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사 위험 5배 높다…머리·가슴 이 증상, 가을·겨울 특히 조심
불규칙한 심장 박동
심장은 자동차 엔진과 같은 신체 기관이다. 스스로 박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전기 세포에서 전기 자극을 만들고 이 자극이 심장 근육 세포에 전달되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각 장기와 조직으로 필요한 혈액을 공급한다. 이런 심장의 전기 전달체계가 건강하지 못하면 부정맥이 발생한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김수현 교수는 “건강한 사람이 가만히 쉴 때 심장 박동수는 1분에 약 60~90회 정도로, 운동하거나 흥분하면 이보다 빨라지고 수면 중엔 느려진다”며 “부정맥은 심장 박동이 정상 범위보다 너무 빠르거나 느리고 불규칙한 경우를 아우른다”고 설명했다.
심방세동, 심부전·돌연사 위험 2~5배
가을·겨울처럼 일교차가 크고 기온이 떨어질 때면 심장 박동에 변동이 생길 위험이 커져 주의해야 한다. 부정맥이 발생하는 데엔 근본적으로 ▶선천성·후천성 심장병 ▶담배·술·카페인 등 생활 습관 ▶고혈압·당뇨병·갑상샘 질환 등 동반 질환 ▶비만 ▶고령 등 다양한 배경이 영향을 미친다. 형태는 여러 가지다. 크게 조기 수축과 서맥, 빈맥, 심방세동으로 나눌 수 있다. 조기 수축은 심장에서 정상적으로 맥박을 만들어내는 곳 이외의 부위에서 정상보다 조기에 한두 번 엇박자 맥박이 생긴 경우다. 부정맥 중 가장 흔한 양상이다. 맥이 건너뛰는 느낌이 나거나 가슴이 쿵 떨어지는 느낌, 흉부 불쾌감, 어지럼증을 일으킬 수 있고 아무런 증상이 없기도 하다.
맥박이 느려져 분당 50회 미만으로 떨어지면 서맥, 100회 이상이면 빈맥이다. 김 교수는 “서맥과 빈맥 모두 맥박이 과도하게 느리거나 빨라 심장이 혈액을 제대로 펌프질하지 못하게 된다”며 “이땐 호흡곤란이나 흉부 압박감, 어지러움, 실신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방세동은 빠르고 불규칙한 심장 박동이 이어지거나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두근거림과 가슴 답답함을 호소하거나 때론 실신할 수 있다. 반대로 평소 증상이 없다가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사례도 있다.
심방세동은 인구의 1~2%에서 발생하며 나이 들수록 많아져 85세 이상의 20%가량 겪는다고 알려진다. 증상이 없다고 치료하지 않으면 심방이 충분히 수축하지 못해 내부에 혈액이 정체함에 따라 혈전이 생기고 혈전이 혈류를 타고 이동하다 뇌혈관을 막을 수 있다. 실제 심방세동이 없는 사람보다 심부전이나 뇌졸중, 돌연사 위험이 2~5배일 정도로 치명적이다.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양소영 교수는 “심방세동은 노화와 관련 있어 노년층에서 흔한 질환”이라며 “노년층은 부정맥 증상에 대한 인지 자체가 부족해 치료를 놓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진단하려면 심장의 전기적인 이상을 파악해야 하므로 기본적으로 심전도 검사를 한다. 몸에 전극 여러 개를 붙인 후 10초가량 진행하는데 워낙 짧은 시간이라 정확한 진단에 한계가 있다. 요즘엔 기기를 24~72시간 휴대하며 일상 활동 중에 일어나는 심장의 모든 전기적인 활동을 기록하는 생활심전도 검사를 많이 활용한다. 스마트워치 역시 유용하다. 심전도 측정 기능을 통해 가슴이 두근대거나 이상한 증세가 느껴질 때마다 기록해두고 의료진과 공유하면 진단과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된다.
치료는 유형에 따라 다르다.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수준이라면 전문의의 관리 아래 경과를 관찰한다. 조기 수축·심방세동 등 빈맥성 부정맥은 약물치료를 우선으로 한다. 항부정맥제를 써서 정상 리듬을 회복하고 유지한다. 특히 심방세동의 경우 뇌졸중 위험도를 평가해 혈전 형성을 예방하는 데 도움되는 항응고제도 쓴다. 약물치료에 반응이 없고 보다 근본적인 치료를 원할 땐 발생 부위를 국소적으로 치료해 없애는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을 고려한다. 갑작스럽게 심장마비가 발생한 후 심폐소생술로 살아난 경우 재발 방지 목적으로 체내에 이식형 제세동기를 삽입하는 시술을 하기도 한다.
서맥 환자엔 인공심장박동기 넣기도
서맥은 대부분 노화로 심장 전기 신호의 생성과 전달 기능이 약해져 발생하므로 약물치료의 효과가 떨어진다. 대신 심장이 정상적으로 뛸 수 있도록 보조해주는 기계 장치인 인공심장박동기를 넣는다. 양 교수는 “인공심장박동기는 시술 자체의 위험도가 낮은 편”이라며 “심장이 몇 초라도 멈추면 의식을 잃고 쓰러질 수 있기 때문에 고령의 서맥 환자는 시술을 미루지 말고 빨리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부정맥의 재발과 악화를 막는 기본은 생활 습관 교정이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최의근 교수는 “빈맥성 부정맥을 가진 환자는 과로나 과음, 과식, 스트레스 같은 생활 습관에 문제가 없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며 “생활 속 위험인자 교정 없이 다른 치료를 진행하면 치료 효과가 낮아지므로 생활 습관 교정이 반드시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예방을 위해서라도 위험 요인을 피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과도한 음주는 부정맥과 심장이 산소를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는 허혈 상태를 유발하는 원인이다. 담배 속 니코틴은 일산화탄소 같은 유해 물질이 혈관을 수축해 심장에 무리를 주므로 과음과 흡연은 피한다. 기존에 고혈압이나 당뇨병, 비만 같은 지병이 있다면 질환을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관리하면 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된다.
본인 체력에 맞는 적절한 운동은 권장한다. 평소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면 가벼운 걷기 같은 유산소 운동부터 시작해 서서히 운동량을 늘리고 코어 운동을 포함한 근력 운동을 병행해 주 4~5회, 30분 이상 꾸준히 한다. 다만 심야·새벽 시간대 낮은 기온에 노출되는 건 심장에 무리를 주는 행동이다. 특히 음주·흡연을 과도하게 했다면 해당 시간대 운동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운동할 땐 먼저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보온·통풍이 잘 되는 옷을 챙겨 입는다.
현대인이 즐기는 카페인 섭취도 안심할 수 없다. 최 교수는 “빈맥성 부정맥을 가진 환자는 카페인을 섭취하면 이미 빠른 맥박이 더 빨라질 수 있다”며 “부정맥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조절된다면 1~2잔의 커피는 무방하나 카페인이 과다 함유된 에너지 음료 섭취는 삼가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평소 맥박을 측정해보는 습관은 조기 발견에 도움된다. 손목의 요골동맥(팔의 바깥쪽 뼈) 부위에 손가락을 올려 1분에 몇 회 뛰는지 재보고 지속해서 비정상적인 맥박이 관찰된다면 병원 진료를 받는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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