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처럼 결혼·출산 거부"…트럼프 당선에 美여성 '4B' 열풍
성범죄 이력과 여성 혐오 발언 등을 이유로 비판을 받아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이에 좌절한 미국의 젊은 여성들이 여성주의 '4비(非) 운동'(4B movement)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주요 외신 보도가 나왔다.
7일(현지시간) 워싱턴 포스트(WP)는 "미국의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한국의 일부 여성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4비 운동'이 주목받고 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관련 해시태그 게시물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4비 운동은 비혼, 비출산, 비연애, 비성관계를 의미한다. WP는 "4비 운동은 한국에서 2010년대 중·후반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된 온라인 페미니즘 운동"이라며 "'비'(非)는 영어로 'No'를 의미한다. Bi-hone(비혼)은 no marriage 또는 willingly unmarried"라고 설명했다.
WP는 이어 "미국의 일부 여성 네티즌들이 이번 대선 결과에 실망감을 표시하면서 한국의 4비 운동에 대해 소개하거나 자신도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글을 SNS에 잇따라 올리고 있다"고 부연했다.
실제 미국 대선 결과가 발표된 이후, 지난 6일 하루에만 20만명이 구글에서 이 단어를 검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WP 뿐 아니라 가디언, NBC, CBS 등 주요 언론도 잇따라 보도를 내놓으며 4비 운동에 주목하고 있다.
WP는 한국에서 있었던 '탈코르셋' 운동에도 주목했다. 탈코르셋 운동은 남성 우위 가부장적 사회에 대한 반항과 여성에게만 강요되는 '여성성'을 문제 삼으며 머리를 짧게 자르고, 중성적인 옷차림을 하며, 화장을 하지 말자는 캠페인으로, 일부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온라인을 통해 확산됐다. '꾸밈'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을 아껴 내면을 채우고, 자기 계발에 힘쓰자는 취지다.
4비 운동은 여기에서 나아가 남성과 관계를 맺는 결혼과 출산은 물론 연애와 성관계마저 거부하는 방식으로 불평등, 여성 혐오, 성차별, 성폭력에 저항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WP는 설명했다.
"美여성들, 트럼프 승리=생식권 후퇴 인식"
NBC는 "트럼프의 승리는 많은 여성에게 생식권(출산과 관련해 여성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의 후퇴라는 신호로 여겨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예일대 사회학과 박사 과정 최미라 씨는 NBC 인터뷰에서 "미국 여성들의 좌절감은 남성과 이성애적 관계, 그리고 가부장제 참여를 거부하는 새로운 운동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WP는 "일각에서는 이들 여성운동이 너무 극단적이라는 비판도 있었다"고 짚었다.
WP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 중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큰 나라이자, 세계에서 합계출산율(0.72명)이 가장 낮은 나라인 한국에선 4비 운동과 페미니즘이 양극화가 심한 주제"라고 전했다. 페미니즘과 이로 인해 생겨난 4비 운동은 한국에서도 민감한 이슈인 만큼 미국에서도 관련 우려가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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