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문화] ‘줄광대 출신 명창’ 이날치를 아시나요?

장지영 2024. 11. 9. 04:1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선 소리꾼 이경숙 다룬 ‘이날치전’
국립창극단, 14~21일 국립극장 공연
신분 굴레 극복하는 주체적 삶 초점
국립극장 제공


판소리는 18세기에 형성돼 19세기에 전성기를 맞았다. 수많은 소리꾼이 나왔지만 19세기 ‘전기 8명창’과 ‘후기 8명창’은 판소리를 인기 있는 대중예술로 만든 주역이다. 국립창극단이 오는 14~21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후기 8명창 가운데 이경숙(1820~1892)을 다룬 신작 ‘이날치전(傳)’을 선보인다.

이경숙은 조선시대 신분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자신의 운명을 개척한 예인(藝人)이다. 전라남도 담양군 양반집에서 종살이하던 이경숙은 남사당패를 따라가 줄타기의 명수가 됐다. 본명보다 많이 알려진 예명 ‘이날치’는 날쌔게 줄을 잘 탄다고 해서 붙었다. ‘범 내려온다’로 유명한 판소리 기반 밴드 ‘이날치’도 여기서 이름을 따왔다.

하지만 판소리가 좋았던 이날치는 소리꾼이 되기 위해 당대 최고 동편제 명창 박만순을 따라다니는 북재비(고수)가 됐다. 귀동냥으로 소리를 익히던 중 박만순의 냉대에 뛰쳐나간 그는 서편제 명창 박유전 문하에 들어가 수련 끝에 득음했다. 수리성(거칠고 탁한 소리)의 큰 성량과 한 서린 목소리를 가진 그는 금세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새타령’을 부르며 새소리를 흉내 내면 실제 새들이 날아들었다는 일화가 전해질 정도다.

판소리 연구의 바이블이라는 정노식의 ‘조선창극사’(1940)는 ‘박만순의 소리는 식자에 한하여 칭예를 받지만, 이날치의 소리는 남녀노소 시인묵객 초동목수 할 것 없이 찬미 아니하는 이가 없었다’고 썼다. 이날치의 소리가 서민적이고 민중적 감성에 가까웠다는 것을 알려준다.

국립창극단이 신작 ‘이날치전(傳)’을 앞두고 최근 라운드 인터뷰를 가졌다. 왼쪽부터 이날치 역의 이광복, 대본을 쓴 윤석미 작가, 윤은선 국립창극단 단장, 연출을 맡은 정종임 창작집단 타루 예술감독, 이날치 역의 김수인. 국립극장 제공


그런데, 이날치는 명성에 비해 삶이나 마지막 행보 등 전해지는 이야기가 많지 않다. 국립창극단의 ‘이날치전’은 역사적 사실에 허구를 가미한 팩션 창극이다. 국악과 가요·클래식을 넘나들며 방송 대본을 주로 써온 윤석미가 처음 창극에 도전했다. 윤석미의 대본은 신분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이날치의 주체적인 삶의 태도에 초점을 맞췄다. 윤석미는 최근 국립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료가 많지 않아 고민하다가 새로운 이날치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썼다.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조선 후기 예술인의 삶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줄광대와 고수, 소리꾼 등 다양하게 활약한 이날치를 조명하는 만큼 줄타기와 풍물, 탈춤, 사자춤 등 다양한 전통연희가 무대 위에 펼쳐진다. 연출을 맡은 정종임 창작집단 타루 예술감독은 “판소리를 중심으로 우리 전통예술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신명 나는 놀이판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창극 ‘이날치전’은 실존 명창의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판소리의 주요 눈대목들이 극 사이를 촘촘히 채운다.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적벽가’ 예능 보유자이자 판소리 고법 이수자인 윤진철 명창이 작창을 맡아 박만순, 송우룡, 김세종, 박유전 등 조선 후기 명창들의 소리 특징과 더늠(명창이 자신만의 창법과 개성으로 새롭게 짜거나 다듬은 대목, 혹은 명창이 가장 잘 부르는 특장 대목)을 작품에 녹여냈다. 그리고 작곡과 음악감독을 맡은 손다혜는 가야금, 거문고, 대금, 해금, 피리, 아쟁, 북 등의 국악기와 신시사이저·어쿠스틱기타 등의 서양 악기를 융합해 극적인 몰입도를 높인다.

주인공 이날치 역에는 국립창극단의 이광복과 김수인이 더블캐스팅됐다. 이광복은 2013년에 국립창극단에 입단한 이후 창극 ‘리어’의 에드거와 ‘패왕별희’의 유방처럼 묵직한 역할부터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의 춘풍과 ‘춘향이 온다’의 몽룡 등 익살스러운 역할까지 폭넓은 캐릭터를 소화해 왔다. 그리고 2020년에 국립창극단에 입단한 김수인은 창극 ‘리어’의 에드먼드, ‘베니스의 상인들’의 바사니오 등을 맡으며 빠르게 창극 배우로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2022년에는 JTBC 음악 경연 프로그램 ‘팬텀싱어4’에 출연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