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스크에 환율 부담...28일 한은의 금리 인하는 '안갯속'

곽재민 2024. 11. 8.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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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오는 28일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9월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한 데 이어 7일(현지시간)에도 베이비 컷(0.2%포인트 인하)을 택해 금리 인하에 우호적인 환경을 마련해줬기 때문이다. 7일 기준 미국(4.5~4.75%)과 한국(3.25%)과의 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 1.5%포인트다.

하지만 고차원 방정식을 풀어야 할 한은 금통위원들은 고심이 많다. 베이비 컷을 택한 미국을 비롯해 대내적으로 1%대 안정된 물가와 0.1%에 그친 3분기 경제 성장률은 금리 인하의 조건으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수퍼달러(달러 강세) 기습에 따른 환율과 인플레이션 우려 등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우선 국내 기준금리 인하 명분은 성장률 둔화다. 8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 투자은행(IB) 8곳이 예상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 9월 말 평균 2.5%에서 10월 말 평균 2.3%로 한 달 사이 0.2% 포인트 낮췄다. IB가 잇따라 하향 조정한 것은 한국 경제가 지난 2분기 역성장(-0.2%)한 데 이어 3분기에도 0.1% 성장에 그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오는 28일 기준금리 결정과 함께 발표할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성장률 눈높이를 낮출 것으로 예상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올해 성장률이 한은 기존 전망치인 2.4%에서 2.2~2.3% 정도로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경기 하강 속도를 늦추기 위해 한은이 금리를 낮춰 민간소비ㆍ설비투자 등 내수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는 긴축 완화 압력이 그만큼 높아진 것이다. 여기에 금리 인하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집값과 가계부채 증가세는 꺾이는 모양새다. 물가도 9월 이후 1%대로 크게 낮아져 안정세다.

하지만 최근 가파르게 오른 환율 등 트럼프 재집권으로 변수가 등장했다. 미 대선 개표가 시작된 지난 6일엔 시장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1달러당 1400원 선'을 뚫었다. 트럼프 당선 확정 이후 일부 되돌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Fed의 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지면서 강달러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 확대ㆍ고율 관세ㆍ이민 제한과 같은 정책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강달러 상황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상대적으로 원화가치가 더 떨어져 수입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 수입물가가 요동치면 1%대로 진정된 소비자물가를 다시 자극할 우려가 있어 한은의 통화정책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가 8일 열린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향후 글로벌 성장ㆍ물가 흐름과 주요국 통화정책 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세부내용 등에 따라 외환ㆍ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한 배경이다.

시장에서도 한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론’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김완중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트럼프의 정책 기조가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면 Fed의 금리 인하 속도나 폭이 시장 예상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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