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화가 그림 18억에 팔렸다… ‘수학자 초상화’ 어떻길래?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로봇이 그린 앨런 튜링의 초상화가 18억원을 뛰어넘는 경매가로 낙찰됐다고 영국 가디언 등 해외언론들이 지난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계 최초의 초현실주의 로봇 아티스트 아이다(Ai-DA)가 그린 2.2m 높이의 수학자 앨런 튜링의 초상화 ‘인공지능 신(A.I GOD)’이 소더비 디지털 아트 세일에서 132만달러(약 18억4600만원)에 낙찰됐다. 낙찰 예상가인 18만 달러(약 2억5100만원)를 훨씬 웃돈다.

세계 최초의 초현실주의 로봇 아티스트 아이다(Ai-DA). EPA연합뉴스

그림을 그린 주인공인 아이다는 AI 예술 로봇으로, 현대미술 전문가 에이단 멜러가 2019년 영국 옥스퍼드대와 버밍엄대의 AI 전문가들과 협업해 만들었다. 여성의 모습으로 디자인된 아이다는 눈에 장착된 카메라로 대상을 바라보고 알고리즘 연산으로 작품을 그린다. 이름은 세계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여겨지는 에이다 러브레이스(Ada Lovelace)의 이름에서 따왔다.

초상화의 대상이 된 앨런 튜링은 ‘AI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 출신 수학자로, 현대 컴퓨터와 AI의 기초를 닦았다. 나치 독일에 맞서 암호해독자로 활동했고, 1950년대에 AI 사용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경매회사인 소더비 측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첫 작품에 대한 기록적인 낙찰가는 근현대 미술사의 한 획을 그은 것”이라며 “AI기술과 국제 미술 시장의 교차점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AI를 통해 말을 하는 아이다는 “내 작업의 핵심 가치는 새로 생겨나는 기술들에 관한 대화에 촉매제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하며 앨런 튜링 초상화에 대해 “관람객들로 하여금 기술 발전에 따른 윤리적·사회적 함의를 고민하면서 AI와 컴퓨터 연산의 ‘신과 같은 본질’을 되돌아보게 한다”고 설명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