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마디’에 조선株 뛰었는데…“부정적 가능성 염두해야”
이창희 2024. 11. 9. 06:12
최근 조선주들이 일제히 급등세를 시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자국 조선업에 대한 한국의 도움 및 협력 필요성을 전파한 영향이다. 다만 투자업계에서는 보호무역주의 등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오션 주가는 전날 종가 기준 3만62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달 초 2만6800원에서 35.07% 급등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HD현대중공업은 17만4200원에서 20만9500원으로 20.26% 뛰었다. 아울러 삼성중공업(16.26%), HD현대마린솔루션(12.39%), HD현대마린엔진(6.08%), HD현대미포(5.26%) 등 조선주들이 상승세를 시현했다.
이같은 오름세는 트럼프 효과로 분석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에서 미국 조선업에 대한 한국의 도움과 협력을 강조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 선박 수출뿐 아니라 보수, 수리, 정비(MRO)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양국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 분야에 대해 윤 대통령과 좀 더 이야기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이 시장에 전해진 시점부터 조선주들은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특히 MRO 수주에 강점을 가진 국내 조선업체인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두드러졌다. 한화오션 주가는 지난 6일 2만7800원에 마감한 이후 7일과 8일 양일간 30.21% 치솟았다. 더불어 HD현대중공업도 15.68% 올랐다. 이달 들어 시현한 주가 상승률이 해당 기간에 포진한 셈이다.
한화오션은 지난 7월 미 해군 함정 MRO 사업을 위한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한 이후 8월말 첫 수주에 성공했다. HD현대중공업도 한화오션과 동일하게 MSRA을 체결한 상태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해당 사업에 참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 내용이 전해지며 국내 조선업종에 대한 기대감이 유입됐다”며 “특히 미국 군함 MRO 시장 진출을 타진 중인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강세가 뚜렷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당선으로 조선업이 향후 호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삼정KPMG는 보고서를 통해 조선 산업은 액화천연가스(LNG) 및 액화석유가스(LPG) 수요 증가로 인해 에너지 운반선 건조에서 강점을 보이는 한국 조선업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를 지속적으로 주장했던 만큼 종전 바이든 행정부 친환경 정책에서 화석 연료 중심의 변화가 조선 산업에 긍정적인 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진단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도 “트럼프 후보는 미국 내 에너지 개발을 장려하고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에 대해 신속한 승인을 언급한 바 있다”며 “트럼프 후보 당선 시 미국 내 LNG 개발 확대와 관련된 LNG선 발주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향후 찾아올 트럼프 행정부 2기의 정책들이 조선산업에 긍정적이지만은 않아서다. 보호무역주의는 해상물동량의 근본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고, 환경정책 후퇴도 조선산업에 부정적인 여파를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인의 핵심공약 중 하나는 보편관세다.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모든 수입상품에 최대 20% 보편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고, 중국상품에 대해서는 60%를 부과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 왔다”며 “이같은 움직임이 현실화되면 타국들 역시 상응하는 관세정책 도입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른 교역량 감소는 해상물동량도 줄어들 수 있다. 상선수요에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주요 선진국들과 국제해사기구(IMO) 노력으로 조선해운 분야에서도 강화된 친환경 정책들이 도입되면서 한국 조선사들의 수혜가 이어진 바 있다. LNG나 메탄올, 암모니아 등을 병행해 사용할 수 있는 이중연료엔진과 연비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선형 디자인과 각종 보조장치 등에서 한국이 중국을 압도해 왔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파리기후협약 재탈퇴로 환경정책이 후퇴할 경우 한국의 경쟁우위는 크게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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