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희에게 너무나 가혹한 비난 [하재근의 이슈분석]

데스크 2024. 11. 9.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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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DB

그룹 라붐 출신 율희(김율희·26)에게 아직까지도 악플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율희가 전 남편 최민환을 상대로 양육권 소송을 제기한다며 그 변호인이 ‘악의적인 게시물, 악의적 댓글을 남겨두거나 향후 작성하는 경우에는 손해배상 청구 등 민, 형사상 법적 조치를 취해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그랬더니 이 내용에 대해서 또 율희에 대한 비난이 나온 것이다. 율희가 어떻게 하든 무조건 비난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최근 1년여 간 율희는 우리나라 연예계에게 가장 악플을 많이 받은 사람 중의 한 명이었다. 포털에선 주기적으로 율희의 근황 기사가 떴는데 그럴 때마다 악플이 무수히 쏟아졌다. 아이가 셋인 율희가 이혼하며 아이들을 데려가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율희는 아이들을 버린 철없는 엄마 이미지로 각인됐는데 문제는 그녀가 연예인이라는 점이다. 연예인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공개적인 활동을 하게 되고, 대외적으로 밝은 이미지가 공개된다. 불행한 모습보다는 좋은 환경에서 좋은 제품을 착용한 모습이 공개될 수밖에 없다. 그럴 때마다 ‘아이 버리고 혼자서 인생을 즐기는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엄마’라는 공격이 이어졌다.

율희 부부의 이혼 사유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는데, 언젠가부터 인터넷상에서 율희가 결혼생활 당시에 아이돌 교육비를 무절제하게 썼고 그게 가장 파탄의 원인일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 때문에 율희는 이혼의 원인제공자로 낙인이 찍혀 또 비난을 들었다.

그 상태에서 무려 1년 가까이 율희는 침묵을 지켰다. 하지만 너무나 공격이 거세지면서 율희가 연예인으로서 생존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올 10월에 율희는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심경을 밝혔다.

자신은 재산이 없고 당장 생활비를 벌어야 해서, 세 아이를 돌보고 뒷받침해 줄 수 없는 처지라고 했다. 반면에 최민환의 집은 여유가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합의 하에 최민환 측에서 양육을 맡게 된 것이지 율희가 무조건 아이들을 버린 게 아니라고 했다.

이 정도로만 얘기하면서 최민환과의 이혼과 관련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러자 인터넷상에선 율희에 대한 비난이 또 불붙었다. 급기야 두 사람의 이혼이 율희의 생활태도 때문이라는 식의 주장이 유튜브에서 나오면서 율희의 처지는 최악이 되어갔다. 율희의 ‘이혼팔이’를 꾸짖는 기사들도 나왔다.

그렇게 벼랑 끝까지 몰린 상황에서 율희는 결국 1년여 간의 침묵 끝에 이혼 이유를 폭로했다. 최민환이 과도하게 유흥업소를 출입했으며 술에 취한 상태에서 업소에서 하던 행위를 율희에게 하기까지 했다는 주장이었다.

양육권 문제에 대해선, 원래 율희가 아이들을 맡으려 했지만 그녀에겐 재산이 없었고 최민환 측에서 합의금 5000만원과 양육비 월 200만원을 제안했기 때문에 그걸로 세 아이를 제대로 키우기 힘들어 더 여유가 있는 최민환 측이 아이를 맡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일이 이렇게 되자 유흥업소 관련 의혹 문제로 최민환이 곤란해졌다. 그러면서 동시에 율희에게도 비난이 쏟아졌다. 세 아이 엄마가 무슨 생각으로 내밀한 가정사를 폭로해서 아이들 아빠를 곤란한 지경으로 밀어 넣느냐는 비난이다. 그리고 율희가 아이들을 데려가기 위해 양육권 소송을 제기한다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 비난이 꺼지지 않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어떻게 그런 폭로를 하느냐’고 비난하지만, 그런 폭로를 하게 몰아간 건 바로 대중이다. 도대체 남의 가정사를 어떻게 알 수 있다고 여겼는지, 많은 이들이 율희의 부부 관계 파탄에 대해 자기들 마음대로 예단하면서 집요하게 율희를 공격했다.

일부 언론사들은 대중이 율희를 공격하도록 떡밥을 던져주는 역할을 했다. 율희가 아이들 내팽개치고 화려한 삶을 즐기는 듯한 근황 기사들을 낸 것이다. 과거 설리가 악플 표적이 됐을 때 일부 언론이 설리를 향한 악플을 유도하는 떡밥 기사들을 양산한 것과 비슷한 양태였다. 그렇게 율희는 마녀가 되었다. 그런데도 율희는 무려 1년 가까이 침묵을 지켰다.

지난 10월에 율희가 입장을 냈을 때, 그때 악플을 멈추기만 했어도 그 후의 폭로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악플은 오히려 더 심해졌고 언론의 추궁까지 이어져 율희는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해졌다. 그런 상황에서 결국 폭로를 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왜 사적인 부분을 폭로했느냐고 또 율희를 비난한다. 지난 10월에 율희가 이야기했을 땐 사람들과 언론이,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이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니 왜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느냐고 비난하는 것이다. 도대체 어쩌라는 것인가?

애초에 사람들이 남의 가정사를 예단하고 그렇게 돌을 던져대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폭로 사태는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 율희를 벼랑 끝으로 몰아간 대중과 일부 언론이 현 사태를 초래한 것이다. 이 지경까지 와서 율희에게 왜 폭로했느냐며 또 비난하는 건 너무 가혹하다. 율희의 가정사 폭로 이전에 남의 가정사를 예단하고 심판에 나선 이들이 더 문제였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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