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최태원·노소영 '1조3808억 재산분할' 다시 따져본다

최현주 2024. 11. 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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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을 본격적으로 심리한다. 지난 5월 항소심 재판부가 ‘두 사람의 합계 재산 중 약 35%인 1조3808억원을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분할하고, 위자료 20억원도 지급하라’고 한 판결에 대해 대법원이 들여다보고 다시 판단하겠다는 의미다.

지난 4월 16일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관련 항소심 변론기일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뉴스1


8일 대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가 심리 중인 최 회장 측 상고 사건의 ‘심리불속행 기각’ 기한인 이날까지 대법원은 기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대법원이 하급심 결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 상고 접수 4개월 이내에 추가 심리 없이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지만, 기한 내에 상고를 기각하지 않은 만큼 대법원이 최 회장 부부의 공동 재산 범위와 분할 기준, 위자료 산정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5월 30일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공동 재산을 약 4조115억원으로 보고, 이중 35%에 해당하는 1조3808억1700만원을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이에 최 회장은 6월 SK㈜ 주식은 아버지인 고 최종현 선대회장에서 상속·증여 받은 재산(특유재산)이라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요지로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을 상속재산으로 볼지, 노 관장의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최 회장의 SK㈜ 지분 가치 증가에 기여했는지 등을 다시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부부 공동재산을 산정할 때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17.73%, 1297만주)의 가치를 2조760억원으로 평가했고 비상장사인 SK실트론 주식의 가치를 7500억원으로 봤다. 2018년 최 회장이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 등 친족 23명에게 증여한 SK㈜ 지분(약 1조원)도 부부의 공동재산으로 보고 분할 대상에 명시했다. 최 회장의 SK텔레콤·SK디스커버리·SK케미칼 등 계열사 주식 보유 분은 수십억원으로 평가했고, 부동산이나 예술품 등이 600억원 정도다. 또 항소심 재판부는 ‘300억 약속어음’ 사진을 근거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그룹으로 유입됐고 그룹의 성장에 일조했다는 노 관장 측 주장을 인정했다.

하지만 최 회장 측은 상고심에서 두 사람의 순재산 규모를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선 SK㈜ 주식은 아버지에게 상속받은 것이라 특유재산이라고 주장한다. 최 회장은 약속어음 사진이 돈을 받았다는 증빙이 될 수 없고 실체가 없다며 항소심의 재산 산정 근거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최 회장 측은 1994년 고 최종현 선대회장의 SK 지분 증여에 대해 1998년 국세청에 증여세를 낸 이력을, 노 관장 측은 어머니 김옥숙 여사의 '선경(현 SK) 300억'이라고 쓰인 메모와 50억원짜리 약속어음 6장이 찍힌 사진을 각각 주장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신재민 기자


최 회장은 비상장사인 SK실트론 주식(29.4%) 가치도 재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017년 SK㈜가 LG에서 실트론을 인수할 당시 최 회장은 개인적으로도 실트론 지분을 인수했다. 이때 최 회장의 보유 지분 가치는 2600억원 정도로 평가 받았는데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현재 7500억원 가치로 계산했다.

2018년 최 회장이 친족들에게 나눠준 지분 가치도 당시 주가가 아닌 현재 주가를 적용해 평가해야 한다는 게 최 회장 주장이다. 항소심에선 친족 증여 지분의 가치를 약 1조원으로 평가했는데 현재 시세 기준으로 한다면 약 5000억원으로 줄어든다.

최 회장의 상고 내용을 대법원이 모두 받아들인다면 두 사람의 순재산은 2조원 수준이 된다. 이럴 경우 항소심 재판부가 정한 노 관장 몫 재산 비율(35%)을 적용해도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지급해야할 재산분할 액수는 5720억원 정도로 준다.

만약 대법원이 구체적 심리를 했는데도 두 사람의 순재산 규모에 변동이 없다면 최 회장은 당장 1조원이 넘는 현금을 마련해야 한다. 최 회장이 보유한 자산 대부분이 SK㈜ 주식이라 노 관장에게 줄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SK㈜ 주식 매각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SK그룹 지배구조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

현재 최 회장은 SK㈜ 주식 17.7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SK㈜는 SK텔레콤(30.57%), SK이노베이션(36.22%), SK스퀘어(30.55%), SKC(40.6%) 등의 지분을 보유하는 형태로 이들 계열사를 지배하고, 이들 회사는 또 다른 계열사 지분을 갖고 있다. 예컨대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 지분 20.0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최 회장이 SK㈜를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인데 재산분할을 위해 최 회장이 보유 지분 대부분을 팔아야 한다면 SK㈜에 남는 특수관계인 지분은 여동생인 최기원(6.7%) 등 총 8%에 불과해 그룹 전체 지배력이 약해질 수 있다.

차준홍 기자


재계에선 최 회장의 SK㈜ 지분을 헤지펀드 등이 사들여 경영권을 공격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SK㈜ 주가에 20%가량의 프리미엄을 얹어서 사들여도 3조원 수준에 불과해, 누구든 이를 매입하면 단숨에 SK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라 헤지펀드에겐 매력적인 먹잇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선 대법원 상고심에서 재산분할 액수가 크게 줄지 않는다면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현금 대신 SK㈜ 지분을 넘겨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현금으로 재산분할액을 지급한다면 주식을 파는 과정에서 최대 27.5%의 양도소득세(대주주 주식 매각시)를 내야 하는데 지분으로 지급하면 이 세금도 아낄 수 있다. 노 관장도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재산분할 지급 방식에 대해 협의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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