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정류장 아닙니다” 스마트쉼터 이면…1m에 선 사람들 [가봤더니]

임지혜 2024. 11. 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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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한 버스정류수에 정차한 버스를 향해 한 남성이 황급히 달려왔다.

버스정류소 옆으로 1.4m 떨어진 스마트쉼터 앞, 폭 1.3m에 불과한 보도 위를 아슬아슬 달려 버스에 올라탔다.

정류소 벤치 앞 버스 노선표를 확인한 시민들은 다시 스마트쉼터 앞 좁은 공간으로 돌아갔다.

서울 강남구 출퇴근 시간 유동인구가 많은 선릉역 근처 한 버스정류소 옆 스마트쉼터도 정류소와 4m가량 떨어져 설치됐으며, 쉼터 앞과 차도 사이 폭은 1.2m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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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쉼터 183곳, 좁은 공간에 시야 가려 사고위험
버스정류장 20m 간격 두고 설치 권고 지켜지지 않아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한 버스정류장 인근 스마트쉼터 앞 공간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 사진=임지혜 기자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한 버스정류수에 정차한 버스를 향해 한 남성이 황급히 달려왔다. 버스정류소 옆으로 1.4m 떨어진 스마트쉼터 앞, 폭 1.3m에 불과한 보도 위를 아슬아슬 달려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정류소에 마련된 의자에 앉은 시민은 한 명도 없었다. 바로 옆 스마트쉼터에 1~2명 정도 앉아있고, 나머지 시민들은 스마트쉼터와 도로 사이 좁은 보도 위에 서 있었다. 정류소 벤치 앞 버스 노선표를 확인한 시민들은 다시 스마트쉼터 앞 좁은 공간으로 돌아갔다. 정류소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서는 스마트쉼터가 시야를 가려 정류소를 향해 오는 버스가 보이지 않는 탓이다. 정류장 의자에는 누군가 버리고 간 음료컵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실제로 기자가 직접 의자에 앉아 버스를 기다려보니 몸을 한껏 도로 쪽으로 기울여야만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도착 버스를 알려주는 버스정보안내단말기는 스마트쉼터 너머에 자리했다. 버스정류소에서 버스정보안내단말기를 보기 위해선 스마트쉼터 안에 들어가거나 스마트쉼터를 지나야 확인이 가능했다. 쉼터가 동선 상 불편하게 위치해 버스정류소가 제기능을 잃은 모습이다. 

특히 스마트쉼터 문이 도로를 향해 나 있어 버스가 정류소에 멈출 때마다 쉼터 밖으로 나온 시민들과 쉼터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들이 좁은 승하차 공간으로 몰렸다. 유모차나 휠체어를 이용하는 승객은 승하차가 더욱 위험하고 불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 강남구 한 버스정류장 옆 스마트쉼터 앞 좁은 공간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 사진=임지혜 기자

시민 이모씨는 “늦은 시각 스마트쉼터에 취객, 노숙자 등이 자리잡아 이용이 어려울 때가 많다. 또 너무 춥거나 더운 날엔 쉼터 내부에 사람이 많아 (밀폐된 스마트쉼터가 아닌) 밖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이씨는 “정류장 벤치에선 쉼터가 시야를 가려 몸을 도로 쪽으로 내밀어 확인할 때가 많다. 위험한 걸 알지만 버스 오는 걸 확인하려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며 “버스가 도착해도 버스 승차 지점의 공간이 비좁아 사람이 많을 땐 정말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신촌역 인근 버스정류장 상황도 비슷하다. 오후 5시30분쯤 수업을 마친 대학생들이 스마트쉼터와 차로 사이 공간에 모여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직장인 김모씨는 “버스정류소와 스마트쉼터를 하나로 합치면 승하차 공간이 깔끔해질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따로 나뉘어 설치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한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으니 스마트쉼터가 시야를 가려 도로 상황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사진=임지혜 기자

충분한 도보 공간이 확보되지 않아 보행자와 대중교통 이용객 모두 위험할 수 있는 스마트쉼터는 자치구 곳곳에 있었다. 서울 강남구 출퇴근 시간 유동인구가 많은 선릉역 근처 한 버스정류소 옆 스마트쉼터도 정류소와 4m가량 떨어져 설치됐으며, 쉼터 앞과 차도 사이 폭은 1.2m에 불과했다. 강남구의 또 다른 버스정류소 옆 스마트쉼터도 정류장과 가로수를 사이에 두고 3.3m 떨어져 있었다. 스마트쉼터 앞과 차도와의 거리는 1.6m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19개 자치구에 버스정류장 인접 스마트쉼터 183곳이 설치돼 있었다.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 적용지침’에서는 교통 관련 시설 중 보도 상의 시설물은 보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보행안전공간 외 구역이나 공간에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승차대로의 접근 및 진출입 통로 폭은 1.5m 이상 확보해야 한다. 

자치구가 자체적으로 설치하는 스마트쉼터는 서울시가 조성한 버스정류장 시설 ‘스마트쉘터’와는 다르다. 더위와 추위를 피하거나 버스 도착 정보를 볼 수 있는 등 시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한다는 점에선 동일하지만 설치와 관리 주체가 다르다. 서울시는 안전상의 이유로 버스정류장과 20m 간격을 두고 스마트쉼터를 설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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