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주민들 “학교 앞 하나님의교회 건물 건축 반대”

임보혁 2024. 11. 9.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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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 ‘하나님의교회’ 건물 신축 공사 중
주민들 시·구청에 “사이비 종교 건축 허가 불허해 시민들을 구제하라” 촉구
경기도청에 감사 요청할 계획도
주민들이 9일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중앙동 하나님의교회 건물 건축 부지 앞에서 손팻말 등을 들고 하나님의교회 건물 건축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주민들 뒤로 나무에 가려진 붉은색 건물이 초등학교다.

경기도 성남시 주민들이 9일 집회를 열고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구 안상홍증인회·총회장 김주철)의 건물 건축을 반대했다. 한국교회가 이단으로 규정한 하나님의교회가 들어서게 되면, 아이들이 포교에 노출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주민들은 담당 구청에 건축 허가 취소를 촉구하며, 건축 허가 과정에 위법 요소는 없는지 조만간 경기도청에 감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중앙동하나님의교회대책모임(이형선 대표)은 이날 성남시 중원구 중앙동에 건축 중인 하나님의교회 건물 부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인근 지역 주민 350여 명이 참여했다. 각자의 손에는 “초등학교 50m 앞 사이비 종교 반대한다”, “이 땅의 가족을 가짜라고 하는 하나님의교회 반대한다” 등이 적힌 손팻말이 들려있었다. 인근 거리에는 “사이비 종교 건축 허가 불허해 시민들을 구제하라”고 적은 현수막도 내걸었다.

하나님의교회 부지 반대편 길거리에 내걸린 건축 반대 현수막.

이형선 대표는 이날 “하나님의교회 탈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하나님의교회에 빠지면 학업에 집중하기 어렵고, 가족과 자신의 삶을 돌보지 않고 오로지 교주를 위해 인생을 허비하며 모든 것을 바치는 삶을 살아간다고 한다”며 “아이들이 마음 놓고 집 주변에서 놀지 못하게 만드는 사이비종교여서, 이웃의 친절을 의심하면서 살 수만은 없어서 하나님의교회를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건축을 막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며 침묵을 선택한다면, 하나님의교회는 간판을 올리고 아파트 안으로, 학교 앞으로 포교하러 들어와 우리에게 피해를 줄 것이다”고 우려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집회 후 부지 인근 철조망에 “하나님의교회 건축 결사반대”, “하나님의교회 OUT” 등을 적은 노란 리본을 매달며 중원구청에 건축 허가 취소를 재차 촉구했다.


이날 주민들이 집회 후 하나님의교회 부지 인근 철조망에 건축 허가 취소 등을 촉구하는 내용의 노란색 리본(아래 사진)을 매달고 있다.

하나님의교회는 중앙동 3003번지에 내년 8월 31일 완공을 목표로 지하 1층, 지상 5층 총면적 1,495.07㎡ 규모의 건물을 신축 중이다. 이날 찾은 부지 바로 옆에는 어린이공원이, 뒤편으로는 초등학교가 있다. 부지는 2400여 세대의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여 있으며, 길 건너에는 1900여 세대의 아파트 단지도 들어설 예정이다. 하나님의교회 측은 “미성년자를 상대로 포교하지 않으며, 주거 환경이 침해될 것이라거나 사이비라는 주장은 억지이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주민들은 주거지와 학교 인근에 이단 종교 건물이 들어선다는 이유만으로도 불안하다는 입장이다.

인근 주민인 배혜민(43·여)씨는 6살짜리 아들과 4살짜리 딸과 함께 집회에 참석했다. 배씨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단에 빠진 친구가 있다”며 “어르신들과 아이들 같이 이단, 사이비에 대해 잘 모르는 약자들은 더 쉽게 현혹될 수 있는 만큼 염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아이들을 상대로 포교하지 않는다고 해도 하나님의교회에 빠진 가정의 아이들이 또래 친구들을 상대로 포교할 수도 있는데 그 일을 생각하기조차 싫다”며 “바로 집 앞에 있는 놀이터도 마음 편히 사용하지 못하고 숨어 지내야만 한다면 진지하게 이사까지 걱정해야 할 정도다”고 불안감을 내비쳤다.


중앙동 3003번지에 들어설 예정인 하나님의교회 측 부지. 아래 사진은 이 부지 앞에서 주민들이 반대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중앙동하나님의교회대책모임 관계자들은 최근 서재섭 중원구청장을 만나 이 같은 주민의 우려를 전하며, 건축 허가 취소를 강하게 요청했다. 이 대표는 “하지만 중원구청은 합법적으로 건축 허가가 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며 “이에 건축 허가 과정에서 놓친 부분은 없는지 등을 검토해달라는 취지로 상위 기관인 경기도청에 감사를 요청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또 하나님의교회가 들어설 부지가 원래는 정통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소속 교회의 소유였다는 점에서 주민들은 불만이 높다. 지역 교회가 이 문제를 방관하고 있다는 취지다. 이 교회 A목사는 대출 이자 감당이 어렵다는 이유로 지난해 하나님의교회 측으로부터 44억5000만 원을 받고 부지를 매각했다. 최초 분양가는 23억6950만 원으로 20억이 넘는 시세 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글·사진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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