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역사왜곡 해법 ‘공동 역사교과서 집필’…“민족주의 경계해야”
유민지 2024. 11. 8. 16:42
동북아역사재단 포럼 ‘역사 화해의 길’
역사 교과서를 둘러싼 역사왜곡, 이념논쟁 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잦은 전쟁과 역사 갈등을 겪은 동북아시아의 역사 교과서 문제는 더 복잡하고 해결하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다관점성’과 ‘신뢰’를 통해 공동 역사교과서 집필을 진행해야 하고, 탈세계화와 민족주의 등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8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역사 화해의 길: 유럽과 아시아의 선택’을 주제로 2024 동북아역사재단 포럼을 개최했다.
공동 역사교과서는 국가 간 역사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유럽은 이미 100년 전 역사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 역사교과서 문제를 논의해왔다. 이날 발표를 맡은 에카르트 푹스 라이프니츠 교육미디어 연구소 소장은 실제 독일-프랑스 공동 역사교과서 집필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푹스 소장은 공동 역사교과서 편찬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다자주의적 사고’와 ‘다관점성 원칙’을 발휘하는 것이라 했다. 푹스 소장은 “독일과 폴란드의 공동 역사교과서 집필을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양국의 교육과정을 분석하고, 교과과정을 조율하는 것”이라며 “교과서 집필 당시 정치적 이해관계자들과 대화와 상호작용 등을 위한 여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양국의 공동 역사교과서에 역사의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도록 집필했다는 게 폭스 소장의 의견이다. 그는 “평화적인 공존을 위한 양국의 의지가 드러날 수 있도록 집필했고, 전문가들은 다관점성이라는 원칙하에 상충되는 의견도 교과서에 들어가야 한다고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동 역사교과서 집필이 초국가적이고, 매우 힘든 작업이라는 건 부정하지 않았다. 참석자 수도 매우 많을 뿐만 아니라 정권이 바뀌면서 여러 변화와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폭스 소장은 “일주일 동안 진행되는 회의를 80차례, 온라인 회의는 50차례, 총 250차례의 전화 통화를 했다”며 “이런 노력 끝에 2020년 공동 역사교과서 1권을 양국의 승인 하에 출간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폭스 소장은 유럽 각국에서 부상하고 있는 민족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도 했다. 폭스 소장은 “민족주의의 부상과 탈세계화는 역사교과서 개정과 협력 등과 반하는 현상”이라며 “현재 여러 국가에서 전쟁의 불씨가 보이고 전쟁이 진행되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평화와 화해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공동 역사교과서 모니터링이 수반돼야 한다고 했다. 폭스 소장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정부와 함께 ‘유럽 역사와 사회과학 포럼’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실제 교육현장에서 이 공동 역사교과서가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체계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역사 화해와 민주주의 문화가 함께 갈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시아의 역사적 갈등과 화해를 유럽의 사례와 비교한 발표도 있었다. 월터 해치 교수는 독일과 일본의 화해 방식의 차이를 ‘신뢰’라고 평가했다. 해치 교수는 “독일은 충분히 사죄했지만 일본은 사죄하지 않았다는 통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독일은 신뢰할 수 있는 협력 의지를 이웃 국가에 보여준 것이 정확하다”며 “일본은 이웃 국가들과의 협력의 행동이 부족했기 때문에 일본에 대한 한국인의 시각은 더 부정적으로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일이 과거사 문제에서 생산적인 결론을 이끌기 위해서는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의 한계를 분석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정책실장은 “2차 아베 정권에서 일본 정부의 역사 인식이 후퇴하긴 했으나, 식민지배는 부당했다는 게 국교 정상화 이후 일본 정부의 공식 견해”라면서도 “전시 노무 동원, 일본군 위안부 피해가 불법이었는지, 반인도적인 범죄인지에 관한 인식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일 강제병합의 불법성과 피해자의 청구권 존재 여부에 관한 인식 차이도 양국의 원론적인 견해 차이”라며 “이런 견해 극복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미래 세대 교류를 확대하면서 역사 인식 차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역사 교과서를 둘러싼 역사왜곡, 이념논쟁 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잦은 전쟁과 역사 갈등을 겪은 동북아시아의 역사 교과서 문제는 더 복잡하고 해결하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다관점성’과 ‘신뢰’를 통해 공동 역사교과서 집필을 진행해야 하고, 탈세계화와 민족주의 등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8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역사 화해의 길: 유럽과 아시아의 선택’을 주제로 2024 동북아역사재단 포럼을 개최했다.
공동 역사교과서는 국가 간 역사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유럽은 이미 100년 전 역사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 역사교과서 문제를 논의해왔다. 이날 발표를 맡은 에카르트 푹스 라이프니츠 교육미디어 연구소 소장은 실제 독일-프랑스 공동 역사교과서 집필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푹스 소장은 공동 역사교과서 편찬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다자주의적 사고’와 ‘다관점성 원칙’을 발휘하는 것이라 했다. 푹스 소장은 “독일과 폴란드의 공동 역사교과서 집필을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양국의 교육과정을 분석하고, 교과과정을 조율하는 것”이라며 “교과서 집필 당시 정치적 이해관계자들과 대화와 상호작용 등을 위한 여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양국의 공동 역사교과서에 역사의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도록 집필했다는 게 폭스 소장의 의견이다. 그는 “평화적인 공존을 위한 양국의 의지가 드러날 수 있도록 집필했고, 전문가들은 다관점성이라는 원칙하에 상충되는 의견도 교과서에 들어가야 한다고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동 역사교과서 집필이 초국가적이고, 매우 힘든 작업이라는 건 부정하지 않았다. 참석자 수도 매우 많을 뿐만 아니라 정권이 바뀌면서 여러 변화와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폭스 소장은 “일주일 동안 진행되는 회의를 80차례, 온라인 회의는 50차례, 총 250차례의 전화 통화를 했다”며 “이런 노력 끝에 2020년 공동 역사교과서 1권을 양국의 승인 하에 출간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폭스 소장은 유럽 각국에서 부상하고 있는 민족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도 했다. 폭스 소장은 “민족주의의 부상과 탈세계화는 역사교과서 개정과 협력 등과 반하는 현상”이라며 “현재 여러 국가에서 전쟁의 불씨가 보이고 전쟁이 진행되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평화와 화해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공동 역사교과서 모니터링이 수반돼야 한다고 했다. 폭스 소장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정부와 함께 ‘유럽 역사와 사회과학 포럼’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실제 교육현장에서 이 공동 역사교과서가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체계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역사 화해와 민주주의 문화가 함께 갈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시아의 역사적 갈등과 화해를 유럽의 사례와 비교한 발표도 있었다. 월터 해치 교수는 독일과 일본의 화해 방식의 차이를 ‘신뢰’라고 평가했다. 해치 교수는 “독일은 충분히 사죄했지만 일본은 사죄하지 않았다는 통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독일은 신뢰할 수 있는 협력 의지를 이웃 국가에 보여준 것이 정확하다”며 “일본은 이웃 국가들과의 협력의 행동이 부족했기 때문에 일본에 대한 한국인의 시각은 더 부정적으로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일이 과거사 문제에서 생산적인 결론을 이끌기 위해서는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의 한계를 분석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정책실장은 “2차 아베 정권에서 일본 정부의 역사 인식이 후퇴하긴 했으나, 식민지배는 부당했다는 게 국교 정상화 이후 일본 정부의 공식 견해”라면서도 “전시 노무 동원, 일본군 위안부 피해가 불법이었는지, 반인도적인 범죄인지에 관한 인식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일 강제병합의 불법성과 피해자의 청구권 존재 여부에 관한 인식 차이도 양국의 원론적인 견해 차이”라며 “이런 견해 극복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미래 세대 교류를 확대하면서 역사 인식 차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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