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암살·대선패배 다 극복…美 역사 다시 쓴 트럼프 '부활 본능'
이쯤 되면 ‘피닉프(피닉스+트럼프)’라 불러야 할 정도다. 7월과 9월 두 번의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은 뒤 지난 5일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얘기다.
트럼프 당선인은 2020년 대선 패배 후 4년 만에 백악관에 다시 입성하게 되면서 미 정치사를 새로 썼다. 연임이 아닌 ‘징검다리 임기’로 미국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건 1885년과 1893년 22대, 24대 대통령을 지낸 그로버 클리블랜드를 제외하면 트럼프가 유일하다.
파산법 이용해 빚더미 회사 살려
트럼프의 ‘불사조 서사’는 그의 인생 변곡점마다 나타났다. 궁지에 몰려도 탈출 본능을 발휘해 기회로 전환했다.
대표적인 게 자신이 이끄는 트럼프 그룹의 위기다. 트럼프는 25세이던 1971년 아버지 회사를 물려받아 ‘트럼프 그룹’으로 회사 이름을 바꿨다. 자신의 이름을 딴 호텔·카지노·골프장을 세워 공격적 경영을 펼쳤다. 36세이던 1983년 뉴욕 맨해튼 중심에 지은 주상복합빌딩을 시작으로 한국을 비롯해 인도, 튀르키예, 필리핀 등 세계 각지에 ‘트럼프 타워’를 지었다.
하지만 ‘트럼프 제국’은 1990년대 벽에 부딪힌다. 이때부터 시작된 부동산 침체 때문이다. 경영난 속에 트럼프는 1991년 뉴저지주 애틀랜틱시티의 트럼프 타지마할 카지노를 시작으로 2009년까지 법원에 자신이 운영하던 회사에 대한 파산을 6차례 신청한다.
파산은 오히려 기회가 됐다. 법원의 손에 맡겨진 트럼프의 회사들은 큰 피해 없이 살아났다. 정부가 관리하며 구조조정을 벌인 후 기업회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미국의 ‘연방파산법 11조’ 덕을 봤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는 개인 돈을 거의 내지 않고 자신이 진 빚을 사업체에 떠넘기면서 월급과 보너스로 수백만 달러도 챙겼다”고 지적했다. 미국 파산법 판례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대선 패배에도 SNS 회사로 대박
하지만 그가 대선 패배 이후 만든 새로운 사업이 살렸다. 2021년 ‘1·6 의회 폭동’ 사태로 X(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계정 사용이 막히자 직접 설립한 플랫폼 ‘트루스소셜’이 한 달 뒤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자신을 지지하는 이들의 충성도 높은 참여에 힘입어 트루스소셜은 급성장했다. 트루스소셜의 모회사인 트럼프 미디어의 기업가치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약 100억 달러(약 13조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선 승리로 재판에서도 해방
하지만 4건의 혐의 모두 그의 지지율에 별다른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그의 지지자들은 오히려 트럼프가 기소를 당할 때마다 결집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가 재집권하면서 향후 모든 재판에서 해방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백악관에 재입성한 그가 법무부를 통해 심리 중단을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취임 후 신임 법무장관을 임명해 자신을 기소한 특검을 해임하는 방식으로 사건 자체를 무마할 수 있다. 실제로 트럼프는 자신이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자신을 기소한 잭 스미스 특검을 “2초 안에 해임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법무부도 현직 대통령을 기소하지 않아 온 정책을 준수할 생각이다. NBC·CNN 방송은 법무부와 특검 측이 트럼프 관련 사건 종결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폴 버틀러 조지타운대 교수는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결과적으로 트럼프는 4개 사건에서 모두 이겼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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