄’ 신도시 열풍입니다.

철강 산업에도 영향 미친 아파트 문화

좀 더 나아가면, 한국의 아파트 문화는 제조업 경쟁력에도 큰 도움을 줬습니다. 국내 철강 생산량의 70~80%는 건설 현장으로 향합니다. 어찌 보면 국내 철강 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데 있어 아파트 문화가 조금이나마 긍정적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쉽게 말해 철강과 건설업은 상호 보완 관계로 성장해온 셈입니다. 또 건설업은 다수 노동력이 투여되는 특성이 있기에 국내 취업 인구 유지에도 중요한데요. 이런 점을 고려하면 아파트 문화가 국내 경제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고 주장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처럼 한국 경제에 긍정적 영향만 가득히 가져다주던 아파트가 최근 시민의 근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은 아쉽기만 합니다. 특히 아파트값은 오르는데 건설업 수익과 성장성 지표는 빨간불이 들어오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어 걱정이 큽니다. 공사비가 급등하고 수도권 외 지역에서 미분양 사례가 속출한 탓이라고 하는데요. 건설업이 철강업, 취업 등과 연관돼 있는 만큼 부정적 파생 효과가 발생할까 우려되는 나날입니다.

[조홍석 삼성서울병원 커뮤니케이션수석]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4호 (2024.11.13~2024.11.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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