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지지율 19%…‘탄핵’이 아른거린다 [신율의 정치 읽기]
두 여론조사 모두에서, 보수의 심장 TK 지역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18%다. 일반적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30% 이하로 떨어지면 국정 운영이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고, 지지율이 20% 이하로 떨어지면 국민이 대통령을 ‘심리적’으로 탄핵했다는 의미 부여가 가능하다. 지금 상황이 꼭 이렇다. 대통령 지지율이 10% 이하로 떨어지면, 정치권도 본격적으로 탄핵 혹은 조기 하야를 주장할 수 있다.
물론 대통령 지지율이 소폭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보수층이 위기감을 느껴 결집하면 대통령 지지율은 20%대 초중반까지 다시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보수 결집이 어느 정도까지 유지될지 아무도 모른다. 결집은 필연적으로 ‘피로증’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명태균 씨 관련 녹취가 계속 나올 경우, 보수의 ‘결집 피로증’은 더욱 빨리 나타날 수 있다.
현재 민주당은 명태균 씨 관련 녹취 다수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건희 여사 관련 문제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명태균 씨에 의해 촉발된 사태 역시 윤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주장했던 ‘공정’과 ‘상식’이라는 모토를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있다. 대통령은 명태균 씨와 두 번 만났으며 대선 후보 경선 이후에는 연락을 끊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 취임식 바로 전날인 2022년 5월 9일 윤 당시 당선인과 명태균 씨 통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대통령실 주장은 근거가 무너졌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명태균 씨 조언을 몇 번 듣고 나서 명 씨와의 연락을 ‘매몰차게’ 끊었지만 “취임식 전날 전화가 와서 (정치 참여) 초반에 조언하고 도왔으니 전화를 받은 것”이라며 “전화를 받아서 덕담은 건넬 수 있는 것 아닌가. 그게 전부”라는 입장을 국회에서 밝혔다. 이게 사실일 수는 있다. 문제는 국민이 동조할 것인가다. 정치가 ‘인식’의 영역이라고 할 때, 국민이 그렇게 믿지 않는다면 주장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국민은 대통령이 거짓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게 중요하다.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을 대통령직에 오르게 한, ‘공정’과 ‘상식’의 부활이라는 프레임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대선 당시 이뤄졌던 ‘세대 연합’도 와해됐다.
공정과 상식이라는 모토가 무너져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 사이 연합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이 나오면서부터다. 공정이라는 이슈에 민감한 젊은 세대는 김 여사 문제와 관련한 대통령 행태를 이해하기 힘들어한다. 대통령이 김 여사 관련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할 당시부터 적극 대처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테다. 예를 들어, 본인이 나서 특검을 선제적으로 주장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중도·보수 연합’이라는 대선 1등 공신 역시 망가뜨렸다. 세대 연합이 조국 사태로 상징되는 ‘공정에 대한 문제의식의 산물’이었다면, 중도·보수 연합은 ‘문재인 정권의 실정과 무능의 산물’이었다. 당시 윤석열 후보는, 이런 무능과 실정을 반복하지 않을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집권 이후 윤 대통령은 실용보다는 이념에 치우치는 행보를 보였다. 한미 관계를 중시하고 한일 관계를 회복시켰다는 점은 평가받아야 하지만, 등용하는 인물 중 적지 않은 수가 보수에 지나치게 치우친 인물들이었다. 등용하는 인물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대다수 국민은 정권이 추진하는 정책을 통해 정권의 이념 지향성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정권이 기용하는 인물의 면면을 통해 정권의 이념 지향성을 평가한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은 중도·보수 입장에서 벗어나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친 인물을 기용했다. 당연히 중도층은 떨어져 나갈 수밖에 없었다.
윤 대통령의 이런 인물 기용은, 대통령 본인이 ‘보수의 적자’가 아니기 때문에 비롯됐다고 본다. 윤 대통령이 보수의 확고한 지지를 받는 ‘보수의 적자’였다면, 강성 보수에만 어필하는 인물 기용에서 벗어나 중도적 인물 기용을 ‘자신 있게’ 추진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렇지 못하니 강성 보수를 의식한 인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보수의 적자가 아니라는 콤플렉스는, 중도층 이반을 초래한 요인이 됐다.
‘이념 연합’을 깨버리면 정권은 위기에 빠진다. 과거 보수와 진보 연합이었던 ‘DJP 연합’이 붕괴됐을 당시 김대중 정권이 위기를 겪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이념 연합’ 유지가 정권 안정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문제는 앞으로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국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인가다.
일각에서는 탄핵과 조기 하야를 주장한다. 탄핵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세 가지 조건이 동시에 성립돼야 한다. 첫째, 분명한 탄핵 사유가 있어야 하고 둘째, 대통령 지지율이 10% 아래로 떨어져야 가능하고 셋째, 여당이 대통령으로부터 이탈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 지금까지 공개된 명태균 씨와의 통화 내용을 보면, 이런 사안을 갖고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무리다. 통화 당시 윤 대통령은 대통령이 아닌 당선인 신분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통화 내용을 보면 “누구한테 김영선 전 의원을 해주라”라고 언급한 부분이 없다.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현재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태도를 바꿀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경험한 보수 정당 구성원들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탄핵과 조기 하야에 대해서는 일치단결해 단호히 대항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 지지율은 정말 문제다. 그럼에도 탄핵을 위한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만 충족될 가능성이 있다면, 이를 갖고 탄핵을 말하기는 무리다.
앞으로 대통령 임기가 2년 반이나 남았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실제 윤 대통령에게 남은 시간은 1년 반 남짓이다. 마지막 1년은 대선 모드에 돌입하는 시기여서, 현직 대통령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떨어진다. 앞으로 남은 1년 반을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보다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변해야 한다. 대선 당시 주장했던 ‘공정’과 ‘상식’을 복원하기 위해 뼈를 깎아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러지 못하면, 윤 대통령은 아무런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실패한 대통령으로 남게 될 것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4호 (2024.11.13~2024.11.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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