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특수' 올까, 발 빠르게 움직이는 野…“이재명 방미도 추진해야”

유성운 2024. 11. 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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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대 미국 대통령이 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다룰 줄 알잖아요.”

8일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1기 집권 때 김정은 위원장을 세 차례 만난 것을 언급하며 “남북관계 등 외교안보적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에서는 남북관계 개선 등 희망 섞인 기대도 감지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8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1기 트럼프 행정부는 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한 바 있다”며 “2기 트럼프 행정부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를 도모하는 노력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에선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외교 정책에 제동이 걸리고, 상대적으로 야권의 목소리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도 일찍 종식하겠다는 입장인데다, 김정은과의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고 남북관계를 경색시킨 윤석열 정부와는 코드가 안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6월 진행된 남북미 판문점 회동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문재인 전 대통령(가운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김정은 위원장. 연합뉴스

이 대표도 이날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 기조를 전면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이념·진영 외교만 외치는 사이 미국과 일본의 수장이 바뀌었고,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나 남북한의 대치 등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이 날로 급변하고 있다”며 “모호한 가치 외교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지킬 국익 우선·실용 외교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당내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이 대표의 방미 추진 등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내년 초 이 대표가 직접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당선인 등을 만나며 제1당 대표이자 유력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 6월 미국을 다녀온 김윤덕 사무총장과 이한주 민주연구원장 등이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외교관 출신인 위성락 의원 등을 중심으로 문재인·트럼프 정부 시절의 외교라인을 묶어 ‘외교 자문 그룹’을 구축하자는 의견도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전민규 기자

다만 현실론을 들어 “관망할 때”라는 의견도 있다. 당 지도부의 한 인사는 “선거 전이라면 모를까, 지금 트럼프 정부의 주요 인사들과 만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실익도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굳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로 반발하는 진보 진영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발 빠른 방미가 진보 진영의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우려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10일 ‘미(美) 차기 행정부의 대외정책과 한반도’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여기엔 이 대표와 위 의원을 비롯해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 강구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주팀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이 대표의 트럼프 면담 시도 자체가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트럼프 당선인을 윤 대통령에 앞서 만나려고 하는 것은 외교적으로 부담스러운 요구이고, 격식에도 맞지 않는다”며 “주한미군 분담금 등 청구할 게 많은 트럼프 측도 윤 대통령을 먼저 만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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