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해외 공략에 희비 갈렸다…‘빅5’ 제약사 3분기 실적 봤더니

김은빈 2024. 11. 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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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자료사진.

매출 상위 5개 제약사의 실적이 엇갈렸다. 유한양행, 대웅제약, 녹십자 등은 신약 개발, 글로벌 시장 공략 등을 통해 올해 3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종근당, 한미약품은 다소 주춤했지만, 4분기 실적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제약 업계에 따르면 국내 매출 상위 제약사 5곳 중 전년 동기 대비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난 곳은 유한양행, 대웅제약, GC녹십자 3곳이다. 종근당은 매출은 늘었으나, 영업이익이 떨어졌다. 한미약품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소폭 줄었다. 

유한양행은 3분기 영업이익이 54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무려 690.6% 폭증했다. 별도 기준 매출액은 5852억원으로 24.8% 늘었다. 폐암 치료제인 ‘렉라자’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에 따라 파트너사 미국 얀센으로부터 받은 기술료(마일스톤) 영향이 컸던 것으로 평가된다. 

렉라자는 유한양행이 지난 2018년 얀센에 글로벌 개발·판매 권리를 총 1조4000억원 규모로 기술 수출한 비소세포폐암 신약이다. FDA 허가까지 받아낸 첫 사례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한양행은 마일스톤 효과를 제외하면 기존 사업부문 실적 예상보다 부진했다고 판단한다”며 “산발적으로 투자된 신약 개발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대웅제약은 올해 3분기 별도기준 매출 3159억원, 영업이익 411억원을 보였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26%, 20.32% 증가한 수치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와 국산 34호 신약 ‘펙수클루’가 매출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는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의 미용 시장 분야에서 매출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대웅제약 측은 “현지 의사와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는 중”이라고 밝혔다. 위식도역류질환 신약인 펙수클루의 글로벌 진출도 순항 중이다. 멕시코에서 ‘한국 약’으로 통할 정도로 환자 만족도가 높아 처방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김혜민 KB증권 연구원은 “펙스클루는 올해 500억원 수준의 매출을 큰 문제 없이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올해 상반기까지 적자를 지속하던 GC녹십자는 반등에 성공했다. 영업이익이 396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20.8% 늘었다. 매출 역시 46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 오르고, 순이익도 358억원으로 96.2% 확대했다. 올해 7월 미국 시장에 출시된 ‘알리글로’의 매출이 반영되며 실적 개선을 이뤘다.

알리글로는 지난해 12월 FDA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은 혈액제제로, 선천성 면역 결핍증으로도 불리는 일차 면역결핍증에 사용하는 정맥투여용 제제다. GC녹십자는 내년 알리글로의 미국 예상 매출액을 1500억원 수준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선경 SK증권 연구원은 “알리글로는 11월 2회, 12월 2회 등 연내 4회 추가 출하가 예정돼 있다”며 “목표로 연 600억원 정도의 매출은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종근당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도 531억원에서 252억원 줄었다. 52.5% 감소하며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다만 매출은 3962억에서 4085억원으로 3.1% 늘었다. 영업이익 감소는 ‘케이캡’의 공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캡은 HK이노엔의 연매출 1000억원이 넘는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다. HK이노엔은 지난해까지 종근당과 케이캡을 공동 판매했는데, 올해 파트너사를 보령으로 바꿨다. 지난해 3분기 종근당 매출 비중 1위(8.2%, 1375억원)에 달하는 효자 품목이었다. 종근당은 케이캡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발빠르게 대응하는 모양새다. 펙수클루를 보유한 대웅제약, 간기능 보조제 ‘고덱스’를 전개하는 셀트리온제약 등 다른 제약사들과 손을 잡았다. 종근당은 이를 바탕으로 4분기에는 실적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한미약품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매출 3621억원, 영업이익 510억원, 순이익 35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7%, 11.4%, 42.3% 감소한 수치다.

중국 자회사 북경한미약품의 사업 환경이 악화한 게 실적 감소로 이어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북경한미약품은 중국 현지 자연재해와 영업일수 감소 등으로 3분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6%, 42.3% 낮아졌다. 다만 일회성 요인이라 회복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증권가의 시각이다. 임도영 디올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 부진은 4분기부터 회복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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