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방] 서점인들이 화가 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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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식이 알려진 후 동네책방에 전화가 쇄도했다.
"지금 가면 책을 살 수 있느냐?" "작가의 전작을 사겠다" 등 이른바 한강 특수가 일었다.
이로써 한국은 전직 대통령도, 노벨상 수상 작가도 동네책방을 하는 참으로 보기 드문 나라가 됐다.
'책방 오늘'은 2018년 양재동에서 처음 문을 열었는데, 서점에 가면 종종 한강 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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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식이 알려진 후 동네책방에 전화가 쇄도했다. “지금 가면 책을 살 수 있느냐?” “작가의 전작을 사겠다” 등 이른바 한강 특수가 일었다. 북클럽 전문 ‘서촌 그 책방’은 얼마 전 한강의 소설을 함께 읽은 터라, 회원들이 서점에 와서 얼싸안고 기뻐할 정도였다.
게다 한강이 동네책방을 운영한다는 사실도 화제가 되었다. 이로써 한국은 전직 대통령도, 노벨상 수상 작가도 동네책방을 하는 참으로 보기 드문 나라가 됐다. 작가가 운영하는 책방이 처음은 아니다. 박경리 선생도 광복 후 인천 배다리에서 헌책방을 했다. 일본인들이 남기고 간 서적들이 배다리에 모였기 때문이다. 선생은 책방을 하며 카를 마르크스, 미하일 바쿠닌은 물론이고 제임스 조이스, 윌리엄 포그너, 올더스 헉슬리 등을 읽으며 공부를 했다고 한다. ‘책방 오늘’은 2018년 양재동에서 처음 문을 열었는데, 서점에 가면 종종 한강 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 이후 규모를 축소해 경복궁 주변으로 이사를 했다. 최근 밀려드는 독자를 의식한 듯 ‘한강 작가는 책방의 운영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는다’고 SNS에 공지하기도 했다.
한강은 동네책방을 운영할 만큼 서점에 애정이 컸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역책방은 한강의 책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굴렀다. 한국 서적 유통의 구조는 복잡하며 특수성이 존재한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서적 유통에는 출판사와 서점을 잇는 도매상이 존재한다. 국내 역시 오프라인 서점이 전성기일 때 도매상의 비중은 높았다. 온라인서점이 등장하고, 도서정가제가 10여년 동안 파행적으로 운영되며 도매상의 입지는 좁아졌다. 지역 서점이 도매상으로부터 적시에 책을 공급받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2020년 한국서점조합연합회는 도매업을 시작한 교보문고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이후 교보문고와 지역 서점은 안정적인 거래를 이어왔다. 초유의 메가 셀러가 등장하며 교보문고의 도매업 진출에 대한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특수한 상황 앞에서 출판사도, 소매업을 겸한 도매업체도 규모의 논리를 최우선으로 삼았다. 작은 동네책방을 배려할 여유가 없었다.
이 상황에서 서점인이 분노한 이유가 또 있다. 현재 동네책방이 도매상에 도서를 주문할 때 현금으로 선결제를 해야 출고가 이뤄진다. 다시 말해 책값은 받아놓고 한강의 책은 서점에 보내지 않은 것. 다른 하나는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이 일과 관련한 보도자료를 내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교보문고가 책의 판매를 잠시 중단했다. 한데 사태의 본질을 설명하고 사과하는 대신 갑자기 ‘지역 서점과의 상생’이라는 키워드를 꺼내 들었다. 화가 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국 작가가 연이어 노벨상을 받는다면 모를까. 당분간 같은 일이 반복되지는 않을 테다. 하지만 과연 소매상이 도매업을 겸하는 게 바람직할지, 한 도매상의 과점은 출판유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한미화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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