껴안고 죽은 폼페이 '일가족 화석'…알고보니 모두 남남이었다

김철웅 2024. 11. 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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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팔찌의 집'이라 불리는 화석. 지금껏 일가족으로 추정됐으나 DNA 분석은 아니었다. 사진 폼페이 고고학 공원(Archaeological Park of Pompeii)

2000년 전 화산 폭발로 도시 전체가 유적지가 된 폼페이 화석의 진실이 밝혀졌다. 죽음을 앞두고 한 데 뭉쳐 화산재에 덮인 4명은 일가족으로 알려졌으나 DNA 분석 결과 혈연 관계가 없는 남성들로 모두 남남이었다.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이탈리아·독일 등 과학자들로 구성된 연구진은 7일(현지시간) 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by)에 폼페이 화석 관련 논문을 게재했다. 이들은 뼛조각에서 추출한 DNA를 분석한 결과 그간 추정과 달리 화석들의 관계가 새로 밝혀졌다고 밝혔다.

어른 2명과 아이 2명이 모여 있고, 이 중 한 명이 손에 팔찌를 차고 있어 일명 '금팔찌의 집’(The House of the Gold Bracelet)이라 불리는 화석이 대표 사례였다. 어른 한 명이 누워 있고 그의 몸 위와 옆에 아이가 하나씩 있는데 그간 과학계에선 누워 있는 이가 팔찌를 착용했으니 어머니, 다른 어른을 아버지로 추정해 왔다. 마지막 순간 엄마가 아이들을 안았고 아빠는 절규했다는 상상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남성으로 조사됐다. 혈연 관계도 없었다. 연구팀은 "이들이 어떤 관계였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며 "오랫동안 사람들이 믿었던 이야기는 틀린 사실이었다"고 밝혔다.

이들 중 최소 한 명은 남성으로 확인됐다. 폼페이 고고학 공원(Archaeological Park of Pompeii)


두 사람이 몸을 붙이고 최후를 맞아 유명한 화석도 새로운 사실이 공개됐다. 자매 또는 모녀 사이일 거라고 추측했으나, 적어도 한 명이 남성으로 확인됐다. 다른 한 명의 성별은 파악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과거 폼페이 복원가들이 화석에 서사를 부여하기 위해 모형의 자세와 위치를 조작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탈리아 남부에 위치했던 폼페이는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18시간 만에 잿더미가 됐다. 1592년 수로 건설을 위해 땅을 파다가 흔적이 드러나 1400년 만에 세상에 알려졌다. 현재도 전체 유적의 3분의 2만 발굴됐다고 한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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