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께서 약속하셨다" 한걸음 물러선 한동훈

곽우신 2024. 11. 8.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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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기자회견 내용 인정하며 수위 조절... 목소리 높이는 친윤계, 일단 조용한 친한계

[곽우신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최고위원의 발언을 듣던 중 한숨을 쉬고 있다.
ⓒ 남소연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가 침묵을 깼다. 숙고 끝에 그가 고른 메시지의 톤은 '로우 키(Low-Key)'였다.

'친윤계'가 윤 대통령 지키기에 나서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터라, 일단 용산 대통령실과 각을 더 세우기보다는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며 숨 고르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당면 과제로 '특별감찰관 임명'을 제시하면서 오는 의원총회를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본인이 공개적으로 요구한 내용이 대체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황에서 한걸음 물러서는 모양새라, 정치적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동훈 "민심에 맞는 실천이 중요... 특감 임명 절차 준비 지시했다"

한동훈 대표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께서 어제(7일) 현 상황에 대해 사과하고, 인적쇄신, 김 여사 활동 중단, 특별감찰관의 조건 없는 임명에 대해 국민들께 약속하셨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인적 쇄신을 언급하긴 했으나 그 시기와 범위를 특정하지 않았다. 김건희 여사의 대외 활동은 지금도 자제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별감찰관에 대해서는 여당 내 그리고 여야 합의가 이뤄진다면 반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동훈 대표의 제안에 '조건'을 걸어 수용한 모양새인데, 한 대표는 일단 이를 인정하고 나선 모양새이다.

한 대표는 "이제 중요한 것은, '민심에 맞는 수준으로 구체적으로 속도감 있게 실천하는 것'이다"라며 "실천이 '민심에 맞는 수준'이어야 하고, '구체적'이어야 하고, '속도감'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런 민심에 맞는 실천을 위해서 당은 지금보다 더 민심을 따르고, 지금보다 더 대통령실과 소통하고 설득하겠다"라고도 약속했다.

그는 "우선, 당은 즉시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던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를 추진하겠다. 필요한 절차 준비를 지시했다"라고 알렸다. 당내 친윤계를 중심으로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대통령의 말씀'을 내세워 밀어붙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어 "민심과 함께 가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며 "우리 모두 국민 앞에서 더 겸손하고 겸허해야 한다"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 한동훈 페이스북
한 친한계 인사는 <오마이뉴스>에 "대표께서 일단 고심 끝에 윤 대통령의 말씀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너무 자중지란으로 가게 되면 공멸할 수 있는 위기감 탓"으로 해석했다. 다만 "민심과 실천을 강조한 만큼, 이대로 물러서겠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일단 용산에 기회를 주고 지켜보겠다는 정도로 이해해달라"라고 전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 의견을 듣고 있으니까 의원총회를 조만간에 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북한인권재단 이사 임명 문제와의 연계 여부에 대해서도 "그런 문제 등은 제가 지난번에 말씀드렸다시피 의원들의 의견을 구해서, 의견을 듣고, 최종적 방향성을 파악하겠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다음 주에 의원총회가 열릴 가능성이 큰 가운데, 이 자리에서 친한계와 친윤계가 재차 맞붙을지, 아니면 친윤계가 특별감찰관을 수용할지 관심이 모인다.

친한계 직격한 홍준표 "이재명 밑으로 가시라"

친윤계는 연일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추켜세우며 '지키기'에 들어갔다. 이날 김기현 국회의원은 본인 페이스북에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제 부덕의 소치이다'라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라며 "과도하게 부풀려지거나 신뢰할 수 없는 사람들의 모순되는 주장에 대통령으로서는 억울한 측면도 있었겠지만, 그럼에도 그동안의 처신에 대해 솔직하게 반성하고 사과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고칠 것은 고치겠다며 여러 사안들에 대해 해법을 제시한 만큼 이제는 대통령에게 시간을 주어야 한다"라는 말이었다.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은 대놓고 친한계를 저격하고 나섰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총선에 낙선하고 갈데 없던 일부 정치 낭인들이 당의 단합을 저해하고 윤 정권을 야당보다 더 비방하는 현실을 보면서 마치 박근혜 탄핵 전야의 아노미 현상을 보는 듯하다"라고 꼬집었다.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이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 홍준표페이스북
그는 "이리저리 떠돌다가 어느 패거리에 붙어서 자해 행위나 하는 그들을 볼 때 측은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라며 "국민과 당원들은 박근혜 탄핵 효과로 두 번 속지는 않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도리어 "그러지 말고 이재명 대표 밑으로 가시라"라며 "밉더라도 우리가 세운 정권입니다. 윤 정권 탄생에 아무런 기여를 한 바도 없고, 원조 김 여사 라인인 니들은 윤 정권을 미워할 자격도 없다"라고 직격했다.

반면, '아쉽다'라며 비판 목소리를 올리던 친한계 역시 대표의 메시지에 발맞추어 수위 조절에 나섰다. 공중전에 참전하지 않으면서, 논쟁을 더 키우지 않으려는 의도로 읽힌다.

의미심장한 유승민 "헌법 수호 세력은 국민 저항권"

이 와중에 계파 갈등에서 비켜나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역시 '상남자'였다. 어제 회견에서 대통령은 '자기 여자를 끝까지 보호하는 상남자의 도리'를 다했다"라며 "'건심'이 민심을 이겼다. 국민은 김 여사 문제에 대한 사과와 쇄신책을 기대했는데 대통령은 '자기 여자'를 비호하기에 바빴다"라고 촌평했다.

유 전 의원은 "온갖 궤변이 난무했다. 공천 개입과 국정 농단은 국어 사전의 정의를 다시 써야 할 판이다"라며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또한 "내용도 문제였지만 반말과 비속어, 자세와 태도도 진심으로 사과하고 쇄신을 다짐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라며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대하는 최소한의 품격은 갖추었어야 하지 않느냐"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유승민 전 의원이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 유승민 페이스북
그는 "더 이상 억지 기대를 할 수는 없을 것 같다"라며 "앞으로가 문제다. 뒤늦게 휴대폰을 바꾸고 김 여사가 남미 순방에 안 가면 국민이 납득할까?"라고 반문했다. 유 전 의원은 "어제의 끝장토론이 보수를 끝장내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라며 "수많은 말들 중에 불쑥 튀어나온, '궁극적인 헌법수호 세력은 국민의 저항권'이라는 말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임기 중도 하차를 요구하는 장외 목소리가 조금씩 커져 가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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