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는 트럼프와 '골프외교'…골프 안 치는 이시바가 불안한 일본

김현예 2024. 11. 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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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오는 11일 열리는 특별국회에서 총리 재지명에 나선다. 일본 언론들은 이시바 총리가 총리직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30년 만에 처음으로 총리 지명 선거가 2차 투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재출발하는 이시바 정권의 앞날은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캐스팅 보트 쥔 국민민주당


중의원 선거에서 참패한 뒤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신화=연합뉴스
중의원(하원) 선거 참패로 여소야대 상황을 맞이한 이시바 총리에게 중요한 키는 28석의 표를 쥐고 있는 국민민주당이다.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郎) 국민민주당 대표는 8일 외신기자들과의 회견에서 총리 지명 선거에서 이시바 총리에게도, 제1야당인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입헌민주당 대표에게도 투표하지 않을 방침을 밝혔다.

1차 총리 지명선거에서 전체 465석의 과반(233석)의 표를 얻지 못하면 상위 2명이 2차 투표로 가게 된다. 2차 투표에선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총리로 지명되는데, 후보가 아닌 이름을 써내면 무효 처리된다. 국민민주당은 물론 일본유신회 등 야당이 각기 자당 대표 이름을 써내기로 하는 ‘무효표’를 선택하면, 자연스럽게 이시바 총리가 재지명될 공산이 높게 된다. 다마키 대표는 “민심은 정치자금 문제로 여당에 과반수 (의석을) 주지 않았다”며 이시바 총리를 지지하지 못하는 이유를 밝혔다. 이시바 총리가 이끄는 연립 여당(자민당+공명당)과 정책 면에서 ‘부분 연합’은 맺을 수 있지만, 직접적인 지지는 할 수 없다는 의미다.


30년 만에 야당 예산위원장


총리 재지명은 이시바 총리로선 안도할 만한 일이지만 정권 위기 조짐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날 열린 중의원 각 당 교섭단체 대표자 협의회에서 30년 만에 처음으로 자민당이 독식해오던 예산위원장 자리를 야당(입헌민주당)에 배분하기로 합의한 것이 대표적이다. 예산위는 국정 전반 과제를 다루기에 총리를 포함한 모든 각료(장관)가 참여하고, TV 중계까지 이뤄질 정도로 요직으로 꼽힌다. NHK에 따르면 야당 측에 돌아간 상임위원장 자리는 총 17개 중 7개에 달한다. 기존 야당이 가져간 4개보다 늘어난 데다 요직인 예산위원장 자리마저 입헌민주당에 내주게 되면서 사실상 주도권을 뺏겼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일본 중의원 선거 결과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니혼게이자이]

십수년간 골프 안 쳤는데…


이시바 총리 지지율이 지난달 초보다 12%포인트 떨어진 34%(아사히신문 조사)로 나타난 데다, 지난 7일 열린 자민당 의원 간담회에서 ‘조기 사임’ 요구까지 나온 것도 이시바 총리에겐 불안 요소다. 퇴진론으로까진 이어지지 않았지만, 내년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어 “이시바 총리로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내년 3월 본예산 통과까지 국민민주당 안을 끌어안으면서 이시바 정권으로 극복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가 당내에서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2019년 일본에서 골프 라운딩을 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트위터 캡처] 연합뉴스


이달 중 이시바 총리가 추진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과의 회담 등 정상외교에 대해서도 불안한 시선이 존재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처럼 트럼프 당선인과 ‘골프 외교’ 등이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우익성향의 산케이신문은 정상 간의 신뢰 관계를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가 아베 총리 시절과 같은 밀도 있는 친분을 쌓을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 이시바 총리가 십수년간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점도 덧붙였다. 지지통신은 “트럼프와의 신뢰 관계 구축은 정권을 좌우할 수 있는 난제”라며 이시바 총리가 “내정에 쫓겨 외교에 힘을 쏟을 수 있을지도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도쿄=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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