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FA 시장, 롯데 속은 더 탄다?…9년 전 '98억' 이상 써야하나

김지수 기자 2024. 11. 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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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시즌 종료 후 FA(자유계약) 자격을 취득, 권리를 행사한 롯데 자이언츠 투수 김원중(왼쪽)과 구승민.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집토끼를 붙잡아야 하는 롯데 자이언츠의 고민이 더 깊어졌다. 예상을 뛰어넘는 '쩐의 전쟁'이 벌어지면서 9년 전 98억원 이상의 투자를 단행해야 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2025 KBO리그 FA 시장은 지난 6일 문을 열자마자 뜨겁게 불타올랐다. SSG 랜더스 최정이 4년 총액 110억원에 도장을 찍으면서 잔류한 게 시작이었다.

최정의 경우 '100억 보장' 계약이 일찌감치 점쳐졌다. 1987년생으로 30대 후반에 접어들지만 리그 최정상급 거포라는 프리미엄이 붙었다. 2024 시즌 129경기, 타율 0.291(468타수 136안타) 37홈런 107타점 OPS 0.978으로 맹타를 휘두르면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SSG도 최정의 잔류를 위해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했다. 선수와 구단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2025 시즌 준비에 돌입하게 됐다.

최정의 '110억' 계약보다 더 놀라운 일은 이후 벌어졌다. 한화 이글스가 KT 위즈 내야수 심우준을 영입하면서 4년 총액 50억원을 베팅했다. 보장금액은 42억원이다.  

롯데 자이언츠 마무리 투수 김원중이 2024 시즌 종료 후 FA(자유계약) 자격을 취득, 권리를 행사하면서 시장에 나왔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한화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KT 강속구 사이드암 엄상백까지 품었다. 무려 4년 총액 78억 원을 투자했다. 보장금액도 68억 5000만원으로 초대형이다.

심우준과 엄상백은 전 소속팀 KT가 아닌 다른 9개 구단 어느 팀을 가더라도 주전 유격수와 3~4선발로 활약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다만 FA 시장에서 이 정도로 '특급' 대우를 받을 것으로 예측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A 구단 관계자는 "올해 FA 시장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의 계약이 초반부터 속출하고 있다"며 당초 준비했던 금액으로는 두 선수를 잡기 어려웠다고 강조했다.  

이제 시장에 남은 '대어급' 자원은 많지 않다. 롯데 마무리 김원중과 셋업맨 구승민, KIA 셋업맨 장현식, LG 우완 최원태 정도가 대형 계약을 노려볼 수 있는 선수들이다.

김원중의 경우 엄상백과 보직은 다르지만 커리어만 놓고본다면 뒤진다고 보기 어려운 선수다. 전문 마무리 투수로 자리 잡은 2020 시즌부터 올해까지 통산 132세이브를 수확한 데다 매년 큰 부상 없이 풀타임을 소화하고 있는 부분도 강점이다. 특급 마무리는 아니지만 불펜 보강이 필요한 팀이라면 적극적으로 영입을 고려할 만하다.  

롯데 자이언츠 셋업맨 구승민이 2024 시즌 종료 후 FA(자유계약) 자격을 취득, 권리를 행사하면서 시장에 나왔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장현식의 가치도 높다. 2021년부터 매년 50이닝 이상을 소화한 데다 올해는 KIA 우승공신 중 '기둥'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는 투수다. FA 등급제상 B등급이라 타 구단 이적에 따른 보상 요인도 크지 않다.

가장 마음이 급한 팀은 롯데다. 내부 FA 김원중, 구승민을 모두 붙잡지 못한다면 내년 시즌 전력 구상에 비상등이 켜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2024 시즌 내내 불펜 전력이 약한 탓에 어려움을 겪었던 가운데 두 사람이 없는 필승조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구승민도 2024 시즌 전반기 부진을 딛고 후반기 반등에 성공했다. 큰 부상도 없었던 만큼 불펜 보강을 원하는 팀들은 영입에 참전할 수 있다.

문제는 몸값이다. 롯데는 2022 시즌 종료 후 유강남(4년 80억원), 노진혁(4년 50억원), 한현희(3+1년 40억원) 등 외부 FA 3명을 영입하고도 성적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샐러리캡 관리에 실패하면서 2023 시즌을 마친 뒤 주축 내야수 안치홍과 제대로 된 협상도 해보지 못한 채 한화로 떠나는 걸 지켜봐야 했다.

롯데가 김원중, 구승민을 모두 붙잡기 위해서는 2015 시즌 종료 후 단행했던 대형 투자에 버금하는 금액을 써야 할지도 모른다. 롯데는 당시 불펜 강화를 위해 리그 정상급 마무리 손승락에 4년 60억원, 셋업맨 윤길현에 4년 38억원을 베팅했다. 보상금액까지 포함하면 100억원이 넘는 거금을 썼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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