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기다려 사는 차…K8·쏘렌토 하이브리드, 울컥거림 안 들렸다
하이브리드차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속 시름 하는 전기차와 달리 더 안정화된 성능을 앞세워 국내외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차량 출고까지 1년을 기다릴 수도 있다는 게 소비자의 몇 안되는 불만일 정도다.
중형 스포츠유틸리티(SUV) 쏘렌토와 준대형 세단 K8은 기아의 ‘간판 차’ 중 하나다. 두 차량 모두 내연기관보다 하이브리드가 더 많이 팔리는 대표적 차종이다. 올 1~9월 쏘렌토는 하이브리드(4만8256대)가 내연기관(1만9058대)보다 두배 넘게 더 팔렸고, K8도 하이브리드(1만379대) 판매량이 내연기관(7862대)보다 많다.
쏘렌토·K8 하이브리드를 타고 서울~포천·대전 등 왕복 300㎞ 거리를 각각 운행해봤다. 그간 대부분의 하이브리드차량에서 전기↔내연기관 전환 때 엔진 소음과 울컥거림이 단점으로 꼽혔는데, 두 차량 모두 큰 거슬림 없이 전환되는 것을 느꼈다.
두 차량 모두 창문을 열고 주행을 하다가 터널에 들어서자 창문이 스스로 닫힌 뒤 내기순환 시스템이 켜졌다. 터널을 나오자 원상 복귀됐다. 기아의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인 전방 충돌방지 보조,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이 적시에 작동했다.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올해 ‘베스트 셀링카’(가장 많이 팔린 차) 유력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겉모습은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기아의 ‘패밀리 룩’이 더 충실하게 반영됐다. 특별히 튀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밋밋하지도 않다. 호불호 없는 디자인이 가장 큰 강점이다. 중형급이지만 차량 외관은 웅장한 느낌이고, 내부도 널찍해 가족용 차로도 손색없다.
한국 운전자 평균 취향을 공략한 SUV답게 묵직하면서도 안정적인 주행감을 느꼈다.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밟는 것도 부드러웠다. 저속 주행 때 뿐 아니라 시속 60㎞를 넘어서도 전기차 같은 승차감을 느끼게 해줬다. 고속주행을 해도 엔진 소음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외부소음도 잘 차단돼 조용했다.
실내에선 운전석부터 가운데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된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눈에 띄었다. 2열 좌석엔 성인 남성이 누울 수 있을 정도로 넉넉했다. 왕복 300㎞를 운행한 뒤 연비는 17.0㎞/L.
기아는 최근 K8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선보였다. 시승차는 이전모델이었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일자 눈’은 다소 호불호가 갈리지만, 역동적인 느낌은 그대로 이어진듯 했다. 운전석부터 가운데까지 이어진 콕핏의 디스플레이는 쏘렌토와 비슷하게 깔끔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준다. 쏘렌토보다 차체가 낮지만 운전할 때 시야가 답답하지는 않다.
시속 60㎞를 넘어 내연기관으로 전환될 때는 미세한 엔진음이 들렸다. 하지만 고속주행이 이어지자 다시 정숙함을 되찾았다. 고속주행 땐 계기판에 ‘EV’(전기모터 주행) 표시가 없는 걸 확인하지 않았다면 전기차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운전에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었지만, 운전대에 가려져 ‘EV’ 표시가 잘 보이지는 않았다. 연비는 17.2㎞/L.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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