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최태원·노소영 이혼 정식심리…심리불속행 기간 넘겼다
1조3808억원 규모의 재산분할 항소심 판결로 SK그룹을 뒤흔든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이 대법원의 정식 재판을 받는다. 사건 심리를 맡은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가 최 회장과 노 관장 간 이혼소송 상고심을 심리 없이 기각할 수 있는 기한은 9일 0시까지다. 하지만 재판부가 이 시간까지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리지 않음에 따라 본격적인 심리에 착수하게 됐다.
대법원이 사건을 넘겨받은 건 7월 8일이다. 대법원은 재판 적체 해소를 위해 형사 사건 외엔 이유없이 ‘상고를 기각한다’고 판결해 기존 선고를 신속히 확정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사건이 접수된 지 4개월 안에만 할 수 있는데,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은 8일까지가 그 시한이었다. 8일까지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이 나왔다면 ‘재산분할 1조3808억원’ 판결이 즉시 확정됐겠지만, 대법원이 ‘심리 속행’을 택하면서 정식 재판이 시작된 것이다.
대법원은 항소심 단계까지 제출된 방대한 기록과 최 회장 측이 제출한 500쪽의 상고이유서, 노 관장 측의 반박 서면 등을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검토한 뒤 선고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대법원 심리에서도 최대 쟁점은 최 회장의 SK 지분이 최 회장의 ‘특유재산’인지 여부가 될 전망이다. 선대 회장에게서 상속·증여받은 특유재산일 경우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노 관장 측은 부부 공동재산이라는 입장이지만, SK 측은 선친에게 증여받은 자금으로 인수한 주식인 만큼, 명백히 특유재산이라는 입장이다.
재판 과정에서 논란이 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도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옥숙 여사의 메모를 토대로 SK가 ‘노태우 비자금 300억원’을 받아 성장했다고 판단했지만, 자금의 전달시기나 방식 등은 특정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비자금 300억원의 실체부터 SK로의 유입 여부 등에 대해 양측이 공방전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최 회장은 2017년 7월 이혼 조정 신청을 냈으나 결렬되자 2018년 2월 정식 이혼소송에 돌입했다. 이후 노 관장이 2019년 12월 재산분할을 요구하는 맞소송을 내면서 심리가 본격 시작됐다. 2022년 12월 서울가정법원은 최 회장의 SK 주식에 대해 분할 대상 재산이 아니라고 판단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 665억원을, 위자료 1억원을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가사2부는 지난 5월 양측 합계 재산을 4조원으로 보고 그중 35%인 1조3808억원을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주라며 재산분할 액수를 대폭 상향했다. 위자료도 20억원으로 껑충 뒤었다. 이에 최 회장은 대법원에 상고했다.
소송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 형사 사건으로 비화하기도 했다. 최 회장의 법률 대리인단은 지난해 11월 노 관장의 법률대리를 맡은 이모 변호사를 경찰에 고소했다. 이 변호사가 “최 회장이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에게 쓴 돈이 2015년 이후 1000억원이 넘는다”고 말한 게 허위사실이라는 이유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사건을 수사한 뒤 최근 이 변호사를 검찰에 송치했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김태헌)에 배당됐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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