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와 70대, 두 김 목사가 전하는 ‘돌아가고 싶은 세상’
김동호·김성경 목사 메신저로 나서···현실적 Q&A도
MZ세대 크리스천들에게 찬양, 말씀 카드, 쇼츠와 릴스 등 기독교 문화 콘텐츠는 일상 신앙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그렇다면 이들이 가장 뜨겁게 반응하는 콘텐츠는 무엇일까. 트렌디한 찬양이나 유명인의 고백이 담긴 이미지와 영상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기독교 소셜 미디어 플랫폼 교회친구다모여(교친다)의 황예찬 대표는 9일 “그 어떤 콘텐츠보다 지속적으로 높은 수치로 나타나는 지표가 설교였다”며 “교친다가 3년째 설교를 중심으로 한 ‘메시지 콘서트’를 준비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어둑어둑 땅거미가 내려앉은 이날 오후, 은은한 피아노 배경음악이 깔린 서울 성북구 성복중앙교회(길성운 목사) 예배당 무대 위에 김성경(30, 원디사이플미니스트리 대표) 목사가 올라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현실은 여전히 텅 빈 추억 속에 갇혀 있는 신앙인 것 같지만 여전히 돌아가고 싶은 당신과의 세상이 있는 오늘, 주님 귀에 가장 아름다울 고백을 올려드리고 싶습니다.”
그는 악기 전공자였던 친구를 따라 낙원상가에 갔다가 진리를 깨달았던 날을 일기장 꺼내 보여주듯 소개했다. 기하급수적으로 뛰어오르는 바이올린과 피리의 가격을 듣고 놀라는 그에게 악기 가게 사장은 “금속과 나무의 속을 비워내는 정교한 기술력이 가격의 차이”라며 “소리는 그 속이 비워질수록 아름다워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돌아가고 싶은 갈급함만 남아 있어 텅 빈 것처럼 느껴지는 오늘이 가장 아름다운 찬송을 탄생시킬 밤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잠시 암전이 찾아 온 무대를 가득 채운 건 퍼포먼스 합창으로 전 세계에 K-가스펠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블랙 가스펠 그룹 해리티지 매스콰이어였다. 30여명의 하모니가 웅장한 사운드와 함께 예배당에 울려 퍼지자 관객들의 박수와 함성이 더해지며 순식간에 현장 분위기가 뜨거워졌다.
‘토털 프레이즈(Total praise)’ ‘내 주의 보혈은’ 등의 찬양으로 달아오른 무대를 이어 받은 건 김동호(73, 높은뜻연합선교회 대표) 목사였다. 그는 “평생 목회해오면서 오늘 처음인 게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돈 내고 티켓 끊고 설교 들으러 오는 사람들 앞에서 설교하는 건 처음”이라며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들이 대단하고 자랑스럽다. 한국교회에 희망이 있다”며 웃었다. ‘하나님 나라를 꿈꾸며 사는 삶’을 주제로 메시지를 전한 김 목사는 잘 사는 것과 존재 목적의 상관관계를 조목조목 짚으며 뭉근한 감동을 줬다.
“돈은 자신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잘 살게 하지 못해요. 잘 살려면 존재 가치를 높여야 합니다. 존재 가치는 존재 목적으로부터 오지요. 제가 들고 있는 마이크의 존재 목적은 작은 소리를 크게 하는 겁니다. 어느 날 고장이 난다면 목적을 잃고 가치가 사라집니다. 존재의 목적은 존재케 하는 이유로부터 생깁니다. 김동호의 존재 목적은 김동호를 창조하신 하나님이 만든 겁니다. 그 분의 뜻대로 내가 존재할 때 존재 가치가 높은 사람이 되는 거예요. 나를 향한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 뜻과 나의 삶이 일치할 때 그 삶이 잘 사는 삶이 되는 겁니다.”
김 목사는 자신의 암 투병 과정을 언급하며 하나님의 뜻에 따라 살기 원하는 사람은 세상에 휘둘리지 않는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는 “실수할 수도, 가난해질 수도 나처럼 암에 걸려 아플 수도 있는데 이 때문에 불행하다고 느끼면 마음이 흔들리게 된다”며 “믿음에 굳게 서서 하나님의 나라를 경험한 사람들은 이 상황을 뛰어 넘는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지난 2019년 폐암 2기 진단을 받고 폐의 20%를 절단하는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자신의 암보험금을 마중물 삼아 암환자와 가족들을 초대해 치유집회를 진행해 왔다. 그가 치료 과정을 시작한 이래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오전 성도들과 말씀으로 소통하는 유튜브 콘텐츠 ‘날마다 기막힌 새벽’은 1690회째를 맞았다. 이날 현장에도 암환우와 가족 100여명이 초대됐다.
지난 6월 췌장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라는 유현기(가명, 56)씨는 “고된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몸도 마음도 지칠 때가 많은데 오늘 메시지를 듣고 찬양도 함께 하면서 큰 용기를 얻었다”고 전했다.
30대와 70대 목회자의 세대를 뛰어 넘은 메시지 콘서트는 객석을 채운 청년 크리스천들의 마음에 새로운 도전을 새겼다. 박수현(24)씨는 “한동안 ‘가나안 성도’로 살면서 교회에 출석하지 않았는데 지난 4월 한 집회에 참석했다가 김성경 목사의 설교를 듣고 다시 신앙생활을 하게 됐다”며 “청년크리스천들에게 피부로 와 닿는 메시지를 앞으로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김동호 김성경 목사와 헤리티지 매스콰이어가 메시지와 콘서트로 연속 릴레이 하듯 진행된 무대는 박찬열 노크교회 목사와 김성경 목사가 함께 하는 ‘Q&A 시간’으로 마무리 됐다. 현장에서는 사전 접수된 사연 중 ‘신앙 공동체 리더와 성도 간의 갈등과 중재’ ‘경제적 가치관이 다른 이성과의 결혼 준비’ 등 현실감 있는 신앙적 고민에 대한 조언이 전달됐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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