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도 동해안에 존재하는 독특한 자연환경인 석호(潟湖)가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의 관광개발 계획에 따라 위협받고 있다. 석호는 강원도 동해안에 발달한 특이한 형태의 호수로,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하며 독특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천연 자산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며, 환경파괴와 생태계 훼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경포호(경호)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저동에 위치한 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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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개발로 위협받는 석호
강릉 경포호와 고성 화진포 등 강원도 석호는 민물과 바닷물이 혼합되는 천연 서식지로, 다양한 수생식물과 동물들이 살아가는 생태적 보물창고다. 특히 석호는 철새들의 중요한 서식지이자 이동 경로로, 국내외 희귀 조류들의 쉼터로도 잘 알려져 있다.
▲ 경포호 연꽃 2014년, 환경부가 경포가시연습지와 경포호를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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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새들이 쉬었다가는 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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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강원도 지자체들은 석호 일대를 관광지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관광개발과 시설물 설치를 계획하고 있어, 석호 고유의 생태환경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고성군은 6일 화진포를 해양생태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계획은 화진포의 생태적 가치와 문화, 역사를 결합한 해양정원을 만들자는 목표를 담고 있다.
국가해양생태공원은 해양생물 자원과 경관이 풍부하고 이를 보전해야 할 지역을 국가가 지정해 관리하는 정책이다.
화진포는 바다, 호수, 울창한 숲이 어우러져 1971년 강원도 자연유산 1호로 지정되었다. 또한, 72만 평에 달하는 석호는 해양과 민물생물이 공존하는 생태학적으로 가치가 높은 호수이다.
▲ 송지호 강원특별자치도 고성군 죽왕면에 위치한 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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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진포는 비경이 뛰어나 김일성, 이승만, 이기붕의 별장이 있는 곳으로, 국내 석호 중 가장 크고 넓은 호수이다. 특히, 인위적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아 동해안 석호 중 생태계가 잘 보존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고성군은 2018년 국·도비 173억 원을 투자하여 화진포호를 친환경 생태호수로 복원, 멸종위기종과 희귀종 등 다양한 생물의 서식공간과 자연체험학습장을 조성했다.
▲ 김일성 별장 동해바다와 화진포호수를 바라볼 수 있는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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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고성 화진포가 바다와 육지를 연결하는 생태통로로, 멸종위기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생태적 보존가치가 뛰어나다고 평가한다. 화진포는 황어, 숭어, 전어, 도미 등 다양한 어류가 서식하며, 천연기념물 201호인 큰고니와 혹고니, 청둥오리, 바다비오리, 흰뺨검둥오리 등의 휴식처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강릉원주대 생물학과 이규송 교수는 "화진포호는 전 세계 철새들이 처음 도래하는 장소로, 호수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라며, "이미 많은 예산을 들여 생태호수로 조성한 화진포호에서 호수와 반하는 사업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화진포호 울창한 송림과 호수가 어우러진 비경으로 김일성, 이승만, 이기붕 별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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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호 주변에는 대규모 숙박시설, 전망대, 레저시설 등이 건설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러한 계획은 석호의 물리적 영향뿐만 아니라 주변 생태계에 오염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 물의 흐름이 제한되거나 오염원이 유입되면 석호의 수질이 저하되고, 고유의 생태적 특성이 사라질 위험이 크다.
관광전문가인 이강우 박사는 "전국의 사례를 분석해 보면 정부나 지자체에서 개발을 해서 성공한 예가 많지 않다. 미래 자원인 석호를 훼손하면서 개발을 해야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 금구도 화진포호 앞바다에 광개토왕의 전설이 살아있는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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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를 둘러싼 시민 간의 대립
강릉 경포에 위치한 경포호에 인공호수를 설치하려는 강릉시의 계획에 대해, 강릉시민단체협의체와 반대하는 시민 모임 간의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강릉시가 악화된 경포호수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호수 내에 물 순환 시설과 대형 분수를 포함한 수중 산소공급 장치를 설치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강릉시민사회단체협의회는 5일 경포호에 추진 중인 인공분수 설치에 찬성하며 이를 적극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분수 설치가 물 순환과 수질 개선 등 환경 개선의 일환으로, 호수에 적정 산소를 공급해 석호의 기능을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경포호수에 내걸린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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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경포호 인공분수 설치를 반대하는 시민 모임은 6일 강릉시청에서 설치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반대 시민 모임은 "경포호의 수질 문제는 자연호수로서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을 강조하며, 강릉시에 인공분수 사업을 철회하고 전문가와 시민이 참여하는 공개적인 수질 점검을 요구했다. 또한 충분한 검토와 실효성 검증을 거쳐 중장기적 계획을 수립하고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규송 강릉원주대 생물학과 교수는 "인공분수를 설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광자원인 호수의 본질을 훼손하면서 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사공의 노래비 작사가 함효영씨를 기리기 위해 경포호수안에 설치된 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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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포호와 습지 1966년 실시된 경포천 및 안현천의 유로 변경과 호안공사로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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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영랑호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2021년에 북부권 활성화를 위해 설치된 영랑호 부교가 설치 3년 만에 철거 위기에 놓였다. 400m 길이와 2.5m 폭으로 26억 원이 투입된 이 부교는 연간 60만 명이 방문하는 관광지 역할을 해 왔으나, 지역 환경단체가 생태계 파괴와 절차적 문제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강제 조정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속초시는 철거 결정을 수용하고 행정절차를 준비 중이지만, 시의원들과 인근 상인들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시의원들과 상인들은 설치에 많은 예산이 투입된 부교를 철거하면서 추가 비용이 발생해 예산 낭비가 된다고 주장한다. 특히, 속초시가 전임 시장이 추진한 부교라 소송 과정에서 적극 대응하지 않았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 영랑호 강원특별자치도 속초시에 위치한 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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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철거 결정에 기한이 없고, 시의회 동의 없이는 철거가 불가능해 영랑호 부교를 둘러싼 논란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 영랑호 부교 생태계파괴와 절차적 하자 등을 내세워 지역 환경단체에서 소송을 제기, 법원으로부터 철거 위기에 놓인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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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속으로 사라진 석호
강릉 풍호는 동해안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한 대표적인 석호였으며, 둘레는 약 4km, 면적은 약 30만 평에 달했다. 이곳은 경치가 아름다워 신라 시대 화랑들이 시를 읊으며 놀았던 장소로 전해지며, 호수 중심에는 연꽃이 만발했다고 한다. 그러나 풍호 인근에 화력발전소가 건설되면서 1993년까지 석탄재 매립장이 되었고, 2011년 골프장이 들어서면서 석호로서의 가치를 상실했다.
풍호 주변에 사는 한 주민은 "골프장이 건설되기 전에는 노루와 꿩들이 뛰어다니고 연꽃이 가득했다. 마을 주민들의 안식처였는데, 골프장이 들어서면서 모든 것이 사라졌다. 이제는 골프 치러 오는 차량들로만 복잡하고, 우리 지역민에게는 아무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 골프장으로 변한 풍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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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청초호는 석호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현재는 항구 역할만 하고 있다. 호수 둘레 5km는 도심 건축물에 둘러싸여 있으며, 원래 동해바다와 격리된 석호였으나 사주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석호로서의 가치를 잃었다.
속초의 한 시민은 청초호도 영랑호처럼 석호로서의 기능을 유지했다면, 설악산과 어우러져 속초시의 경관이 더욱 빛났을 텐데 건물에 갇혀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 청초호 강원특별자치도 속초시에 위치한 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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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의 연개호와 군개호는 하조대 사구지대와 연결되어 있었으나, 사유지로 변해 그 흔적을 찾기 어려워졌다. 고성군의 광포호, 천진호, 봉포호는 건물에 가려져 숨을 쉬지 못 하고 있으며, 농경지 개발과 토사의 유입으로 퇴적층이 증가하고 있는 강릉시 주문진 향호와 양양군 현남 포매호는 소하천과 농경지로 둘러싸여 호수 면적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안에는 18개 석호가 있다. 고성에있는 화진포호와 송지호를 제외한 대부분의 석호들이 개발에 의해 사라졌거나 훼손이 심각한 수준이다.
▲ 사라진 석호 강원특별자치도 양양군 하조대 해변 뒷편에있던 연개호, 군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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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매호 강원특별자치도 양양군 현남면에 위치한 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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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호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주문진에 위치한 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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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와 전문가, 보존을 위한 신중한 접근 요구
환경단체와 생태 전문가들은 강원도 석호 개발 시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한 전문가가 "석호는 단순한 관광 자원이 아니라 드문 자연유산"이라며, 개발로 석호의 자연 균형이 무너지면 이를 회복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또한 과도한 관광객 유입이 쓰레기와 오염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지속 가능한 관리와 보존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지역 주민들은 석호를 지역의 귀중한 자연유산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지자체가 단기적인 관광 수익보다 장기적인 생태적 가치와 보존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석호의 자연미와 생태적 가치를 지키면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대안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 경포호와 철새 다양한 철새들이 경포호에서 머물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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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개발 방향 모색해야
강원도 석호는 동해안 지역의 유일무이한 자연유산이자 생태관광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지자체는 개발보다는 보호와 관리에 중점을 둔 지속 가능한 정책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석호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생태계를 지니고 있어, 이를 훼손하지 않고도 관광객들에게 좋은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
석호의 가치와 중요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장기적인 관광 전략이 마련될 때 비로소 강원도 석호는 미래 세대에게도 소중한 자연유산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