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어획으로 균형 잃었나…평소보다 3배 넘게 고등어 잡은 금성호
1차 운반 마친 뒤에도 그물 안에 고등어 많이 남아
그물 속 고등어 죽으면서 하중 부담 커졌을 가능성
지난 8일 오전 제주 비양도 해상에서 침몰한 부산 선적 대형 선망어선 135 금성호(129t)가 사고 당시 평소보다 많은 양의 고등어를 잡았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경은 135 금성호가 운반선으로 어획물을 전달할 때 과도한 어획물 무게로 인해 기울어져 침몰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
김대철 제주해양경찰서 수사과장은 9일 오전 제주해양경찰청에서 열린 금성호 관련 브리핑에서 "그동안 구조된 금성호 선원들을 대상으로 진술을 받은 결과 어획량이 평소보다 3~5회 정도 작업할 양을 한 번에 잡았다고 한다"며 "이것이 금성호의 복원성에 어떤 원인을 미쳤는지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135 금성호는 고등어, 삼치, 정어리 등을 잡는 어선으로, 본선 1척과 등선 2척, 운반선 3척 등 6척을 한 선단으로 하는 우리나라 연근해 허가 어업 중 최대 규모다. 등선이 불빛으로 고등어 등 어류를 유인하면 본선이 그물을 쳐 어획하는 방식이다. 본선의 그물에 걸린 어획물은 운반선에 옮겨져 항구로 이송된다.
135금성호는 첫 번째 운반선에 어획물을 옮겨 실은 뒤 두 번째 운반선이 다가오는 과정에서 침몰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경은 첫 번째 운반선에 어획물을 옮기고 난 직후 두 번째 운반선에도 옮겨 실으려 했다는 점과 선원들의 진술을 토대로 사고 당시 135금성호의 어획량이 선체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주목하고 있다.
해경에 따르면 보통 한차례 출항해 200t을 잡게 되면 3~5회 운반할 분량이다. 그러나 금성호의 경우 1차로 200t을 운반선으로 이적한 뒤에도 많은 양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경은 밝혔다. 금성호는 1차 이적 뒤 갑자기 오른쪽으로 기울어지면서 전복돼 침몰했다.
김 과장은 "1상자에 보통 20㎏이 들어가는데 1만 상자 이상을 포획했다는 의미이다. 1차로 운반선에 1만 상자(200t)를 옮긴 뒤 또 다른 운반선을 기다렸다. 그러나 그물 안에는 어느 정도 있었는지는 추가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이어 "어획량이 많아서 전복된 사례는 있다"며 "금성호의 침몰이 어획량 때문인지 다른 원인인지는 조사해봐야 한다. 찰나의 순간에 어선이 복원성을 잃어버린 부분에 대해 여러 각도로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고 당시 135금성호가 잡은 고등어 떼가 그물 안에서 죽으면서 선체의 하중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첫 번째 운반선에 어획물을 옮겨 135금성호가 지탱해야 할 그물의 하중이 줄어들었음에도 복원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김 과장은 "물고기들은 그물에 갇혀도 일정 시간 그 안에서 헤엄을 치기 때문에 본선이 그물을 지지하는데 무리가 없지만 30~40분 지나면 물고기들이 죽어 가라앉는다"며 "그물 안에서 죽은 물고기들의 무게가 복원력 상실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해경 등은 침몰한 지 31시간이 지난 9일 정오까지 실종자를 찾지 못했다. 정무원 제주해양경찰청 경비안전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사고 당일에는 해수유동예측시스템 결과를 반영해 해경 함정 26척과 해군 함정 6척 등 선박 57척과 항공기 13대를 동원해 사고 해점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수색했으나, 아쉽게도 실종자를 아직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수색 과정에서 경비함정이 냉장고 잔해와 어망, 나무상자, 장화, 부이 등 유류품 7종 24점을 수거했고, 사고 선박의 선단선이 어군탐지기를 이용해 침몰선박의 위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침몰위치는 최초 사고 해점에서 북동쪽으로 370m 이동했다.
해경은 제주 해경구조대와 중앙특수구조단 대원들이 5차례에 걸쳐 수중 수색해 침몰 어선의 어망을 다수 확인했지만, 실종자는 발견하지 못했다.
해경은 "심해수색 장비를 갖춘 해군 구난함인 광양함과 청해진함이 지난 8일 오후 4시40분부터 연차적으로 사고 현장에 도착해 수색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해군 구난함은 카메라가 부착된 원격조종 수중로봇(ROV)을 투입해 조류가 흐르지 않는 정조 때인 오전 11시와 오후 5시께 침몰 위치 바닷속에 투입해 침몰 선박의 정확한 위치와 가라앉은 형태를 확인하고 사고 위치 주변 해저를 수색할 예정이다. 또 심해잠수사들의 작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침몰 어선의 어망 제거작업 지원을 위해 바지선이 10일 오후 10시께 도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8일 오전 4시31분께 제주 비양도 북서쪽 22km 해상에서 부산 선적 대형 선망어선 135 금성호가 침몰 중이라는 같은 선단선의 신고가 제주해양경찰서 상황실에 접수됐다. 승선원 27명(한국인 16명·인도네시아인 11명) 가운데 15명은 같은 선단선에 구조됐으며, 이 가운데 한국인 2명은 숨졌다. 나머지 12명(한국인 10명·인도네시아인 2명)은 실종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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