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500억 쏟아부은 한화, 이제 결과로 말해야

이준목 2024. 11. 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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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한화 이글스, 내야수 심우준에 이어 엄상백까지 영입... '오버페이' 논란도

[이준목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내야수 심우준에 이어 선발 투수 엄상백까지 영입하는 데 성공하며 이번 FA(자유계약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한화는 8일 오전 "엄상백과 계약 기간 4년, 계약금 34억 원, 연봉 총액 32억 5000만 원, 옵션 11억 5000만 원 등 최대 78억 원에 계약했다"는 소식을 발표했다.

지난 7일 심우준을 4년 최대 50억 원(보장 42억 원·옵션 8억 원)에 영입했다고 발표한 지 불과 하루만이다. 두 선수는 지난 시즌까지 KT 유니폼을 입고 주전으로 활약했다. 이로써 한화는 외부 FA 영입한도 2명 영입을 일찌감치 마치며 다음 시즌을 대비한 전력보강에 성공했다.

2022년부터 선발투수로 자리매김

엄상백은 사이드암 투수로 덕수고를 졸업하고 2015년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을 통하여 KT의 유니폼을 입으며 프로 경력을 시작했다. 데뷔 첫해 28경기 5승 6패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2019년까지는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경험을 쌓았던 엄상백은 군복무(상무 피닉스)를 마치고 2022년부터 선발투수로 자리매김했다.

풀타임 선발 첫해인 2022년 11승 2패 평균자책점 2.95의 뛰어난 성적을 내며 데뷔 첫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했다. 2024시즌에는 29경기에서 155.2닝을 투구하며 13승 10패 평균자책점 4.88을 기록, 데뷔 이래 한 시즌 개인 최다승과 최다이닝 커리어하이 기록을 경신했다. 프로 통산 성적은 305경기 45승 44패, 3세이브, 28홀드, 평균자책점 4.82를 기록했다.

엄상백은 국내 선발진 중에서 팀 동료였던 고영표와 함께 정상급 잠수함 투수로 꼽힌다. 150km가 넘는 확실한 직구 구위로 상대 타자를 압도하면서, 체인지업과 커터를 적절히 섞어 던져 상대 배트를 끌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다. 이미 류현진-문동주 등의 뛰어난 국내 선발 자원을 갖춘 한화는 안정적인 3-4선발을 소화할 수 있는 엄상백까지 합류하면서, 외국인 투수들까지 더하면 국내 최고의 선발진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엄상백은 구단을 통해 "좋은 대우를 해 주신 한화에 감사하다. 내년부터 신축구장에서 한화 이글스가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입단 소감을 전했다.

2024시즌 6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한화는 올해에만 심우준과 엄상백, 두 명의 외부 FA를 영입하는데 무려 128억을 투자했다. 이는 한화가 다음 시즌에는 기어코 성적을 내야 한다는 윈나우의 의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한화의 2025년

한화는 2018년(3위)을 끝으로 더 이상 가을야구에 나가보지 못했다. 범위를 넓히면 2008년부터 최근 17시즌 동안 가을야구에 진출한 것이 단 1번뿐이다. 이 기간 전체 승률은 압도적인 리그 꼴찌였다.

한화의 처음이자 마지막 우승은 20세기의 끝자락이던 1999년으로 무려 25년 전이며, 이는 프로야구 역사에서 역시 현재진행형인 롯데(32년) 다음으로 오래된 무관 기록이다. 2020년부터는 베테랑 선수들을 대거 정리하고 FA 영입도 자제하며, 한동안 내부 육성에만 집중하는 리빌딩의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고난의 세월을 보내던 한화가 다시 윈나우 체제로 전환하기 시작한 것은 2022년 겨울부터다. 한화는 외부 FA로 채은성을 6년 90억에 영입한데 이어 트레이드로 보냈던 이태양을 4년 25억에 복귀시켰고, 내부 FA였던 오선진과 장시환을 잔류시켰다.

2023시즌을 9위로 마친 뒤에는 팀의 상징이던 '괴물' 류현진을 8년 170억이라는 초대형 계약을 맺고 11년 만에 한화로 복귀시켰다. 여기에 정상급 내야수 안치홍을 6년(4+2년) 72억에 영입했고, 내부 FA 장민재를 3년 8억에 잔류시키는 데 성공했다. 시즌 중반에는 성적 부진으로 최원호 감독을 과감하게 경질하고, 백전노장 김경문 감독을 영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한화는 2024시즌 66승 2무 76패로 8위라는 아쉬운 성적에 그치며 또다시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한화는 올 시즌 역대 최다 홈구장 매진 행진을 기록하며 평균 94%가 넘는 좌석 점유율을 자랑할 만큼 성적과 별개로, 역대급 인기를 누렸다. 구단은 이러한 팬들의 뜨거운 기대와 성원에 보답하듯, 올 시즌에도 전력 보강을 위해 화끈하게 지갑을 열며 가을야구 진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투자가 반드시 성적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한화는 2010년대 중반에도 김응용-김성근 감독 체제에서 적극적인 외부 FA 영입을 단행하며 성적을 노렸지만 결과는 그리 신통치않았던 전례도 있다.

한화는 2013년부터 야수진에 당시 리그 정상급 선수이던 정근우(4년 70억)-이용규(67억)를 동시에 영입했고, 투수진도 정우람(4년 84억) 송은범(4년 34억 원) 배영수(3년 21억5000만 원) 권혁(4년 32억 원) 등을 영입하는데 300억에 이르는 돈을 투자했다. 한화가 영입한 FA 선수들은 개인성적 면에서는 대체로 제 몫을 다 해줬지만 결과적으로 팀이 가을야구에 나간 것은 1번뿐이었다.

올겨울도 한화의 파격 투자가 당장 팀의 성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 일단 한화는 수비와 작전수행능력이 뛰어난 심우준의 영입으로 기존의 채은성(1루)-노시환(3루)-안치홍(2루)과 함께 리그 최정상급 내야를 구축하게 됐다. 하지만 비싼 외부 FA들의 연이은 영입으로 자연히 황영묵-이도윤-문현빈같이 그동안 구단이 공들여 키워온 영건들에게 돌아갈 출전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정작 현재 한화의 뎁스에서 최대 고민거리는 외야였다. 2024시즌 한화 외야수들의 OPS평균은 .737로 리그 9위에 불과했다. 이는 리그 중간 수준은 유지했던 내야진 OPS 0.761(6위)보다도 더 떨어진다. 한화 외야에서 확실한 주전급 선수라고 할만한 자원은, 전후반기 기복이 심했고 수비에도 약점이 있던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 한 명 뿐이었다. 하지만 한화는 3년간 외야진 보강에 있어서는 육성과 영입 모두 실패했다.

'오버페이' 논란도 불안요소다. 전문 유격수 심우준은 뛰어난 수비력과 내구성, 작전수행능력에 장점이 있지만 타격은 리그 평균 이하로 꼽히는 선수다. 엄상백도 풀타임 선발투수로 제대로 활약한 것은 2-3시즌 정도에 불과했다. 올시즌도 13승을 따냈지만 자책점은 4.88로 높았던데다 중요한 포스트시즌에는 크게 부진했다. 11년전 외부 FA였던 정근우나 이용규 등이 확실히 검증된 국가대표급 선수들이었던 것에 비하여, 수비형 유격수와 5선발급 자원을 영입하는데 지나치게 거액을 들인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최근 3년간 한화가 선수 영입에 투자한 비용만 무려 500억(약 507억원)이 넘는다. 이는 시대 변화에 따른 물가상승률을 감안해도, 한화 구단 창단 이래 가장 많은 규모의 투자였음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제는 정말로 성적을 통하여 보답을 해야할 시점이다. 과연 지금으로부터 1년뒤, 한화의 과감한 투자는 어떤 재평가를 받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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