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령 현역 이발사는 108세 할머니…"1년만 더 가위 잡고 싶어"[일본人사이드]

전진영 2024. 11. 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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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6년생 하코이시 시츠이씨
전쟁으로 남편 잃고 혼자 미용실 차려
아직도 손님 받고 생업 계속
아침 체조·걷기로 성화봉송도

"생각을 많이 하면 안 돼. 쓸데없는 일로 고민하지 마."

최근 일본에서는 세계 이발사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108세 할머니가 책을 펴내 주목받고 있습니다. 여전히 이발소를 운영하며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데요, 장수의 비법으로는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쓸데없는 생각을 안 했기 때문"이라고 밝혀 화제가 됐습니다. 오늘은 11월 10일 108세를 맞이하는 세계 최고령 이발사 할머니, 하코이시 시츠이씨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하코이시 시츠이씨가 손님의 머리를 자르고 있다. TBS

하코이시씨는 1916년 11월 도치기현에서 태어났습니다. 14세에 도쿄로 옮겨가 미용실에서 일하면서 자격증을 취득했고, 22살에 결혼해 신주쿠에서 부부가 함께 이발소를 개업합니다. 아이도 둘을 낳고 잘 살아가는 듯했죠. 기술을 배우겠다며 온 제자도 있었고 맞벌이를 하니 가사도우미도 고용했을 정도로 부족하지 않은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개업 2년 뒤, 일본 군부는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게 되는데요. 남편 지로씨도 결국 소집 명령을 받게 되고, 영장이 나온 지 3일 만에 입대하게 됩니다. 아이들을 뒤로하고 전장으로 떠나게 되는데요. 이후 도쿄의 상황이 좋지 않아 고향인 도치기로 잠시 피난하는데, 이 시기 도쿄 대공습으로 이발소도 집도 모두 타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일본은 패전하는데요. 전쟁은 끝났지만, 남편에 대한 소식은 없었다고 합니다. 만주로 간 것 같은데 생사를 알 수 없고 그저 집에만 오기를 기다렸는데요. 그렇게 패전 이후 8년이 지나서야 남편이 전사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시신도 찾지 못해 유골도 하나 없이 위패만 받았다고 하네요. 생계를 이어가던 이발소는 타버렸고, 남편도 돌아올 수가 없는데 두 아이와 본인 혼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한 마음에 "아빠한테 가자"며 아이들과 다 같이 목숨을 끊을 생각도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소식을 듣고 달려온 사촌이 "이런 모습은 남편도 싫어할 것"이라고 말리면서 다시 살아갈 결심을 하게 됐다는데요.

하코이시씨가 남편의 생전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TBS

이후 고향에서 이발소를 다시 열고 일을 이어나갑니다. 매일 퇴근 후 잠에 들기 전엔 남편의 사진에 "오늘도 잘 끝났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고, 아침에는 다시 그냥 할 일을 하고. 그렇게 70년 생업을 이어가다 보니 108세가 됐다는데요.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어려움도 많았기 때문에 정신없이 살아버렸다"며 "그래서 나는 생각을 안 한다. 쓸데없는 일로도 고민하지 않는다. 이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한 달에 4, 5명 단골의 머리를 계속 잘라주고 있다는데요. 하코이시씨는 "왜 계속 일하는지 사람들이 내게 묻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살아있는 이상 먹지 않으면 안 되고 사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그냥 일해온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단골 중에는 아기 때부터 하코이시씨에게 머리를 맡겼던 사람도 있다는데요.

하코이시씨가 성화 봉송 주자로 달리고 있다. TBS

특히 등도 굽지 않고, 허리나 무릎 통증도 없이 현업에 종사하는 것을 두고 사람들이 장수와 건강의 비결을 묻기도 했습니다. 도쿄 올림픽 당시에는 성화 봉송 주자로 뛰기까지 해 화제를 모았는데요. 매일 아침 체조를 하고 1000보를 걷는 것이 하루 루틴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한쪽 다리에 1.5kg씩 총 3kg의 무게를 차고 다리가 바닥과 수평이 될 때까지 올리고 내리는 것을 500번에서 1000번 매일 반복한다고 합니다. 이런 내용을 담은 책까지 출간했다는데요.

지난해 세계 최고령 현역 이발사로 인정을 받고 그가 세운 목표는 "109세까지만 더 가위를 잡고 일하고 싶다"라는 것입니다. 현역 이발사로 활동하는 것 이외에도, 남편을 전쟁으로 잃고 힘들게 살았던 경험 때문에 일본 내에서 반전(反戰) 관련 인터뷰에 꼭 참여하시기도 하는데요. 모쪼록 은퇴 목표 나이인 109세까지도 건강하고 당차게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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